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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4월 23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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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저항하는 이들을 위한 핸드북, 반항에도 올바른 방법이 있을까?


 

사회 운동과 반체제 인사들의 역사에 관한 글을 써 온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갈 베커먼(Gal Beckerman)은 “눈에 보이는 혁명보다, 그 이전의 보이지 않는 준비 과정”을 탐구해 왔다.

 

그는 최근 발간한 《반체제 인사가 되는 법, How to Be a Dissident》에서 이란의 시민혁명을 다루지 않았지만, 혁명이나 대규모 사회 변화가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존재했던 조용한 네트워크와 사상의 축적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통해 설파했다.

 

그렇다면 그의 책을 근거로 할 때 이란에서 시민혁명이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까?

 

우선, 내부로부터의 균열이다. 베커먼이 다룬 사례들(이를테면, 바츨라프 하벨이나 레흐 바웬사)은 체제 외부의 공격자가 아니라 내부의 ‘도덕적 불복종(不服從)’이었다. 이란에서도 변화의 출발점은 마찬가지로 권력의 바깥이 아니라, 교육받은 중산층·종교 엘리트 일부·문화계 인사처럼 체제와 접점을 가진 집단에서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

 

체제를 전면 부정하기보다, 체제가 스스로 내세운 가치(정의, 공동체, 신앙)를 근거로 모순을 드러내는 방식이 더 넓은 공감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성공적인 반항이 되려면 ‘조직된 일상성’을 가져야 한다. 거리 시위는 눈에 띄지만, 그것만으로는 오래 가지 못한다. 베커먼이 예시한 사례들의 핵심은 지하 네트워크, 즉 독립 언론, 소규모 모임, 문화 활동 같은 느슨하지만, 지속적인 연결망이었다. 이란에서도 이미 존재하는 학생 네트워크, 여성 중심 커뮤니티, 디지털 소통망이 이러한 토대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단발적 분출이 아니라, 억압 속에서도 유지되는 “지속 가능한 참여 구조”다.

 

셋째, 서사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반대한다”는 메시지는 오래 가지 못한다. 이를테면 1963년 봄, 미국 앨라배마주 버밍엄에서 십대 청소년부터 여섯 살 어린아이까지 인종차별에 항의했던 「프로젝트-C」가 있다. C는 "대립(Confrontation)"을 의미했으며, 하루 만에 수백 명의 젊은이들이 체포되었다.

 

그런데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불안해하는 부모들에게 “자녀들에 대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이들이 감옥에 가고 싶어 한다면 막지 마십시오. 그들은 자신들 뿐만 아니라 미국 전체와 인류 전체를 위해 일하는 것”라고 안심시켰다.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수감 되었던 아이들은 석방되었고, 시 당국은 구내식당의 인종차별을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이 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요구가 명확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도덕적 이야기로 번역되었기 때문이다.

 

이란에서도 여성의 권리, 경제적 불평등, 표현의 자유 같은 다양한 불만을 하나의 공통된 이야기( “존엄”이나 “정상적인 삶”)로 묶어낼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위험을 감수할 때조차, 자신이 무엇을 위해 나서는지 분명히 알고 싶어 하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누가 나서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역사적으로 보면, 변화는 카리스마적 영웅 한 명이 아니라 ‘연결하는 사람들’에게서 시작됐다. 언론인, 교수, 예술가, 종교인처럼 서로 다른 집단을 이어주는 인물들이 중요하다. 이들은 극단적 구호보다 공통의 언어를 만들어내고, 서로 다른 불만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는다.

 

오늘날 이란에서도 특정 개인보다는 이런 ‘중간 리더십’의 형성이 시민혁명을 성공으로 이끌어 갈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성공의 조건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급격한 충돌은 주목을 받지만 동시에 강한 반작용을 불러온다. 갈 베커먼이 보여준 많은 사례에서 변화는 점진적 압박과 상징적 사건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일상의 저항이 축적되다가 어느 순간 결정적 계기를 만나 확장되는 방식이다. 이란 역시 외부에서 보기에는 갑작스러운 시민혁명 같아도 실제로는 오랜 시간 축적된 사회적 변화가 임계점을 넘었기 때문에 터진 것이다.

 

결국 “성공하는 저항” 혹은 “올바른 반항”은 단순한 분노가 아니라, 전략·연대·서사의 결합에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르봉이 《군중심리》에서 주장한 맹목적 집합체인 군중과는 맥을 달리한다. 그러므로 어떤 반항이건 성공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패턴과 윤리가 전제된다.

 

이란에서 시민혁명이 일어나 성공한다면 그것은 “사람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어떤 변화를 만들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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