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이 꺼지는 순간의 공포, 인류 소멸 우려된다 7월 말부터 8월 첫 주까지 2주 동안 폭염과 열대야가 그칠 줄 모르고 이어졌다. 필자는 아파트 14층에 살고 있는 덕에 예전에는 한여름에도 베란다를 통해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선풍기 한 대면 그런대로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는 에어컨 없이는 하루도 견디기 힘든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24시간 가동되는 차가운 인공 바람에 완벽히 적응해 있다. 문득 밤중에 서늘한 불안감이 엄습하기도 한다. ‘만약 이 열대야 속에 갑자기 전기가 나가버리면 어떻게 하지?’ 지진이나 대형 재난을 걱정하는 사람처럼 전력망이 마비되어 에어컨이 멈춰버린 방 안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갖게 한다. 그때 깨달았다. 우리가 누리는 현대의 문명과 일상은 열기를 식혀줄 전력망이라는 아주 아슬아슬한 줄타기 위에 올려져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 모든 비명 같은 더위는 수천 km 떨어진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내 방 창문 너머까지 바짝 다가와 있다는 사실이었다. ◇지구 온도의 균형을 잡는 280ppm의 이산화탄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본래 아주 정교하게 제어되는 에너지 시스
지난 8월 26일 네팔과 티베트 접경의 히말라야에서 발생한 대참사는 인간이 자연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거대한 빙하와 암석을 포함한 산의 사면(斜面)이 한꺼번에 무너지면서 얼음과 돌, 진흙과 물이 뒤섞인 토석류가 계곡을 따라 폭발적으로 쏟아졌다. 일부 분석에 따르면 토석류의 이동 속도는 시속 180㎞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가공할 급류는 네팔 북부의 작은 하천인 렌데 콜라(Lhende Khola, 콜라는 네팔어로 개울이라는 뜻) 를 타고 내려와 중국령 티베트와 네팔 국경을 가로지르는 보테 코시강(Bhote Koshi)과 트리슐리강(Trishuli) 수계로 이어지며 약 100㎞에 걸쳐 계곡을 휩쓸며 마을과 도로, 교량, 수력발전 시설과 국경 인프라까지 집어삼켰다. 9월 1일 현재 네팔 당국이 집계한 사망자는 1,000명을 넘어섰고, 수천 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다. 우리는 흔히 이런 사건을 ‘천재지변’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정말 자연이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우리에게 재앙을 내리는 것일까? 미국지질조사국(USGS)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참사는 대규모 빙하 붕괴가 암석과 얼음의 산사태를 일으켰고, 이것이 하천으로 쏟아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내년도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인 25조7319억원으로 편성했다. 반도체·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전력·용수 인프라 구축에 약 1조9000억원을 투입하고, 전기차 보급 예산도 역대 최대 규모로 늘린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7년도 예산 및 기금 총지출을 올해보다 18.3%(3조9737억원) 늘어난 25조7319억원으로 편성했다고 2일 밝혔다. 첨단산업 전력·용수 인프라 확충과 에너지 대전환, 국민 체감형 녹색전환, 기후재난 대응 등에 재정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반도체·AI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력과 용수를 적기에 공급하기 위한 기반시설 구축에 1조9351억원을 투입한다. 전력 분야에는 총 1조5489억원이 편성됐다. 주요 사업은 수요유치형 변전소 구축 658억원, 송전단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 5724억원, 해상풍력 공동접속설비 지원 196억원 등이다. 전력망 확충을 위한 한국전력공사 출자금도 5000억원으로 확대했다. 용수 분야에는 3862억원을 투입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 가운데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의 용수공급 기반 구축에 1196억원을 편성하고, 한국수자원공사
- 호남권 반도체 산단에 하루 65만톤 공급...기존 수요 외에도 약 50만톤 추가 확보 과제 - 주암·장흥·동복댐 활용에 광주 하수처리수 하루 30만톤 재이용 추진 -“광주·전남·전북 누수만 줄여도 하루 최대 30만톤 절감 가능”...농업용수 관수로화도 제안 “농민 물 빼앗는 방식 안돼”...기업 공정수 재활용·농업인 및 댐 주변지역 보상책 병행 주문 정부가 호남에 ‘3대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하루 약 50만톤에 달하는 산업용수가 추가로 필요해졌다. 이에 따라 기존 댐과 농업용수, 하수처리수 재이용, 상하수도 누수 저감 등 지역 내 다양한 수자원을 함께 연계해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새로운 대규모 댐을 짓는 대신 기존 수자원을 극한으로 활용해 물을 확보하자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기존 댐의 운영 방식을 바꾸고 농업용수 공급시설을 현대화하는 한편, 하수처리수를 다시 산업용수로 사용하고 현재 상수관망에서 새고 있는 물을 줄여 사실상 ‘새로운 수원’을 만들어내는 효과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농업용수와 발전용수를 산업용으로 돌리는 과정에서 농민이나 댐 주변지역 주민에게 부담을 전가해서는 안 되며, 물을 사용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기업 역시
-전문가들 “생태민감지역 회피·지역 생태데이터 활용·주민참여 강화가 핵심” -계획입지는 선언 아닌 실행 차원....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의 역할 재설계 필요 어제(31일) 국회에서 열린 '기본계획-100GW를 어디에 지을 것인가’라는 주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지역 생태계 보전, 주민 수용성 확보를 동시에 달성해야만 진정한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계영 기후에너지환경부 재생에너지정책과 사무관은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 계획입지 정책’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정부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을 목표로 한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계획은 정부 주도의 정책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체계적으로 확대하고 국가 에너지 시스템을 전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는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목표 달성, 호남권 반도체 및 AIDC(대규모 데이터센터) 추가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 취약한 에너지 안보, 낮은 재생에너지 비중(9.8%) 등의 주요 과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목표…'4대 입지·초대형 단지'로 공급 기반 강화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우리나라 근해에서 수거된 해양폐기물이 최근 5년 사이 약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바닷가로 밀려온 해안쓰레기가 전체의 76%를 차지했고 바닷속에 가라앉은 침적쓰레기는 5년 만에 40% 이상 급증했다. 특히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기인 해안쓰레기 가운데 중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쓰레기가 97% 이상을 차지하면서 서·남해안을 중심으로 한 국경을 넘는 해양폐기물 관리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해양폐기물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사람이 선박에 탑승해 직접 수거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과 드론, 자율운항 수상로봇 등을 이용해 쓰레기를 탐지·추적하고 수거하는 첨단 해양정화 기술도 현장에 속속 도입되고 있다. 김선교 의원(국민의힘, 경기 여주시·양평군)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2021~2025년) 해양폐기물 수거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 기간 수거된 해양폐기물은 총 65만6003톤에 달했다. 연도별 수거량은 2021년 12만736톤에서 2022년 12만6035톤, 2023년 13만1931톤, 2024년 13만2686톤, 지난해 14만4615톤으로 늘었다. 2021년과 비교하면 5년 사이 약 19.8% 증가한 규모로 사실상
“인공지능이 찾아낸 단 하나의 정자, 우주에서 생명을 찾던 기술이 이제 지구에서 생명을 만들고 있다” 뉴욕타임스 8월 28일 자 「An unexpected path to fatherhood opens for many, 많은 이들에게 뜻밖에 아버지가 되는 길이 열리다」 란 제목의 기사를 읽다가 눈길이 간 대목이다. 미국 컬럼비아대 윌리엄스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STAR(Sperm Tracking and Recovery)’라는 기술 이야기다. 말 그대로 정자를 추적해 찾아내고 회수하는 시스템이다. 무정자증이나 극심한 희소 정자 증상이 있는 남성에게 정자 하나를 찾는 일은 망망대해에서 바늘 하나를 찾는 것과 같다. 정액 속에는 수많은 세포와 찌꺼기가 섞여 있어 숙련된 연구자가 현미경으로 뒤져도 좀처럼 찾기 어렵다. 상황에 따라서 한 검체를 이틀 동안 살펴도 정자를 발견하지 못한다. STAR는 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인공지능에게 맡겼다. 사람 머리카락보다 가느다란 미세 유체 칩의 통로로 정액을 흘려보내면서 고속카메라가 초당 약 300장의 영상을 찍는다. AI는 그 수많은 영상 속에서 정자처럼 보이는 물체를 골라내고, 진짜 정자로 확인되면 미세한 밸브가 열려 정자
저녁 7시 반, 어둠이 아파트 뒷산 수명산의 나무들 잔가지 사이로 스며들 때, 필자는 습관처럼 운동화 끈을 푸는 대신 양말을 벗어 맨발이 된다. 그리고 오르막 산길을 오른다. 구두 속에서 온종일 숨죽이고 있던 10개의 발가락이 시원한 산 공기를 맞으며 기지개를 켠다. 한 달 전 맨발로 첫발을 디딘 산길은 생소하고도 아찔했었다. 작은 돌과 모래의 거친 흙바닥이 발바닥을 찌르르 자극했다. 열대작물인 코코넛(야자나무)의 열매껍질에서 추출한 천연 섬유(코이어, Coir)를 꼬아서 만든 야자 매트를 밟을 때는 푹신한 감촉이 전해온다. 그렇게 어둠 속을 밟으며 오르기 25분. 산 정상에서 다시 내리막길을 걸어 산자락 끝에 조용히 둥지를 튼 황톳길에 도착해 30분 정도 항해를 시작한다. 그리고 발을 씻고 왔던 길을 거꾸로 돌아오면 맨발 걷기는 끝난다. 돌이켜보면 이른바 ‘황톳길 걷기’의 원조는 충청권 소주 업체인 선양(옛 대선주조)의 조웅래 회장이 조성한 계족산 황톳길일 것이다. 기업인의 사재 출연으로 시작된 이 소박한 시도는 순식간에 전국 지자체로 번져나갔다. 전국 맨발 산책로는 약 2,000곳으로 총길이가 825km다. 2023년 말만 해도 전국에 약 230여 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