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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8월 19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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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거짓말은 뜨거운 해치의 눈빛을 피할 수 없다

-윤영무의 기후칼럼

 

1980년대 후반, 국회의사당에 관한 유언비어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의사당 건물의 생김새가 재래 장례 기구인 상여(喪輿) 같다는 거였다. 행정 수반이 의사당에서 자신의 정책에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이 못마땅해서 상여처럼 설계하게 했다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의사당 앞에 세운 두 개의 해치상 밑에 많은 포도주가 묻혀 있다는 것이었다.

 

국회의사당 기둥이 24개인 것은 국회의원들이 1년 24절기 내내 전국 8도의 국민을 생각하라는 뜻을 담은 것이고, 원형 돔 지붕은 각자 다른 의견들이 대화와 토론을 통해 원과 같이 하나의 결론으로 통합된다는 의회정치의 본질을 상징한다는 해설에 수긍이 갔다. 그러니까 상여설은 요즘으로 치면 가짜 뉴스다.

 

해치상은 고증 자문위원이었던 박종화 선생이 경복궁이 화재로 탄 뒤 복원 공사 때 해치상을 세워 예방했던 것처럼 의사당도 화재 예방을 위해 해치상을 세울 것을 제안했다. 당시 해태 사장(박병규)이 자기 회사의 상징 해태상(해치상의 또 다른 이름) 을 세운다는 데 동의하여 경비를 부담하고 서울대 미대의 이순식 교수의 조각으로 두 개의 해치상을 세웠다.

 

그때 단 아래 10m를 파고 해태 제품인 붉은 노블와인과 백포도주를 각 36병씩 묻어 백 년 후에 개봉해 축하주로 마시기로 했으니 두 번째 유언비어는 진실이다.

 

국회의원이 되면 180가지의 특혜를 누리고 비리 범죄를 저질러도 면책 특권아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을 터이다. 최근 국회의원들 가운데 가짜 뉴스 근절을 외치면서도 그 뒤에는 정치적 이해득실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사회를 병들게 하는 가짜 뉴스는 근절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가짜 뉴스를 이용하는 자들이다.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 거짓을 유포하면서 정작 자신이 내뱉은 말이 거짓인지조차 성찰하지 않는다.

 

해치는 조선시대 관리들의 비리를 감찰하고 옳고 그름을 가려내는 사헌부의 상징이었다. 이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많으리라. 백성들은 ‘해치의 눈은 거짓을 꿰뚫는다’고 믿었다. 국민은 그 눈빛에 기대어 국회가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정의의 편에 서주길 바란다.

 

그러니 국회의사당에 설치된 해치상이 관악산의 화기(火氣)를 누른다는 속설의 효험만을 의도한 건 아니었다. 국회의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법을 제정하는 기관으로서 정의의 편에 서서 법을 공정하게 처리하는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에 나랏일 하는 이들은 국민 앞에 바르고 정의로운 사람이 되라는 깊은 뜻으로 세웠던 것이다.

 

“당신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해치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가?”하고 국민은 묻고 있다.

 

법을 만드는 권한을 가진 자가 진실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가짜 뉴스와의 전쟁은 시작도 하기 전에 난관에 봉착할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인 지금 정말이지 어느 것이 진짜고 가짜인지 가려내기가 어려운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랄 수는 없다’ 더 이상 해치상이 돌조각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국회의원 스스로가 해치 앞에 서는 두려움을 가져야 한다. 정의를 지키겠다는 약속은 국민이 아니라 해치의 눈빛을 마주하며 스스로에게 먼저 맹세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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