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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3월 13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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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람·동물·식물이 함께 사는 도시, 서울


 

커피가 퇴비가 되고, 퇴비가 채소가 되는 도시. 그런 도시에서는 치유와 힐링, 위기 대응 먹거리 교육, 사회적경제 활성화, 원 헬스(One Health)의 실천이 제각각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순환고리로 진행될 수 있다. 필자가 그리는 서울의 청사진이다.

 

서울의 도시 문제를 따로따로 보면 해법도 흩어진다. 1인 가구의 외로움은 복지 문제로, 반려동물 증가는 생활 문화 문제로, 커피박은 폐기물 문제로, 도시농업은 취미나 교육 문제로 보이기 쉽다. 그러나 이 문제들을 하나의 선으로 연결해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온다. 서울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환경 정책도, 단순한 복지 정책도 아니다. 도시민의 정서적 고립을 줄이고, 도시의 폐기물을 자원으로 바꾸며, 기후위기와 식량위기에 대응하는 통합적 생명순환 정책이 필요하다.

 

◇ 외로운 서울

 

그 출발점은 서울의 생활 구조 변화다. 서울시가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 서울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서울 가구의 19.5%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고, 반려동물 보유 가구 가운데 36.4%가 1인 가구다. 서울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은 39.3%로 나타났다. 더 주목할 것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있어 외로움’이 1인 가구의 어려움 가운데 주요 항목으로 꼽혔다는 점이다. 즉 서울의 반려동물 증가는 단지 취향에 의한 것이 아니라, 도시 생활의 외로움과 고립 문제가 생활 문화의 형태로 드러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1인 가구가 겪는 외로움에 대한 도시 행정의 응답은 무엇이어야 할까?

 

반려동물이 정서적 동반자라면, 그다음 살펴볼 게 반려식물이다. 농촌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34%, 약 1,745만 명의 인구가 반려식물을 기른다고 응답했다. 특히 30대 이하의 비율이 37.2%로 가장 높았고, 반려식물을 기르는 장소는 실내가 90.2%로 압도적이었다. 관련 산업 규모는 총 2조 4,215억 원으로 추산되는데, 식물 자체 산업이 1조 1,856억 원, 화분·배양토·영양제 등 관리 산업이 1조 2,359억 원에 이른다. 반려식물 키우기는 더 이상 작은 취미가 아니다. 그것은 도시에서 사람이 자연과 관계를 맺고, 돌봄을 실천하며, 삶의 리듬을 회복하는 하나의 생활 문화다.

 

◇ 도시 농업의 의의

 

특히 서울처럼 1인 가구가 많은 도시에서 반려식물은 자연의 축소판이자 치유 장치가 될 수 있다. 물을 주고 생장을 살피고, 씨앗이나 모종의 변화를 지켜보는 일은 단순한 원예 활동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을 다시 계절과 생명의 시간으로 연결하는 행위다. 반려동물이 사람과 동물의 동행이라면, 반려식물은 사람과 자연의 동행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계가 생활 속에서 확장되는 공간이 바로 도시농업이다. 도시농업은 식물을 키우고 돌보는 경험을 통해 시민이 자연의 순환을 직접 체험하는 생활 생태 공간이기 때문이다. 베란다 텃밭이나 상자텃밭, 학교 텃밭 같은 도시농업 공간에서는 식물을 돌보는 과정에서 정서적 치유가 이루어지고, 반려동물과 함께 머무는 생활 녹지도 만들어진다.

 

따라서 도시농업은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1인 가구의 치유와 힐링, 먹거리 시민교육, 공동체 회복을 동시에 담아낼 수 있는 도시 복지 인프라가 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반려식물은 개인의 취미를 넘어 도시 생태와 먹거리 교육을 연결하는 도시 정책의 언어가 된다.

 

그러나 도시농업의 의의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기후위기와 식량 공급망 불안정성이 커지는 시대에 도시농업은 도시의 생태 기반을 회복하고, 시민의 먹거리 대응력을 높이는 생활 인프라로 확장될 수 있다.

 

◇ 도시 문제의 연결고리

 

문제는 도시농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토양과 퇴비 같은 기본 자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상자텃밭이든 베란다 텃밭이든, 학교 텃밭이든 옥상 텃밭이든, 이를 지속적으로 가꾸기 위해서는 건강한 토양과 유기물 기반의 퇴비가 필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서울의 또 다른 도시 문제와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커피 소비가 많은 나라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커피 수입액은 13억 7,846만 달러(약 1조 9천억 원)로, 전년 대비 약 11% 증가했다. 커피 소비가 늘어날수록 추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커피박도 함께 증가한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 자료에 따르면, 국내 커피박 발생량은 연간 약 35만 톤 수준으로 추산된다. 특히 카페가 밀집한 대도시에서 그 발생량이 많다. 서울연구원과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하루 약 145톤의 커피 찌꺼기(커피박)가 배출된다. 서울의 커피전문점은 1만 3,516개소로, 전국의 약 19%가 서울에 집중돼 있다.

 

특히 서울시는 커피 원두의 약 0.2%만 실제 음료로 추출되고, 나머지는 대부분 커피박으로 남는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향긋하게 소비하는 커피 한 잔 뒤에 상당한 규모의 유기성 폐기물이 남는 구조인 셈이다.

 

그러나 이 폐기물이 도시 생명을 살리는 자원이 될 수도 있다. 커피박은 유기물 함량이 높아 발효 과정을 거치면, 양질의 퇴비로 전환될 수 있다. 실제로 서울시와 일부 자치구는 커피박 재자원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4년 강남구에서 수거된 커피박은 약 540톤으로, 서울시 전체 수거량 2,405톤의 22%를 차지했다. 강남구는 수거된 커피박을 퇴비와 고형연료 등으로 활용하는 민관협력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 새로운 모색

 

이 지점에서 서울시는 중요한 정책적 전환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1인 가구의 외로움 해소를 반려식물과 연결하고, 반려식물을 도시농업으로 확장하며, 도시농업의 양분이 되는 퇴비를 커피박으로 만드는 구조다. 이것은 단순한 자원순환의 해법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과 도시의 생태를 함께 돌보는 정책이다.

 

더 나아가 이는 기후위기와 지정학적 충격, 식량위기에 대한 도시의 대응 전략이기도 하다. 서울은 식량 생산 기반이 거의 없는 대표적인 소비 도시이며, 외부 공급망 의존도가 매우 높다. 국제 물류 충격이나 에너지 가격 상승, 비료 가격 급등이 곧바로 시민의 먹거리 물가로 전이될 수 있는 구조다.

 

따라서 도시농업은 단순한 체험 영역이 아니라, 위기 대응형 시민 먹거리 교육 인프라가 되어야 한다. 텃밭을 가꾸는 일은 단지 상추 몇 장을 키우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기후위기 시대의 토양, 퇴비, 생태, 먹거리, 공급망, 지역 순환을 시민이 직접 배우는 과정이다. 반려식물과 상자텃밭은 정서 치유 장치이면서 동시에 식량위기 대응 교육 플랫폼이 될 수 있다.

 

◇100만 상자텃밭 프로젝트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100만 상자텃밭 프로젝트’다. 서울의 약 400만 가구 가운데 25% 수준인 100만 가구가 상자텃밭이나 반려식물을 직접 가꾸도록 지원하는 정책이다. 이 정책의 핵심은 단순한 보급에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도시 안에 생명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구조는 생각보다 단순하지만 그 의미는 크다. 카페는 커피박을 분리배출하고, 자치구와 사회적경제 조직은 이를 수거해 발효 과정을 거쳐 커피퇴비로 전환한다. 시민은 상자텃밭과 반려식물, 학교 텃밭, 옥상 텃밭 등에 그 퇴비를 활용한다. 도시에서 소비된 커피가 다시 토양을 살리고 식물을 키우는 자원으로 돌아가는 도시 생명순환 체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도시민은 단순히 채소 몇 포기를 기르는 경험을 넘어 치유와 힐링을 얻는다. 아이들과 청년, 노년층은 텃밭을 통해 먹거리와 생태를 배우고, 자연의 순환을 몸으로 익히게 된다. 동시에 사회적경제 조직은 커피박 수거, 퇴비 생산, 도시농업 교육, 지역 먹거리 프로그램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일자리와 사업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즉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도시농업 사업이 아니다. 복지, 환경, 교육, 사회적경제가 동시에 작동하는 도시 정책 플랫폼이다. 도시의 폐기물이 자원이 되고, 시민의 참여가 도시 생태를 회복시키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회적 가치와 경제 활동이 태동한다.

생명순환 마일리지

 

하지만 이러한 생명순환 구조가 실제 도시 시스템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행 주체와 시민 참여를 이끌어낼 매력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 마을 카페가 커피박을 분리배출하면 지역의 사회적경제 조직과 마을기업이 이를 수거해 퇴비로 전환하고, 자치구가 이를 시민의 상자텃밭으로 다시 공급하는, 촘촘한 순환 네트워크 형성이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생명순환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할 필요도 있다.

 

‘생명순환 마일리지’는 시민이 일상에서 생태적 실천을 할 때 적립되는 탄소중립 포인트다. 이는 무거운 흙을 옮기는 수고를 요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상 속의 즐거운 경험을 보상하는 방식으로 다음과 같이 설계되어야 한다.

 

첫째, 카페와 시민의 연결이다. 개인 컵(텀블러)을 사용해 음료를 주문하거나, 카페에 비치된 소포장 ‘커피퇴비’를 시민이 직접 수령해 갈 때 마일리지를 적립해 주는 방식이다. 이는 카페를 단순한 소비 공간이 아니라 지역 생태 순환의 거점으로 변화시킨다.

 

둘째, 디지털 생태 기록의 활성화다. 시민이 자신의 상자텃밭이나 반려식물이 성장하는 과정을 사진 촬영해 전용 앱을 통해 인증하거나 식물 상태를 공유하게 하면서 마일리지를 적립해 주고, ‘반려식물 병원’의 온라인 상담을 이용할 때 축적한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이렇게 쌓인 기록은 데이터 기반 도시농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기초 자료가 될 수 있다.

 

셋째, 나눔과 돌봄의 실천이다. 직접 키운 채소나 꽃을 지역의 ‘공유 냉장고’에 기부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홀몸 어르신의 반려식물을 대신 관리해 주는 ‘돌봄 봉사’에 참여할 경우 높은 마일리지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적립한 마일리지는 대중교통 이용료, 공공시설 이용료, 혹은 새로운 모종과 씨앗 구매 비용 등으로 환원되어 시민의 삶에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 생명순환 도시, 서울

 

이러한 참여 시스템이 구축되면 도시의 생명순환 구조가 시민의 일상 속 생활 문화로 자리 잡게 된다. 커피 한 잔의 소비가 텃밭의 토양을 살리고, 시민의 작은 실천이 도시의 생태를 회복시키는 경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반려동물 정책까지 결합하면 도시 철학은 더욱 분명해진다.

 

반려동물 공공 놀이터 확대, 유기동물 입양 지원, 반려동물 공공 의료 지원은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정책이다. 반려식물과 상자텃밭은 사람과 식물이 함께 살아가는 생활 생태 공간을 만든다. 그리고 커피박 순환은 사람의 소비가 다시 생명을 살리는 자원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자원순환 정책이다.

 

반려식물과 반려동물 정책이 연결되는 순간, 도시 정책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진다. 복지 정책, 환경 정책, 농업 정책, 동물복지 정책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태 구조 속에서 작동하게 된다. 이것은 결국 ‘원 헬스’의 도시형 실천이다. 사람·동물·환경의 건강이 하나로 연결된다는 개념이다. 사람의 건강, 동물의 복지, 식물의 성장, 토양의 회복, 도시 생태의 재생이 하나의 선 위에서 연결되는 구조다. 사람의 삶의 질과 도시의 생태 건강이 동시에 회복되는 방식이다.

 

커피 한 잔의 소비가 도시의 생명을 살리는 자원이 되는 도시, 사람·동물·식물이 함께 살아가는 생명순환 도시, 그것이 기후위기와 식량위기 시대에 서울시가 선택해야 할 새로운 도시 문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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