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학교 출퇴근길을 걸어 다닌다. 약 1시간 가까이 걸리는 출퇴근길은 도봉산을 끼고 안방학동과 도봉동의 골목길로 이어지며 서울에서 비교적 가난한 동네 골목길을 지나가야 한다. 출퇴근길에서 골목길 주변의 포장마차 개수, 새로 개업한 가게의 숫자 및 유형, 미용실, 재래시장 등 자영업자들의 판매활동 모습들과 동네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 등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후미진 곳에 새로 신장개업한 식당 및 가게들이 몇 달 못가서 문 닫는 것을 보는 것이다. 아마 그 가게주인은 자신의 전 재산을 투자해 가게를 열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자본의 한계 때문에 가게위치를 목 좋은 곳에 열지 못함으로써 가계 수명이 오래가지 못한다. 또 그런 곳에 위치한 가게는 오래가지 않아 자주 업종을 변경하여, 가게 이름 또한 자주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폐지 등을 주워서 손수레에 담아 운반하는 모습이 자꾸 늘어가는 것도 눈에 띈다.
언론에 비추어지는 수출규모의 확대 및 일부 부유층의 사치적인 생활과는 달리 서민들은 날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게 한눈에 보인다. 아직 세상을 덜 살은 나도 사회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출퇴근길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다.
통계청의 ‘2011년 가계금융 조사 결과’를 보면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빈곤층 351만 가구 가운데 빚이 있는 가구가 116만 가구인데, 이런 가구는 소득의 43%를 빚을 갚는 데 쓰고 있다고 한다. 금융전문가들은 ‘소득대비 30% 원리금 상환’을 원금과 이자를 갚으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본다. 이 기준으로 보면 소득 하위 40%중 빚을 가진 325만 가구는 빚이 지속 불가능한 수준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구조조정 등으로 은퇴한 중산층들이 가난의 탈출구로 삼았던 자영업 등에서 실패하면서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올 6월까지 개인회생 신청건수는 1만 80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과 몇몇 업종의 수출이 활발하고, 많은 이익을 내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들린다. 우리나라가 ‘20-50클럽’에 가입하였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우리들의 삶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라의 경제규모가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은 받지만, 그 혜택은 골목길 서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것 같지 않다. 전체적으로 수출은 대기업 중심으로 비교적 잘되고 있으나, 내수 경제는 좋아지지 않고 고용 없는 성장만 계속되고 있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일부 정치권에서 사회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재벌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이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대기업 출자 구조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기업형 슈퍼마켓의 휴무 등을 조례 제정함으로써 골목길 상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다. 우리는 사회·경제 전체시스템 중에서 전체가 아닌 일부분에 치중하여 일종의 압박(?)을 가함으로써 사회양극화 문제를 풀어가려고 한다.
사회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가장 좋은 해결책은 일자리 창출을 통해 고용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국내 5대 그룹의 고용인원을 보면 1991년-1995년 사이에는 평균 48만 명에서, 2006년-2010년 기간에는 46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과거 조선 등의 노동집약적인 산업구조가 반도체·스마트폰 등의 자본·기술집약적인 산업구조로 바뀜에 따라 고용유발계수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수출과 일부 경제시스템은 활발해지고 있으나 고용이 줄고 있는 이유는 전산화 및 자동화설비 등이 노동력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대기업 중심으로 경제를 운영할 수도 없는 경제구조는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인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일부 대기업들에게 경제민주화를 외치면서, 동시에 일자리를 창출하라고 강하게 주장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제경쟁에서 기업들은 적은 인력으로 효율적인 운영을 하고자 할 것이다.
현 정치권은 사회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들에 대한 경제민주화 등의 정치적인 접근으로는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사회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여러 가지 해결책들을 함께 고민할 시점에 와있다.
첫째, 앞으로 전 세계적인 경제시스템 및 환경변화는 과거처럼 대단위의 고용을 할 수 있는 여건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은퇴자 및 젊은이들 중심으로 사회적기업을 적극 육성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사회적기업 육성을 위해 각종 정책 및 지원 등이 명시된 조례가 제정되고 있다. 기존 사회적기업과 예비 사회적기업은 물론 마을기업, 자활기업, 비영리단체 등 예비 사회적기업 지정을 희망하는 다양한 사업 주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사회적기업을 창업해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향후 고용 효과의 전망이 밝은 정보기술·관광·해외건설 분야에 대해 정부지원을 강화하고, 다른 산업 분야와의 융합을 유도하는 것이다. 예를들면,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정보기술 분야와 관광산업을 연계하여 새로운 업종을 발굴·육성하는 것이다. 정보기술을 활용한 건강진단시스템 등을 국가적인 전략산업으로 키우고, 이를 의료관광산업과 연결시키면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고용의 틀 구조를 국내에 머물지 말고 해외건설처럼 과감히 해외로 눈을 돌려 관련 인력을 집중 육성하여 해외에 파견하는 것이다.
셋째, 노령화인구와 맞벌이부부의 증가 등은 사회복지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과 미취학 아동들을 위한 사회복지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여 실질적인 고용효과가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현재 사회복지분야에 일하시는 분들에 대한 급여 ㅅ시스템으로는 매력적인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 맞벌이부부가 아이들을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노령화인구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설물들을 구축·운영할 수 있다면 많은 일자리들이 지속적으로 창출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현재 고학력위주의 사회시스템을 바꾸어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현재,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급여 및 복지 등의 차이가 너무 커서 고등학교 졸업생 및 대학교 졸업생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기업과 연관된 중소기업의 급여 및 복지시스템을 대기업 수준으로 향상시킴으로써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인 직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중소기업을 운영하시는 분들이 비전과 긍지를 가질 수 있는 사회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정부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홍보, 마케팅 등을 지원하여 젊은이들에게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골목길에서 오래 동안 장사하던 과일가게나 잡화점들이 국내·외 프랜차이즈점으로 바뀌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나마 자본력이 있는 가게주인들은 기존의 가계를 버리고, 프랜차이즈점으로 변신하여 장사를 할 수 있으나, 자본력이 없는 가게주인은 계속 그 가계를 붙잡고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회양극화 문제는 어느 한 시스템을 개선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육·복지·의료·사회적인 문화 등의 여러 분야들이 바뀌어야 한다. 사회양극화의 가장 좋은 해결책은 매력적인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사회 일부계층 및 기업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도 해결책은 아니다. 골목길 사람들이 같이 손잡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로 지혜를 발휘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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