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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사회를 읽은 횡단적 사고(10) 학교 교육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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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학교 학기가 새로 시작하는 지난 3월부터 우리나라 교육이 안고 있는 당면 과제는 무엇인지를 공유하고자 <사회를 읽은 횡단적 사고>를 키워드로 연재를 시작하여 어느덧 10회 차가 되었습니다. 이번호는 마지막으로 그간의 논고를 정리하고 거시적·미시적 시점에서 우리나라 학교 교육의 과제는 무엇이며 어떻게 대응해 가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테세우스의 배

 

테세우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테세우스의 배>(Ship of Theseus)는 에게해 남부의 크레타섬에 사는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정벌하기 위해 테세우스가 탄 배를 말한다. 테세우스의 배는 위대한 기념물로 후세에 계승되었으나 배의 부품 등 자재가 노후화하여 부실한 부품을 하나하나 새 부품으로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철학자를 중심을 어느 물체에서 그것을 구성하는 부분 모두가 다른 것으로 교체되었을 때 과거의 그것과 현재의 그것을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즉 동일성의 문제를 놓고 논쟁이 일었다.

 

지금 우리 사회를 둘러보면 ‘민족’이나 ‘뿌리’를 마치 신앙과 같이 주장하면서도 현실에서는 우리나라를 구성하는 부품들을 하나하나 교체해 가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제도는 이미 고희를 넘길 정도로 성숙되었는데도 정권이 교체되면 외국의 교육제도나 정책을 검증 없이 차용하는 사례는 7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이 다른 미디어에 비해 높게 요구되는 방송은 시청률을 기반으로 하는 상업주의 탓인지 청소년들의 도전과 국민들의 교양과 사회의 통합 등을 위한 프로그램보다 쾌락성이 높은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편성하는 추세이다. 방송은 이미 아마추어나 연예인의 공론장이 되어있고 그들은 오락을 넘어 신중한 판단을 요하는 이념이나 역사까지 넘나들면서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사례도 있다. 그리고 상업주의의 범람은 특정 문화의 편중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대부분의 방송이 트로트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민족’이니 ‘뿌리’니 하는 원초주의를 주장하면서 뿌리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이 미디어에 의해 중심적 문화처럼 자리 잡아가고 있는 현실을 미디어 제국주의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이다.

 

학교 교육이 중요한 것은 문화의 가치를 일깨우고 문화적 동질성을 확보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과거 문화는 설화, 신화와 같은 민속전승이 바탕이 되었지만 학교교육이 체계화되고 보편화된 이후 정치적·제도적 사회화인 학교 교육을 통하여 전달하게 되었다. 지금 우리나라의 공통적·본질적인 부분인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고 발전해 가기 위해서는 정밀한 진단을 통해 학교교육의 과제를 찾는 것이 대한민국이라는 미래를 밝게 하는 기본과제라고 본다.

 

성장사회에서 성숙사회로

 

우리 교육제도는 20세기 중반에 성립된 이후 몇 차례의 교육개혁에서 교육의 다양화, 학교의 자율성이 제한적인 범위에서 키워드가 되었지만, 교육의 관료주의적 중앙집권 체제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1, 2차 산업이 중심이던 시대의 학교 교육 시스템 대부분이 3차 산업으로 산업구조가 이행되고 4차 산업혁명이 제창되는 시대에도 변함없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신앙은 여전하다. 여기에는 정치적인 요소나 기득권층의 변화에 대한 강력한 저항이 있는 탓도 있지만 현재의 교육제도 기본 틀이 미래에도 유효성을 확보할지, ‘저속력의 교육제도’가 되어 사회발전을 지체하는 요소가 될지에 대한 판단능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20세기 후반 이후 사회 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로 인류는 역사에서 그간 겪어본 적이 없는 변화의 압력을 받고 있다. 인간의 가치관이 다양화하고 집단주의적 사고방식을 전통으로 하였던 공동체 의식에도 변질이 생기고 있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확장된 인터넷은 인간 대 인간의 직접적 대화나 체험보다는 가상의 공간에 인간을 가두어 공동체 의식의 해체를 가속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교육의 원점인 가정의 교육력도 급속히 약화되고 대신 그 역할을 학교가 담당하여야 한다는 사회적·행정적 압력도 가속화되고 있다.

 

그런데 미래사회를 위기로 보아야 하는 요인은 다른 곳에도 있다. 아래 두 개의 그림은 국제연합이 2019년에 발표한 세계인구 추계를 바탕으로 적성한 것인데 우리나라 인구는 2025년을 기점으로 감소추세로 전환된다. 2040년에는 5천만 명대가 무너지고 2070년에는 4천만 명대, 2100년에는 3천만 명대가 붕괴된다. 갈수록 저하되는 출산율, 초고령화라는 인구구조의 변화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이라는 전제의 붕괴를 예고하고 있다.

 

 

UN은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14%를 고령화 사회, 14~21%를 고령사회, 21% 이상을 초고령사회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980년 3.87% → 1990년 4.98% → 2000년 7.33% → 2010년 11.30% → 2020년 15.79%로 높아졌다. 고령 인구의 증가추세는 더 급속히 진행되어 2040년에는 40%를 넘어선다. 초고령이라고 할 수 있는 80세 이상의 인구도 2040년이 되면 전 인구의 10%를 넘어서고 2075년에는 20%를 넘어선다. 2020년에 185만 명인 80세 이상 인구가 2040년에 500만 명이 넘어서고 2065년에는 800만 명에 육박한다.

 

한편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1981년 86만7,049명에서 1990년 64만9,738명, 2000년 63만4,501명, 2010년 47만171명, 2019년 30만3,000명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2020년에 접어들어서도 출생아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여 7% 이상씩 인구가 감소하고 있으므로 2020년 연간 출생아 수는 30만 명이 무너질 것은 확실하다.

 

현재 급격히 감소하는 출생아 수 등 인구에 영향을 주는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평균수명과 다문화인구가 현재와 변동이 없다는 전제에서) 우리나라 인구는 저위추계 80% 예측구간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조심스럽게 예측하지만 우리나라 인구는 2035년에 5천만 명대가 무너지고 2055년에 4천만 명대, 2080년대 3천만 명대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출생아 수의 감소는 학령인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발표한 공식통계와 최근 출산율을 바탕으로 2040년까지 교육단계별 학령인구를 추계하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입학자는 2020년 대비 50%가량 감소한다. 대학입학연령에 해당하는 18세 인구도 마찬가지로 감소한다. 그러나 현재 정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주된 논의는 교육 통치를 누가 할 것인가 등과 같이 관료주의의 타파보다는 기성세대주의와 관료주의를 얼마나 공고히 할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다.

 

교육의 양적 성장이 거의 반세기 이전에 끝나고 지금 이후는 교육의 질적 수준을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가 더 긴급한 과제라는 사실을 냉정히 받아들인다면 교육내용을 어떻게 편성할 것인지, 시대가 요구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교육방법은 어떻게 고안할 것인지, 변화의 시대에서 교원의 전문성은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학교 교육을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가(학급당 학생 수라는 고정관념에서 학급당 교원 수의 개념으로 전환)가 더 우선시되어야 하는 과제일 것이다.

 

사회 패러다임의 변화에 발맞추는 교육

 

영국 출신 공상과학 소설 작가 찰스 스트로스(Charles Stross)는 지금 시작하려고 하는 과학혁명을 ‘아첼레란도’라고 하였다. 아첼레란도는 음악 용어로 ‘점점 빠르게’라는 뜻인데 점점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사회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때에는 예측하지 못한 나쁜 결과가 생긴다는 은유이다.

 

 

탈산업사회(Daniel Bell), 초산업사회(Alvin Toffler), 정보화시대, 전자공학시대(Marshall Mcluhan), 한계비용제로사회(Jeremy Rifkin) 등은 20세기 중반 이후부터 있어온 새로운 시대에 대한 포괄적 용어이다. 2016년에는 세계경제포럼 회장인 슈밥(Klaus Schwab)이 현재 이후의 시대를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이름 붙였다. 슈밥은 제4차 산업혁명의 기술적 메가트랜드인 물리적, 디지털, 생물학 세 가지의 메가트렌드가 상호 관련해 가는 것이 지금까지의 산업혁명과 다른 특징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의 주장을 과민하게 받아들이거나 확대해석하여 현재 미완성의 과제는 그대로 두고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이 타당한지는 깊게 생각할 일이다. 각 산업혁명에는 범용목적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 GPT)이 있는데 제1차는 증기기관, 제2차는 내연기관, 제3차는 컴퓨터와 인터넷이다. 그리고 제4차는 AI(인공지능)인데 제3차 산업혁명은 현재 진행 중에 있으며, 제4차 산업혁명의 GPT인 범용 AI(인간처럼 모든 과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주장의 원점은 스마트 공장(생각하는 공장)이 중핵인 독일의 제조업 발전 비전 ‘Industrie 4.0’인데, 독일의 정부계획에 아시아 각국의 정치, 행정, 산업, 교육이 너무 과민반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일본은 2016년 세계경제포럼 직후에 산업경쟁력회의를 개최하여 새로운 성장전략에 대하여 본격적인 검토를 시작하였으며 2016년 6월에 발표한 ‘일본재흥전략 2016’ 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기 위한 세부적 전략을 마련하고 범부처적 대응을 하고 있다. 중국도 대책으로 ‘Made in China 2025’를 마련하였는데 제조업 강국을 꿈꾸는 중국의 세계 시장 진출에 위기의식을 느낀 미국이 최근 중국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도 맞불 관세정책으로 대응하여 양국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정보사회론의 관점에서 조금만 벗어나 보면 우리 사회에는 미래를 위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다른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더 심각해져 가는 저출산 문제, 사회 경제적 격차 문제, 청년실업과 빈곤, 고용불안과 아동의 빈곤의 연쇄, 고령화 사회의 문제 등은 최대의 사회적 이벤트인 선거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교육제도 문제, 학교 교육 문제도 점입가경이다. 여기에는 사회문제, 경제문제로 인한 경우도 있고 교육행정 구조로 인하여 생긴 문제도 있다. 학령아동의 감소, 지역 간, 개인 간 교육격차는 심화되어 가고 있으며 학교폭력(물리적 폭력, 언어폭력, 성폭력), 장기결석, 학습부적응, 집단 따돌림 등 학교 교육의 역할에 회의를 가지게 하는 문제도 적지 않다. 교육은 한 인간의 인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활동이며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므로 위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해답을 찾는 노력이 시대에 맞는 교육을 하기 위한 기본이 될 것이다.

 

 

21세기가 요구하는 학교 교육

 

21세기 학습을 위한 파트너십(Partnership for 21st Century Learning)은 2002년에 마이크로 소프트, 시스코, 애플, 인텔 등 ICT 선두 기업과 미국 교육부, 교육계 리더 등이 함께 참여하여, 미국의 모든 학생이 21세기에 필요한 능력을 갖춰 글로벌 경제사회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인재가 될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단체이다.

 

P21은 21세기에 필요한 능력을 (1) 학습 및 이노베이션 능력으로 ‘창조정신과 이노베이션, 비판적사고와 문제해결,커뮤니케이션, 협동심’을, (2) 정보, 미디어 및 테크놀리지 능력으로 ‘정보능력, 정보를 평가하고 식별하는 능력, ICT 능력’을, (3) 생활 및 커리어 역량으로 ‘유연성 및 융통성, 솔선 및 자기주도성, 지역 및 사회와의 접속능력, 목표설정 및 진척관리, 리더십과 책임감’으로 정의하고 있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를 주관하고 교육의 국제표준화를 선도하는 OECD는 21세기의 주요능력(KeyCompetencies)으로 (1) 사회 문화적, 기술적 도구를 상호 작용적으로 활용하는 능력, (2) 다양한 사회 그룹과의 인간관계 형성능력, (3)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1)에는 ‘언어, 기호, 텍스트의 상호작용적 활용능력’, ‘지식과 정보의 상호작용적 사용능력’, ‘테크놀로지의 상호작용적 사용능력’이 포함되며, (2)에는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만들 능력’, ‘협력할 능력’, ‘복잡한 문제를 다루고 해결할 능력’ 등이 있다. 그리고 (3)에는 ‘전체상을 가지고 행동할 능력’, ‘생활계획과 자기계획을 만들고 추진할 능력’, ‘권리, 관심, 한계, 요구를 주장할 능력’ 등이 있다

 

유럽연합(EU)도 ‘모국어에 의한 커뮤니케이션 능력’, ‘외국어에 의한 커뮤니케이션 능력’, ‘과학기술에서 수학적 능력과 기초적 능력’, ‘디지털 능력’, ‘배우는 방법을 배우는 능력’, ‘사회적·시민적 능력’, ‘이니시어티브와 기업가 능력’, ‘문화적 의식과 표현력’을 평생교육의 주요 능력으로 제시하고 있다(European Commission).

 

여기에는 21세기 학습을 위한 파트너십(P21)과 OECD의 주요능력에서는 볼 수 없는 외국어에 의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들어 있다. 현재 유럽연합 가맹국은 28개국(브렉시트로 탈퇴가 확정된 영국 포함)으로 대부분의 국가가 모국어를 가지고 있지만 여러 개를 공식 언어로 하는 국가가 있으므로 정치경제 공동체로 통합되어 있는 유럽연합이 외국어 커뮤니케이션을 중요시한 것으로 생각된다.

 

2009년 1월에는 런던에서 시스코 시스템,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스폰서로 하여 ‘21세기형 능력의 학습과 평가 프로젝트’(Assessment and Teaching of Twenty-First Century Skills Project)가 시작되었다. 2010년에는 오스트레일리아, 핀란드, 포르투갈, 싱가포르, 영국이 참가하였는데, ATC21S은 ‘21세기형 능력’을 4영역 10스킬, 즉 (1)사고하는 방법으로 ‘창조성과 이노베이션, 비판적 사고, 문제해결, 의사결정, 학습하는 방법의 학습, 메타인지(인지과정에 관한 지식)’를, (2) 일하는 방법으로 ‘커뮤니케이션, 협동심(팀워크)’을, (3) 일의 도구로 ‘정보 활용능력, ICT 활용능력’을, (4) 세계에서의 생활로 ‘지역 및 글로벌 시민정신, 인생과 커리어 설계, 개인과 사회적 책임’으로 정의하고 있다.

 

미래에 경쟁력 있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정치와 이념성향이 같은 몇몇 전문가, 특정 학문 분야의 편협한 전문성에서 벗어나 과거에 실시하였던 교육정책에 대한 성찰과 현재 학교제도기준, 교원자격제도, 대학입시제도 등의 정당성, 그리고 21세기 사회변화를 조망하는 통찰력 등을 바탕으로 국민의 이해와 이상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면서 개혁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교직의 재고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희망하는 직업순위 1위는 교사이다. 우리나라 직업의 수가 대략 2만 개 정도라고 하는데 왜 청소년들은 국민들의 신뢰를 많이 받지도 못하는 교사가 되기를 그토록 열망하는가?

 

하그리브스(Andy Hargreaves)는 교원 전문성의 역사적 발달단계를 ‘전문가 이전의 시대’, ‘자율적 전문가 시대’, ‘동료적 전문가 시대’, ‘포스트 모던 시대’의 네 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20세기 후반 이후의 ‘포스트 모던 시대’의 특징으로는 ‘다양한 분야의 기술혁신, 교육의 시장화, 사회의 다문화화, 가족구조의 변화 등에 의해 학교의 교육문제가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교사의 전문성은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탈 전문화에 대한 의도와 광범위하고 종합적, 적극적인 형태로 전문성의 재정의가 요구되어 진다고 한다.

 

19세기 중후반에 서구 선진국에서 공교육이 제도화된 후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지도방법은 엄격하고 기술적으로는 단순하고 대집단에 의한 강의가 특징이었으며, 열심이고 헌신적인 교사에 의한 도제교육을 통하여 양성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산업경제구조의 변화, 글로벌사회의 진전, 다문화 사회로의 이행,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달,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 등의 사회변화는 종전과는 다른 교육내용과 교사의 전문성의 재정의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많은 주와 핀란드 등에서는 교원자격에 석사학위를 요구하고 있으며 독일은 교사의 자격취득을 엄격히 하고 현장실습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교원양성단계에서 전문성을 확보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21세기에 어울리는 교원은 양성기관과 프로그램의 질에 의하여 보증된다. 핀란드는 교원의 질을 높이기 위하여 교원양성기관의 개혁을 추진하였다. 종전의 교원양성 칼리지를 폐쇄하고 교육수준이 높은 여덟 개의 대학이 교원을 양성하도록 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교원이 되는 것을 조건으로 막대한 정부재정을 사용하여 유학비용과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최근 학교 거버넌스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은 교사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기 위하여 자격취득조건을 엄격하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소기준을 충족하면 교원자격증을 취득하는 구조이면서 대학 간의 교원양성 교육의 질이나 교원양성을 담당하는 대학 교원의 수준 차이도 크다. 그리고 교원 자격과 학교 교육에서 요구되는 자질과의 사이에 괴리도 생기고 있다. 대부분의 4년제 대학에 교직과정이 개설되어 있고 동일한 과목과 동일한 단위를 이수하도록 하는 제도적 경직성은 과거 교육이 양적으로 급속히 성장할 당시 부족한 교원 충원을 위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지금 시대에 적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교직과정의 난이도를 높여 교원이 될 자격을 갖춘 우수한 학생들만이 예비 교원으로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교직과정에서 현장실습을 중시하는 실천적 경험이 많아지도록 교원양성체제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

 

권위주의 해체가 중요

 

글로벌화로 인하여 서서히 침투되고 있는 개인주의, 소비주의, 탈중심주의로 우리나라의 뜨거운 근대화의 원동력이 되었던 고정적 아이덴티티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사회에 공명하는 파열음은 계층, 남녀, 세대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생기고 있다.

 

고정된 아이덴티티에 의해 무장된 국민국가가 국제관계에서는 실제성이 저하되고 있는 반면 국가 내부에서는 국민국가의 영속성을 내세워 규제영역을 더 확대해가는 이중적인 측면도 적지 않다. 과거의 질서와 새로운 질서가 충돌하면서 동시에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사회제도의 설계를 위해서는 정책과정에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되고 아울러 과거와 현재의 정책에 대한 성찰과 국제 교육개혁의 동향을 참고하면서 미래를 통찰하는 유연성과 전문성이 필요하다.

 

인간이 태어나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사회제도가 교육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교육정책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한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우리가 평등하다고 생각하는 핀란드는 1963년까지만 해도 10세 단계에서 각각 다른 학교로 진학하는 분기형 교육시스템이었는데, 1963년 11월 종합제 교육제도를 도입하는 법안이 의회에서 가결되었다.

 

종합제 교육제도란 모든 아이들은 같은 학교에서 같은 커리큘럼으로 9년간 교육을 한 후 15~16세가 된 시점에서 김나지움(대학입학을 목표로 하는 학교) 또는 직업전문학교에 진학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사립학교도 이 제도에 포함하여 운영자금을 정부가 지원하고 사립학교가 수업료를 징수하거나 학생을 능력에 따라 선발하는 등 경제적, 사회적, 학문적 선택권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제도에 가깝다. 즉 교육제도에서 평등이라는 가치를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평등주의 교육제도에 의해 핀란드의 학생들이 골고루 학력을 겸비하여 PISA에서 높은 성과를 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그런데 핀란드의 경험이 우리에게 시사를 주는 것은 1963년 교육법안이 몇 개월 또는 1~2년의 구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기 16년 전에 의회의 초당파 위원회에서 200회가 넘는 회의를 거치는 등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였다. 16년간 충돌과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합의에 이르렀지만 종합학교로 전환할 경우 여러 가지 폐해를 우려한 대학과 대학진학을 위한 예비교육을 실시하는 그래머스쿨 교원단체 등의 강력한 저항과 비판도 있었다.

 

1959년에 제출된 종합학교 이행을 권고하는 보고서는 정당간의 합의를 얻지 못하였다. 그렇지만 수많은 논쟁과 토론의 결과 당시 학생들이 받고 있는 교육보다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전 국민이 받아야 한다는 논리에 다수의 정치가가 납득하여 찬성 163표, 반대 68표로 통과되었다. 그런데 이 법안이 핀란드 전체에 실시된 시기는 16년이 지난 1979년이 되어서였다. 1947년에 구상한 법안이 실제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교육제도로 실현된 것은 32년 후였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교육정책을 결정하지만 그 과정이 국민에게 잘 공개되지 않는다. 마치 정부는 블랙박스처럼 폐쇄된 권위주의적 공간처럼 되어 있다. 국회의 입법관행도 마찬가지이다. 중요한 법률을 제정 또는 개정하면서도 입법이 국민에게 미칠 영향, 장래 발생할 문제점 등에 대하여 신중한 토론을 찾아보기 어렵다. 국회의원이 되고나면 자신들의 역량이나 능력은 헌법상 보호되는 영역인 양 헌법기관이니 운운하면서 의정실적 평가를 목적으로 국민의 이익은 생각지도 않은 입법을 무수히 발안하는 행태는 권위주의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다. 1949년 교육법 제정 당시 여러 번의 독회를 열어 여야를 떠나 국민의 교육을 위하여 열띤 토론을 하였던 70년 전의 국회를 벤치마킹하였으면 한다.

 

지금도 국민의 실생활이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많은 정책이 정치, 정부 주도로 단기간에 뚝딱 만들어지고 있으나 정책 입안과정의 기본 정보조차 국민에게 잘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부를 운영하는 재정의 부담자인 국민이 정부 정책과정을 알 수 없는 폐쇄적 행정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 교육행정 과정에 주민 참여를 보장하는 것은 권위주의의 해체이자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요소라 할 수 있다.

 

김상규 

도호쿠대학 법학연구과에서 공공법정책, 와세다대학 교육학연구과에서 교육기초학을 전공하였다. 저서로는 『민족교육』, 『교육의 대화』, 『세계의 학교제도』가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사회 변화와 공공정책, 저출산과 학교정책, 교육의 기회균등이다.

 

MeCONOMY magazine December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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