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부터 아내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필자의 옷차림에 신경을 썼다. 젊은이들만 입는다는 T브랜드의 양복 두 벌로 시작한 아내의 쇼핑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참고로 필자는 자타가 인정하는 ‘자린고비’다. ‘뭐 하러 사 왔느냐’고 잔소리를 하다 마지못해 입고 아내에게 끌려 거울 앞에 서니 딱 맞게 떨어지는 옷의 모든 라인들이 10년은 더 젊게 보여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그 마법에 도취되어 양복이 단 두벌밖에 없는 것처럼 줄기차게 입고 또 입고 있다. 바지통이 좁은 색색가지의 면바지, 딱 붙는 청바지, V neck 티셔츠, 컬러풀한 운동화, U브랜드의 캐주얼한 옷과 테니스 복장까지...... 이제는 아내가 옷을 사오면 타박은커녕 고마워하면서 열심히 입고 다닌다. 옷이 젊어지니 마음도 젊어져 몸매에 신경을 쓰게 되면서 이전까지 열심히 치던 테니스뿐만 아니라 요즘은 헬스클럽에서 근력운동도 병행하고 있다. 어디 그 뿐이랴. 뱃살 불러오는 음식을 멀리하고 아까워서 눈곱만큼 바르던 로숀도 듬뿍 바른다. 선크림도 잊지 않고 동네 산책을 나갈 때도 옷에 신경을 쓴다. B클럽에서 깎던 머리도 미용실에서 자르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젊은이들의 옷차림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게 되면서 필자도 드디어 ‘아저씨’의 직함을 버리고 요즘 유행하는‘미 중년’의 대열에 나름 합류하게 된 것이다.
꽃 중년, 성형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남성들 늘어
개업 당시만 해도 환자 대부분은 여성분들이었다. 그런데 십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 남성분들뿐만 아니라 중년 남성분들도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중년의 남성들은 대부분 검버섯을 없애고 하안검이나 상안검성형을 통해 눈에 쌓인 세월의 흔적도 지운다. 보톡스와 레스틸렌으로 안면의 주름 등을 교정하며 나이 들어 훤해진 머리에 모발이식으로 젊음을 되찾으려 하기도 한다. 이들도 처음에는 쑥스러운 마음으로 배우자나 딸과 동행한다. 하지만 나중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홀로 서기를 한다. 처음에 병원 문턱 넘기기가 어려울 뿐 이후에는 필러 보충은 물론, 다른 시술이나 수술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는다. 그런 적극성을 가진 분들은 대부분 운동으로 몸을 다지며, 취미로 악기를 하나씩 배우거나, 와인이나 커피, 요리 등에 관심을 가진다. 늦깎이 배움으로 외국어나 자격증에 도전하고 한 두 개씩의 동호회에 가입하여 열성적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쌓아온 연륜을 신세대들에 대항하여 방패막이로 삼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변화와 도전을 도모하는 그들을 일컬어 ‘미 중년’ 또는 ‘꽃미남’에 빗대어‘꽃 중년’이라고도 한다.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할 때
아저씨와 미 중년을 구분하는 기준은 결국 ‘철저한 자기 관리’인 것 같다. 아저씨는 지나간 청춘을 회상하며 현실에 안주하지만, 미 중년은 끊임없는 다방면의 노력으로 청춘을 현재 진행형으로 만들어 간다. 필자의 경우 달라진 옷차림으로 미 중년의 대열에 들어가 이제는 내면의 사고까지 변화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또래의 사람들과 어울려 치던 테니스를 이제는 젊은이들과도 즐기게 되었다. 그들과 소통하다보니 아들 녀석의 패션 취향과 복싱을 즐기는 딸아이의 개성과 영화보다 드라마를 즐기는 아내의 고집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만큼 이해의 폭이 넓고 다양해져 이전보다 환자분들을 보다 열린 마음으로 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고 상대방과 이웃과 세상에 대해 관대해지고보니 짜증나고 화나는 일이 줄어들어 머지않아 ‘금연’도 실행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마저 든다. 필자는 패션으로 시작하였지만 이는 방법론의 하나일 뿐이다. 운동이나 독서, 예술, 문화생활 등 다른 그 어떤 방법으로 시작하든 상관없을 것 같다. 그 일에 열정과 진정성만 있다면 말이다.
글 / 안덕균 의학박사 | <안덕균성형외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