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9대 4.11 총선은 역사상 처음으로 치러진 ‘SNS 선거’라는 점에서 SNS가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심이 집중되었다. 특히 19대 총선 부터는 굳게 닫혀있던 SNS를 활용한 선거운동이 처음으로 허용되면서, SNS가 후보의 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관심꺼리가 되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총선에 나선 각 후보들은 트위터는 물론 홈페이지, 모바일홈페이지, 블로그, 트위터, 카페,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의 사이버망을 통해 유권자들과 소통에 나섰다. 일부 SNS 적극 활용 후보자들은 위치기반서비스와 동영상 기반의 SNS 까지 사용하여 선거전에 활용하였다.
지난 해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 SNS 위력을 실감한 각 당은 SNS를 활용하여 활발한 선거운동을 진행하였고, 포털이나 인터넷 업체들도 SNS를 이용한 다양한 선거서비스를 제공하였다. 특히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투표독려에 대한 제한이 없어지면서 SNS를 통한 투표 참여 독려가 어느 선거때보다 활발하게 움직였다.
일부 연예인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투표 인증샷 릴레이를 펼치며 투표를 독려하기도 하였으며, 한 유명인사는 자신의 트위터로 모후보를 지지하였다가, 팔로워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감수하여야만 했다.
SNS가 이번 총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확실하지만, 그 위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SNS상의 활발한 선거 열풍에도 불구하고 실제 투표율은 기대보다 낮아 SNS 영향력이 과대평가 되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 데이터분석 업체들이 내놓은 SNS 상의 여론이 당선과 상관관계가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예를들면 19대 총선 투표율은 54.3%를 기록하여 18대 총선 46.1% 보다는 높았지만, 17대 총선의 60.6% 비교하면 6.3% 낮다. SNS가 없던 시절에도 70%의 투표율을 보였으므로, SNS로 인해 선거 투표율이 높아졌다고 애기하기가 힘들어졌다는 지적이다. 또한, 야당 지지 성향의 목소리가 컸던 SNS 민심과는 달리 결과는 여당의 승리로 나타나서 다른 결과가 나타난 것도 SNS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 즉, SNS 사용자들은 자기와 유사한 성향의 관계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어서 전체의 여론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SNS에선 자기와 유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보고 있기 때문에 착시 현상이 있었다는 애기도 있다.
SNS 여론 또한 당선으로 이어지지 못한 경우도 있다. SNS 상에서 비교적 높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후보자들도 선거를 승리로 이끌지 못했다. 즉, SNS에서 오가는 소수의 의견들이 마치 전체 여론인 것으로 여기는 오류를 범했다는 분석이 나타나고 있다.
이렇듯 SNS가 미치는 영향력과 선거결과가 일치하지 않음에 따라 아직도 SNS의 영향력은 서울과 신도시 정도에만 미치고 있고, 다른 지방에서는 SNS 보다는 전통적인 미디어 및 선거방식이 통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SNS는 여러 가지 주제와 인물들을 가지고 경쟁하는 총선보다는 단일 주제와 소수의 인물들이 겨루는 연말대선에 더 적합할 것이다. 마치 지난 10.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처럼 서울이라는 지역적인 한계와 특정 인물로 제한되는 경우 SNS는 더 큰 위력을 발휘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SNS는 기존의 전통적인 미디어가 통제되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곳일수록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 예를 들면, 매스미디어를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던 튀니지에서 노점상 청년이 분신자살을 한 소식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급속하게 퍼지면서, 결국 이를 막지 못한 결과로 벤알리 24년 장기 집권이 막을 내리게 되었다.
SNS은 지금까지 집단에 속해있던 ‘우리’라는 개념으로부터 ‘나''라는 개인으로 독립시켰다. 지금까지는 ’나‘라는 존재를 인식시키기 위해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했다면, SNS를 통해 간단하게 ’나‘를 알릴 수 있는 홍보수단이 생긴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전단지, 전화, 이메일이 가장 효과적인 홍보 수단이었으니, 세월의 흐름이 너무 빠르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올 연말 대선 때 SNS가 어떻게 영향력을 미칠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과연 과거 서울시장 선거처럼 막대한 영향을 끼칠 지 아니면 이번 선거처럼 SNS 민심과 실제 민심이 차이를 보일 지 궁금해진다.
글 / 김남용 교수 <신흥대학교 행정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