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7 (화)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성형수술과 조급증

35도에서 40도를 오르내리던 그 길고 지독하게 무덥던 여름이 드디어 가을을 만나 자리를 물려주고 있다.

그 여름, 선풍기를 반경 1미터 이내에 두었을 뿐만 아니라 평소에 가족들에게 전기 아껴 쓰라고 노래를 불렀던 필자가 에어콘 리모콘을 손에 쥐고 살았다. 그런데 도저히 끝이 안보이던 그 여름도 견디어내니 시간이 흐르고 때가 되어 어느새 가을의 선선함을 아침저녁으로 흐뭇하게 느낄 수가 있게 되었다.

필자가 어렸을 때는 에어콘은 커녕 선풍기도 한 집에 한 대가 있을까 말까 했었다.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에 더 무더워지기도 했지만 어떻게 생각해보면 참을성이 없어진 인간들의 본성 때문에 더위 참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PC
가 공급된 이래로 발전에 진화를 거듭하여 이제는 핸드폰 속에조차 컴퓨터가 쏘~옥 들어간 스마트폰이 탄생되어 우리는 온통 클릭세상에 살고 있다. 그저 손가락 한 개로 클릭만 하면 5초 안에 안 되는 일이 없다. 세상의 지식도 구할 수 있고, 길도 찾을 수 있고, 태풍의 경로도 알 수 있고, 집에 앉아 시장도 볼 수 있고, 예금 이체도 할 수 있고, 태평양 건너에 사는 친구와 얼굴을 보며 대화도 나눌 수 있고...... 그러다보니 5초 안에 원하는 세상이 화면 안에 안 나타나면 인내심이 무너지는 빨리 더 빨리를 추구하는 속도전 속에 허겁지겁 쫓기면서 여유라고는 눈곱만치도 찾아보기 힘든 삭막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요사이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도 예전에 비해 참을성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안 아프고 빨리 한 번에 예뻐졌으면......’ 하는 환자들의 염원을 듣고 있노라면 필자가 성형외과 의사가 되기보다는 마술사나 요정이 되었어야했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아파요? 며칠 있으면 티 안 나는 얼굴로 외출 할 수 있어요?’ 마취술의 발달로 통증을 격감 시킬 수는 있지만, 손끝만 베어도 아픈데 통증 없이 수술이 이루어질 수는 없다

또한 아무리 의술이 발달되었어도 치유의 과정이 단축은 될지언정 생략될 수는 없다. 성형외과적 수술은 대체로 수술 당일보다 다음 날이 붓기가 심해지며, 5일 정도가 경과해야 실밥을 제거 할 수 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보이기까지는 수술 부위마다 다르지만 약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쌍꺼풀 수술도 처음부터 너무 자연스러우면 시간이 경과한 다음에는 속 쌍꺼풀처럼 보이게 되며
, 노안검 성형술도 자연스럽게 보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단축 될수록 다시 피부가 처지는 시간도 짧아져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부 이식이나 흉터 재건술, 안면 기형 교정술 등 경우에 따라 어떤 수술은 23차의 수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모든 수술에는 기다림의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이 성형외과 전문의로서의 소견이다.

 

 태풍 산바가 북상한다고 하니 지난 태풍 볼라벤전에 눈썹 하를 이용한 상안검 절제술을 받은 환자가 떠 올랐다.

40대 초반의 여성분으로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인형 얼굴로 상안검이 처진 것 이외에는 부족한 부분이 없었다. 수술을 시행하고 압박 드레싱을 했는데 이틀째 되는 날 보니 거즈는 온데간데없고 환부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환부를 열어놓아야 빨리 낫는다는 믿음에다가 자가 소독(?)까지 용감하게 시행하여 염증 증세마저 보이고 있었다. 말리는 실장을 뒤로하고 환자에게 엄하게 주의를 주고 다음날 다시 내원 하라고 했다.

마침 다음 날이 태풍이 크게 지나간다고 하여 거리에 사람도 별로 없이 한산 했는데 그 환자가 멀리 인천에서 올라왔다
. 태풍 지나고 내일 오지 그랬냐는 필자의 말에 그 환자가 이렇게 대답했다. ‘태풍보다 선생님 말씀이 더 무서워서요.....’

 

글 / 안덕균 원장(안덕균성형외과 원장, 본지 자문위원)




HOT클릭 TOP7


배너







사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