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9일 이재명 대통령은 ‘벌목과 임도가 산사태를 유발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난개발과 훼손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산림청을 지적한 것이다. 과학적 연구에 따르면, 임도가 합리적으로 설계, 시공 관리되면 침식량이 감소하고 우수 유출 완화 및 재해 대응 효율성 향상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적절한 관리가 안 될 경우 토사가 유출되고 사면 불안정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 임도는 산림 살리는 모세혈관과도 같아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 참석자들은 임도를 단순한 산림경영의 수단으로 인식하지 말고, 산림의 생태적 건전성과 기후 위기 대응 체계, 그리고 산림관리 효율성 간의 균형이라는 복합적인 과제로 확장해서 임도의 본질적인 가치를 재정립해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임도에 대한 가치를 재평가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임도가 산림 훼손이나 산사태의 원인으로 오해되기도 하지만, 최근 과학적인 노선 설계로 산사태 피해를 줄이고 재해 복구와 산림관리의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임도의 공익적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책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발제에 나선 손지영 한국치산기술협회 박사는 ‘임도의 지속 가능한 조성과 관리·이용을 위한 제도와 법령 개선 제안’이라는 발제를 통해 “임도가 잘못 설계된 시공과 관리라면 위험을 키울 수 있으나, 적정한 위치와 공법, 그리고 유지관리만 잘 이뤄진다면 재해 대응과 복구를 위한 핵심 인프라가 된다”며 “임도는 산림을 살리는 모세혈관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최근 수십 년간 극한 호우의 기준 자체가 달라졌다”고 설명하며 ”시간당 50mm가 넘는 강한 비가 더 자주, 더 강하게 쏟아지면서 2020~2023년에 기록적 산사태가 이어졌고, 특히 급경사지의 임도 주변 피해가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2015년 이후 산사태 통계가 별도로 집계되면서 언론에서 임도와 산사태를 직접 연결하는 보도가 집중되며, ‘산사태 사각지대’와 같은 표현을 쓰면서 임도의 역기능에 대한 인식이 강화된 측면도 있다”고 짚었다.
◇ 임도가 적정하게 구축되면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에는 총 26,785km의 임도가 개설되어 있다. 올해는 약 1,003km의 신규 개설이 계획돼 있다. 그럼에도 임도가 산림 훼손 시설이며 환경 파괴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는 부분을 어떻게 설명할까?
손 박사는 “임도가 안고 있는 구조적 근본 문제에 대해 공익 기능을 극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업 현실화와 사업 기간 다년화를 통한 전략 수립부터 시공까지 체계적으로 안정성을 확보하고 기존 임도는 재보강하는 임도 조성과 관리가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손 교수는 “임도가 적정하게 구축되면 소규모 친환경 개발이나 관광 등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게 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게 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권형근 한국농수산대학교 작물·산림학부 교수도 ”임도가 기존의 산림경영 시설을 넘어 기후 위기 시대의 핵심 재난 대응 인프라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 교수는 ”임도를 산림 기반 시설이자 기후변화대응 사회간접자본(SOC)으로 재정립돼야 한다”며 “한국의 임업은 60년 만에 비로소 본격적인 목재 수확기로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업은 자본회수 기간이 매우 긴 산업 특성상 인도의 경제성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최소 1회 경영 사이클을 거쳐야 한다”며 “임도 확충은 단순한 도로 개설이 아니라 임업의 기술혁신 기반이라는 의미를 갖는다”고도 강조했다.
이어 “임도가 지속 가능한 이용이 되려면 설계부터 시작해 전주기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법령 제정을 통한 산림관리 인프라 시설의 관리 강화와 신규 개설을 포함한 유지관리시스템을 도입하고, 지역별 맞춤형 인도 밀도체계 및 사유림 중심의 협치를 구축해야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 산림 재해 대응에 기여하는 기능 더 커
임상준 서울대학교 농림생물자원학부 교수는 “최근 기후 위기 심화 및 대형 산불, 산사태 발생 빈도 증가에 따라 임도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산림 재해 대응에 필수적'이라는 공감대 확산과 함께 '재해의 원인'이라는 비판 역시 지속 제기되고 있는 점을 설명한 임 교수는, 준비된 자료를 통해 "최근 10년 (2015-2024년) 산불 발생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임도로부터 90m 이내에서 발생한 산불은 전체 발화 건수의 1.6%, 250m 이내는 약 3.9%에 불과해 임도를 통한 산불 발화 비율은 매우 낮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임도를 통한 산불진화대원의 신속한 투입은 대형 산불 진화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분석도 내놨다.
임 교수는 “임도는 산림 재해의 원인일 수도 있으나, 그보다 산림 재해 대응에 기여하는 기능이 더 크다는 점에서 필요성이 분명하다”면서 “임도 개설과 관리 과정의 설계 미흡, 배수 기능 부족, 급경사 지형 등으로 인해서 관리 부실이 재해를 유발하는 상황에 대해선 충분한 통제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 정책의 초점에서 부정적 영향 최소화해야
향후 정책의 초점은 ‘임도 폐쇄 여부 논쟁’이 아닌 부정적 영향 최소화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어수형 국립공주대학교 교수는 "임도의 친환경성 제고를 위해서는 계획 단계부터 급경사나 산사태 위험지역을 제외한 노선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설계 단계에서 최소 노폭과 곡선반경 노선을 적용하고 시공 단계에서 현지의 토양과 식생을 활용하는 등 외부 자재 반입을 최소화하는 등의 연결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 교수는 “임도의 긍·부정 영향이 모두 존재함을 고려할 때, 향후 정책의 초점은 ‘임도 폐쇄 여부 논쟁’이 아닌 부정적 영향 최소화와 친환경적 관리 체계 구축에 둬야 한다”며 “산림 생태계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임도는 종별·지역별·관리 수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만큼 논쟁보다는 생태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또 ”장기적으로 안정적 생태계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과학 기반의 관리와 복원 전략이 핵심”이라며 “임도 정책은 생물다양성 보전과 기후 위기 대응, 그리고 지속 가능한 산림경영을 동시에 고려한 친환경 임도 모델 구축에 초점을 둘 것”을 제안했다.
◇ 임업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향후 발전 방향은?
산림 현장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 온 현장 임업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우리나라 임도와 숲길 체계가 직면한 과제와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박정희 한국산림경영인협회 회장은 우리나라의 숲길과 임도는 오랫동안 단선형 인도와 작업을 중심으로 형성돼 왔다“며 ”과거에는 벌채된 임목을 인력이 직접 ‘목도’로 운반하던 방식이었으나, 현재는 산림 노동력의 고령화와 기계화 진전으로 인해 임도의 역할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현재 국내 산림은 조성 후 약 50년이 경과된 지역이 많아 ‘수익 간벌’과 ‘택벌’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며 “택벌 실시 후 형성되는 5m 내외의 벌목 간격은 기계 투입이나 운재에 유리해 기존 군재로가 작업로로 전환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적 흐름에서도 목재 이용 주기는 단축되는 추세다. 과거 독일은 약 80년, 핀란드는 약 90년이 지나면 목재를 수확했으나, 현재는 집성목 기술 등 가공 기술 발달로 30~40년생 목재의 경제적 활용도 가능해졌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도 30년 이후 본격적인 수익 간벌 단계에 진입하면서 운재로나 임도 기반 확충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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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벌 실시 : 숲 전체에서 일정 기준에 따라 개체 목을 선택해 벌채하는 산림 갱신 방식 ※ 운재로 :산림에서 생산된 임산물을 운반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산림 내에 설치하는 작업로를 말함 |
박 회장은 이어 “산림경영을 위한 적정 임도 밀도는 약 50m/ha 수준으로 제시되지만, 실제 산림은 목재 생산뿐 아니라 임산물 채취, 산림휴양·치유, 체험 기능까지 포괄하는 다목적 공간으로 사용을 감안 할 때는 최소 100m/ha, 우수한 경영 조건을 목표로 하면 200m/ha 수준의 임도 밀도가 확보돼야 실질적 산림경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임도 기능에 대한 오해 없애려면 원래 목적 알려야
임도의 목적과 관리에 대한 열띤 토론도 진행됐다. 이성진 산림청 목재산업과 과장은 “기후 변화가 심하고 재난이 많이 발생하면서 자연스럽게 임도가 화두로 떠오른 부분이 있다”며 “우리나라 산림 여건이 변화하고 있고 변화해야 하는 시점에 다다르며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던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한상균 강원대학교 한국산림공학회 회장은 “임도가 가지는 원래의 기능과 목적이 잘 발현이 되지 않고 ‘재난관리 측면에서의 임도가 개설된다’라는 일부 사람들의 오해로 빚어진 문제가 생기면서 임도가 이슈화됐다”며 “임도가 지속 가능하게 유지되려면 원래 목적이 강화되고 그것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새롬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 한새롬 이사장은 현재 임도와 산림경영의 필요 및 위험성은 널리 논의되고는 있지만, 실제 실행의 책임은 지역 단위에 집중돼 있는 게 현실“이라며 “임도 정책이 ‘당위’에서 출발할 경우 지역 주민을 설득하기 어려운 만큼 ‘누가 무엇을 어떻게 원하는가’라는 수요 기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목재 수요, 재해관리 수요, 지역 생태·사회적 필요를 기반으로 임도 설치의 필요성과 위치가 결정돼야 한다”며 “임도 조성·관리·활용에 대한 명확한 목표치와 관리 기준이 지역 차원에서는 부재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제기됐다”고 짚었다.
이날 토론회를 공동 개최한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회사에서 “일부에서는 임도가 산림 훼손이나 산사태의 원인으로 오해되기도 하나 이는 과거 일부 사례에서 비롯된 편견”이라며 “최근에는 재해 복구와 산림 관리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과 삼표그룹 장학재단인 정인욱학술장학재단이 공동으로 개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