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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09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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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원잠 건조, 한국이냐 미국이냐...‘조선소’ 두고 흔들리는 한미 동맹

필라델피아 조선소 띄우는 트럼프 VS “국내 건조” 내세운 대통령실
한국에 제공할 핵연료, 군사적 전용 우려에 美 에너지부도 제동
국내 찬반 논쟁·동맹 간 미묘한 온도차 속 ‘K-원잠 수출 시대’ 시험대

 

한국의 첫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을 어디에서 건조할지를 둘러싸고 한미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이 보유할 원잠은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고 공개 발언한 지 며칠 만에, 대통령실이 “원잠 건조는 한국 조선소에서 추진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다.

 

여기에 양국이 정상회담 합의 내용을 담아 내놓기로 했던 공동 ‘팩트시트’ 발표까지 핵잠 협력 문구를 둘러싼 이견으로 연기되면서, 원잠 건조 장소를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역할 배분’ 차원을 넘어 한미 동맹 균열 조짐까지 예측된다.

 

◇ 트럼프는 “필라델피아” 대통령실은 “국내 건조”...엇갈린 메시지

 

논란의 출발점은 지난 10월 말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이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과 SNS(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미국이 한국의 원잠 보유를 승인했고, 그 잠수함은 한국 한화그룹이 인수한 필리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고 거듭 못 박았다.

 

필리 조선소는 과거 미 해군 함정의 건조와 수리 기지로 사용되다가 1990년대 중반 군 조선소로서의 역할을 마친 뒤, 최근 들어 민간 재개발과 함께 방산·조선 클러스터로 재편되고 있는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는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펜실베이니아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달 7일 “원잠 건조는 한국 조선소에서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국내 건조 원칙을 분명히 했다. 원잠 도입이 단순한 전력 보강을 넘어 국내 조선·원전·방산 산업의 기술 도약을 견인해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한국 정부는 현재 논의의 초점을 ‘연료(핵추진체)와 설계 기술은 미국이 제공하더라도 선체 건조는 국내에서 한다’는 방향으로 모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 ‘팩트시트’ 한 줄 두고 美 에너지부까지 나섰다

 

한미 간 미묘한 온도 차는 정상회담 뒤 발표될 예정이었던 공동 팩트시트 일정이 미뤄지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초 양국은 관세·투자 패키지와 함께 원잠 협력 원칙을 담은 팩트시트를 이번 주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미국 측은 “추가 부처 협의가 필요하다”며 돌연 연기를 요청했다.

 

미국 에너지부(DOE) 등 핵무기 비확산 정책을 담당하는 부처에서 원잠 연료 제공 방식과 기술 이전 범위에 대해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에 농축 우라늄을 제공하더라도 군사적 전용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기존 한미 원자력협정과 별도의 예외 조항을 둘지 등 세부 옵션을 놓고 미국 내 이견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팩트시트 문안 조정 과정에서 안보·비확산 관련 표현이 민감하게 다뤄지는 상황”이라면서도 “원잠 보유와 관련한 원칙적 합의는 이미 이뤄진 상태”라고 강조한다. 결국 쟁점은 ‘한국이 어디까지 기술 주권을 확보하느냐’와 ‘이를 어느 나라 조선소에서 구현하느냐’를 둘러싼 줄다리기로 압축된다.

 

 

◇ 북중러 변수 속 ‘심해의 눈’ 확보 경쟁

 

한국이 원잠 보유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북한과 주변국의 움직임이 깔려 있다. 북한은 최근 수년간 ‘전략 핵잠수함’ 개발을 공언하며 대형 잠수함 건조 장면을 잇달아 공개했고, 올 들어서는 사실상 핵추진으로 추정되는 신형 잠수함 선체를 선보이며 주변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일부에서는 러시아의 기술 지원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중국도 다수의 전략형 핵잠을 남중국해와 서해 인근 해역에 배치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재래식(디젤) 잠수함으로는 북·중의 장기 작전과 원양 작전을 따라가기 어렵고,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의 ‘심해 감시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원잠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미 한국은 KSS-Ⅲ 배치-Ⅱ 등 최신 디젤 잠수함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수중전 능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장기간 은밀 잠항과 신속 기동이 가능한 원잠을 갖게 될 경우 한반도 및 동북아 해양 안보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0조 넘는 사업...‘어디서 만드느냐’가 동맹의 시험대

 

한국의 원잠 확보에 들어갈 비용은 최소 10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그만큼 국내에서도 찬반 논쟁이 뜨겁다.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원잠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어제의 무기’에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팽팽히 맞선다.

 

여기에 ‘어디서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이 더해지면서, 논쟁의 무게 중심은 정치·외교의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이 선체·전투체계 통합을 국내에서 수행해 기술 자립을 강화하면, 장기적으로는 ‘한국형 원잠’ 시리즈를 통해 수출 시장까지 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미국 내에서 상당 부분을 건조하게 되면, 한국은 핵추진 기술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대신 일부 주권적 선택권을 양보해야 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이번 논쟁은 단순한 ‘조선소 주소’ 문제를 넘어 “한국이 향후 30~40년의 안보·산업 전략에서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확보할 것인가”를 묻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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