개업을 11년째 하다 보니 수술 상담을 할 때부터 환자의 특성과 개성을 한 눈에 알아보는 신통력(?)에 가까운 안목이 생겼다. 경험상 환자 유형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 할 수 있는데, 첫 번째가 철저한 ‘신뢰형’이다.
주로 주변 지인들의 소개로 내원하여 무엇이든 ‘알아서 해 달라’는 유형이라 상담도 수술도 수월하며 그 과정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두 번째는 ‘충동형’으로 갑작스런 심리적 변화에 의해 내원했거나, 친구를 따라왔다가 갑자기 지름신(?)이 내려 수술을 결정하는 유형이다. 이런 환자에게는 ‘심사숙고’를 권하지만 결국 수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세 번째는 ‘의심형’으로 내원 전에 인터넷과 주변 지인들로부터 관련 수술 정보를 두루 섭렵하여 그 분야의 지식이 나름 확고하여 상담 시 가끔 주객이 전도(?)되기도 한다. 매사에 의심이 많아 여러 병원을 거친 뒤에 수술을 결정하지만 환자는 상담, 수술, 회복 전 단계에 걸쳐 심리적으로 불안하여 회복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질문이 이어진다.
지난주 확연하게 세 번째 유형으로 보이는 54세 여성이 상안검, 하안검 수술을 받았다. 지난 겨울부터 세 번이나 상담을 받은 후에 수술이 이루어졌다. 환자분의 지병인 고혈압이 수술에 미치는 영향에서부터 마취약, 절개 방법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박학다식했다. 드디어 수술이 시작되어 디자인과 마취, 절개가 이루어졌다. 그 사이에도 양쪽 눈의 대칭 여부, 눈 끝의 올림 정도, 지방제거 등 많은 질문들이 이어졌다. 붓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아이스 팩을 댄 후 수술 후의 변화된 모습을 예측 하기위해 환자를 앉게 하고 거울을 보도록 했다. 여러 각도에서 거울을 살핀 후 다시 수술 자세로 누우면서 필자에게 ‘선생님, 촘촘히 꿰매주세요’하는 것이 아닌가?
필자도 간호사들도 다들 마스크 너머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아야 했다. ‘예쁘게 해 주세요’, ‘자연스럽게 해 주세요’란 말은 많이 들었어도 ‘촘촘히 꿰매 달라’는 말은 의사 생활 20여년 만에 처음이었다.
초기 단계의 처치 중요성
웃기는 했지만 성형외과는 수술의 특성상 다른 기타의 일반외과와는 달리 봉합 시 촘촘히 꿰매야만 수술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 그 환자 분의 요청대로 촘촘히 꿰맨다(stitch)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얼굴이나 목 팔 다리 등 특히 보이는 부위에 상처가 나서 불가피하게 꿰매야하는 상황에서는 골절 등의 문제가 없다면 반드시 성형외과를 찾아야 한다.
어린 아이들일 경우 일단 피가 나기 때문에 겁이 나서 성형외과를 찾을 마음의 여유가 없어 가까운 병원으로 가서 상처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상처를 신속하게 치료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처음 stitch에 의해 흉터의 유무 또는 정도가 결정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일단 생긴 흉터에 대한 교정술(Scar Revision)은 일차적으로는 최초로 stitch 했을 때 촘촘히 잘 꿰맨 정도, 상처의 부위, 감염, 파열 등의 부작용과 치유 과정에서의 심한 움직임과 자극, 켈로이드성 체질 등의 요인에 의해서 결과가 달라진다. 성형외과를 찾는 환자들은 대부분 흉터 교정술을 받으면 흉터가 없어지거나 최소한 수술 전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으나, 때에 따라서는 수술 후 원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거나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상처에 대한 일차적인 처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자동차 정비소에 가면 볼 수 있는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라는 motto의 성실성이 너무 마음에 와 닿아 개원 이래 병원 수술실 앞 전달 게시판에 크게 써 놓고 있다. 앞으로는 ‘촘촘히 꿰매자’라는 또 하나의 motto를 추가해야 될 것 같다.
글 / 안덕균 의학박사 <안덕균성형외과 원장, 본지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