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1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 早苗)가 일본의 104대 내각총리대신으로 취임했다. 일본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이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지방대학을 졸업하고 정치인에 입문한 유리 천장을 깬 불굴의 정치인, 철의 여인으로 잘 알려진 영국의 (고)마가렛 대처 수상을 모델로 한 여성 정치인, 일본 각계의 리더를 양성하는 마쓰시타 정경숙 출신 여성 국회의원, 26년간 연립정권을 이룬 공명당과 결별하고 유신회와 새로 연립정권을 수립하여 총리가 된 인물 등 다양한 수식어가 따른다.
얼마 전에는 유사시 ‘대만 개입’ 발언으로 만들어진 중국 과 경색된 외교 관계는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 만, 일본 국민의 75%가 다카이치 내각을 지지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10월의 국회 소신 표명 연설에서는 ‘공교육 강화’를 단순한 교육정책의 범주를 넘어 ‘안보 전략’으로 승격시켰다.
◇ 교육을 안보 전략으로 위치
일본의 교육정책 기본 방향은 다카이치가 총리에 선출되기 이전에 수립된 「경제재정 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 2025」에서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인구감소하에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한정된 자원으로 한층 높은 정책효과 를 창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전 세대형 사회보장의 구축, 저출산 대책 및 아동·청년층 정책의 추진, 공교육의 재생·연구 활동의 활성화, 전략적인 사회자본 정비의 추진, 지방행·재정 기반의 강화 등 경제·재정 일체 개혁을 추진해 간다는 큰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인구 희소사회’에 접어든 일본에서 사람 중심의 국가를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의 불안을 제거하고 공교육의 내용과 질에 충실하면서 자기실현이 가능한 환경을 정 비하여 국가와 지역의 경제사회를 발전시켜 지역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모든 정책을 총동원함으로써,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행복도를 높이고 풍족함, 안심·안전, 자유, 자신감을 실감할 수 있는 활력있는 경제사회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특히, 질 높은 공교육의 재생을 위해 다양한 개개인의 특성과 저출산의 급속한 진전 등 지역의 실정을 고려하여 보다 질이 높고 깊이 있는 학습을 실현하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가능성이 발휘되는 유연한 교육과정을 편성할 수 있도록 학습지도요령의 개정을 추진한다.
아울러 고교교육의 개혁에 국가의 지원을 강화하는 등 질 높은 공교육의 재생을 통하여 학교교육의 수준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고등교육 무상화, 급식 무상화 등의 실현을 위해 2026년 예 산에 이들 비용을 반영한다는 구체적인 내용도 들어 있다.
다카이치 총리도 제219회 임시국회에서의 소신표명연설 (2025년 10월 24일)에서 ‘고등학교 무상화’와 ‘급식 무상화’를 내년 4월부터 시행한다고 했다. 재정 지원에만 그치지 않고 일본 고등학교 교육의 방향에 대해서도 재검토를 하겠다고 부연했다.
강한 경제의 기반이 되는 것은 우수한 과학기술력과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인재이므로 공교육 강화와 대학 개혁을 추진하면서 과학기술·인재 육성에 공헌하도록 전략적으로 지원하여 ‘신기술 입국’을 지향하겠다고 강조했다. 청년과 여성이 지방에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위해서 질 높은 교육을 비롯해 필요한 행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단다.
다카이치 총리가 제시한 ‘공교육 강화’, ‘대학 개혁’, ‘과학 기술·인재 양성에 대한 전략적 지원’은 사회 정책이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과 독립성을 지탱하는 안보 정책으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AI, 사이버, 양자 등 첨단 분야에서의 인재는 그야말로 최대의 안보 자원이다. 인재 유출은 국력 상실이므로 공교육을 충실히 하고 강화하는 것은 인재 유출을 억제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따라서 공교육과 대학 교육의 강화는 학술 진흥이라는 범주를 넘어 국가로서 지식·기술·인재를 자국에서 유지·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적 기반 정비나 다름없다. 일본에서는 현재 대학과 산업계, 방위·기술 연구기관 간의 협력을 강화하고 AI·사이버 방어·데이터 분석 등의 전문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정책은 교육을 ‘문화적 제도’에서 ‘안보의 기둥’으로 재위치 시키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즉, 교육은 개인의 인격 완성과 시민의 형성을 위한 제도이면서 동시에 국가의 생존 기반 에 관계된다는 것을 정부가 명확히 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재 양성 정책은 단순한 교육행정이 아니라, 기술· 정보를 국내에서 보호하고 연구 성과를 안전하게 활용하기 위한 국가적 체제 정비로서 성격을 띤다.
◇공교육 강화 전략, ‘고등학교 무상화’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소신 표명 연설에서 공교육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시책으로 고등학교 무상화와 급식 무상화를 제시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등학교 무상교육 소요 비용 부담을 두고 일정 비율을 국가가 부담하는 것에 대하여 여당과 야당 간의 이견으로 홍역을 치른 후에 한시적으로 국가가 부담하는 방향으로 정리되었지만, 일본은 국가가 전액을 부담하는 ‘국가책임’이 원칙이다.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중학교 졸업생의 대부분이 진학하는 고등학교는 국민적 교육기관 내지 의무교육에 준하는 교육이 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여 일본에서는 가정의 경제 상황에 관계 없이 의욕이 있는 학생이 안심하고 고등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민주당 정권기인 2010년 4월부터 처음으로 공립고교 무상교육 및 사립고교 취학지 원금 제도가 도입되었다.
당초 취학지원금은 소득과 연령에 의하여 제한하지 않고 대상이 되는 학교 재학생에 대하여 월 9900엔(연간 11만 8800엔으로 무상화된 공립고교 수업료와 같은 금액)을 한도로 지급되었다. 또 보호자의 소득에 의해 일정 금액을 가산하는데 구체적으로는 지방세(시정촌민세) 소득세액이 18,900엔 미만의 세대 학생에게는 1.5배인 17만8200 엔, 시정촌민세 소득세액이 비과세인 세대의 학생에게는 2배인 23만7600엔의 취학지원금이 지급되었다.
그리고 2012년에 자민당·공명당 연립 정권으로 교체된 이후 2014년 4월부터 고소득 세대의 학생에 대한 소득 제한을 새로 마련하였다. 그 결과 민주당 정권기에 도입된 공립 고교 수업료 면제 제도는 개편되었는데, 공립고교 재학생은 원칙적으로 무상으로 하되 일정 소득액을 초과하는 가 정의 자녀에게는 수업료를 징수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사립고교 재학생의 수업료 평균이 연간 38만 엔(2012년 도)을 넘는 등 경제적 부담이 큰 점 등을 고려하여 학생 보호자의 연간수입이 250만 엔 미만 정도의 경우에는 2배 (연간 23만7600엔), 250만 엔에서 350만 엔 미만 정도는 1.5배(연간 17만8200엔)를 상한으로 취학지원금에 가산이 되었다.
2023년부터는 가계의 연간 수업이 590만 엔 미만의 경우에는 연간 39만6000엔으로 지원 기준이 변경되고, 2025년에는 ‘고등학생 등 임시 지원금’이 일시적으로 도입되어, 국공립·사립 공통으로 가구 연간 소득 910만 엔 이상의 가구에도 연간 11만8800엔이 지원되게 되었다.
내년부터 실시하는 고교교육 무상화는 사립고교에 재학하는 학생에게 가계 소득에 관계없이 사립고교 수업료 전국 평균 금액인 45만7000엔까지 지원한다. 사립고교가 많고 수업료가 다른 지역보다 높은 오사카와 교토 등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면 사립고교에 재학하는 학생 대부분은 무상으로 교육을 받게 된다.
오사카를 기반으로 한 지역 정당이 모체로 자민당과 연립정권을 이룬 일본유신회가 사립고교 지원 상한액으로 63만엔을 요구한 것도 오사카의 높은 사립고교 수업료 수준과 연관성이 크다.
◇ 고등학교 무상화 이후 예상되는 변화
일본의 경우 고교 무상교육이 실시된 2010년 이후의 두드러진 변화로 전체 고교 재학생과 공립고교 재학생은 감소하고 있으나 사립고교 재학생은 제도 도입 이후에도 크게 감소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고교 무상교육이 실시된 2010년 이후 설립별 고교 재학생 추이를 살펴보면 국공립 고교 재학생은 같은 기간 236만6000명에서 187만5000명으로 크게 감소한 반면, 사립고교 재학생은 같은 기간 100만2000명에서 99만7000명으로 큰 변화가 없다. 특이한 점은 전체 재학생 중 사립고교에 재학하는 학생 비율이 2010년 29.8%에서 2025년 34.7%로 5%가량 증가하였다 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고교 무상교육으로 사립고교에도 취학지원금이 지원되어 교육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져 종전 에는 지원하기 어려웠던 지자체 안의 우수한 사립고교를 선택하거나 사립고교가 지역 내에 한정하여 학생을 선발하지 않고 전국 단위의 모집하므로 지자체 구역 밖의 사립학교를 선택한 결과일 수 있다.
따라서 사립고교 수업료는 낮아졌더라도 사립고교에 진학하기 위해 중학교 단계에서 지출한 학교 외 교육비(사교육비)는 증가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고교 무상교육이 학교 교육의 질 및 학교 문화에 긍 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본에서 고교 무상교육의 제도화로 사립고교 재학생이 증가하였으므로 학교 선택의 폭이 확대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교육계에서는 학교선택제에 대해 ‘교육에 시장원리를 도입’한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이라고 비판하고 있으나, 지역을 모집 단위로 하는 공립고교와 전국을 모집 단위로 하는 사립고교가 교육의 수요자인 학생들에게 매력 있는 학교,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하여 상호 절차탁 마함으로써 지역의 교육에 긍정적인 효과까지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고교교육 개혁 방안으로 수험생이 여러 공립 고등학교에 지원할 수 있는 ‘병행지원제’를 2027학년도에 예정된 고등학교 학습지도요령 개정에 맞춰 도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고등학교 입시 제도 개혁은 대체로 10년마다 이루어지는 학습지도요령 개정 시기에 맞춰 진행되 는 경우가 많다.
병행지원제 실시를 위해 수험생의 희망과 학교 평가를 바탕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진학할 학교를 자동 배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한다. 일부 지자체에서 먼저 시행한 뒤 순차적으로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제도의 핵심이 되는 디지털 기술은 알고리즘을 활용해 수험생의 지망 순위와 입시 성적 등 학교 측의 평가 순위, 각 학교의 정원을 조정한다.
합격 기준을 넘은 학교 중에서 지망도가 가장 높은 학교가 자동으로 배정된다. 현행 공립 고등학교 입시는 주로 1인 1교만 지원할 수 있는데, 병행지원제 도입으로 수험생의 선택지를 넓혀 학생들의 공립고교 이탈을 억제하려는 의도가 있다.
사립고교 수업료 무상화에 의해 공립고교 이탈이 우려되 는 가운데 공립과 사립 병행지원제를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사립고교로 학생이 몰리면 공립의 학력 저하를 초래하기 쉽고 공립과 사립의 경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사립은 여러 학교를 병행하여 지원할 수 있으나 공립은 한 개의 학교만을 지원해야 하므로 경쟁 조건은 공립이 불리하다. 따라서 조건을 같게 하기 위해서는 공립과 사립의 병행지원을 허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논리다.
도시지역에서는 사립고교의 인기가 높지만 지방의 경우에는 우수한 학생들이 공립고교에 입학하므로 공립고교를 병행 지원하도록 하면 인근 도시지역으로 인재 유출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