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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성장 침체와 거품 물가, 우리 경제의 진짜 위기

 

◇세계에서 스위스 다음으로 2번째 높은 우리나라 물가

 

우리나라 음식료품 물가 수준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국 중 스위스에 이어 2위라고 한다. OECD의 '구매력 평가를 고려한 물가 수준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 가격은 2023년 기준 147로 OECD 평균보다 47% 높았다. 특히 김밥, 햄버거 등 국내 외식 39개 품목 중 30종은 지난 5년간 20% 넘게 올라 같은 기간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16.9%)을 앞질렀다.

 

이러한 물가 상승은 쌀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식재료를 수입하는 우리나라에서 수입 원재료 가격이 올라가면 올라간 만큼의 충격을 가격에 반영시키는데 다 복잡한 유통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지닌 해 말부터 이어진 정치적 불확실성 탓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그러나 물가가 오르는데 그런 원인만 있겠는가? 정부는 비축 물량을 조기 방출하고, 라면 등 가공식품 가격 인상에서 불공정 행위가 있었는지 살핀다고 하지만 그런 일을 하지 않아서 가격이 크게 올라간 건 아닐 것이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계산해 본 짜장면 가격은 1985년 660원을 기준으로 할 때 1,415% 즉 16배가 올랐다. 지금 짜장면 한 그릇이 만원이라 치면 말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6천 달러(약 5천만 원)이고, 음식값뿐만 아니라 집값, 건물 임대료, 건자재, 공공요금 등 안 오른 게 없다면 할 말은 없지만 필자의 연금 소득으로 짜장면을 마음 놓고 사 먹을 수 없게 되었으니 서러움이 밀려온다.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의 활력을 잃고 위기라는데 어째서 물가만 자꾸 올라가 생활을 팍팍하게 만드는 걸까?

 

OECD라는 이름이 나왔으니,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겪은 해인 1997년 이전으로 돌아가 보자. 그때는 성장률도 좋고 물가도 안정되어 돈을 쓸 맛이 났다. 다만 1993년 구포 열차 전복 사고와 아시아나 항공 추락 사고, 1995년 성수대교,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그러자 사고 공화국이란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 정부는 OECD라는 소위 선진국 경제 클럽 가입을 서둘렀다.

 

◇너무 일찍 가입한 OECD 선진국 경제 클럽, 외환위기 불러

 

여기에 가입하려면 우리나라도 선진국 규정에 맞춰야 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외환 자유화였다. 그런데 선진국은 경제가 성장하여 자본축적이 되었지만, 우리나라 같은 후발 산업국은 선진국처럼 발전하지 못해 자본축적이 덜 된 상태였다.

 

자본이 축적이 많이 된 나라는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낮을 수밖에 없고 그 반대인 우리나라는 이자율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자본이 희소하면 당연한 그렇게 되는 건 상식이다. 우리나라가 OECD에 가입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무리해서 가입하다 보니-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리다 보니-이자율이 낮은 선진국의 축적된 자본이 이자율이 높은 우리나라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이자율이 높은 국내에서 돈을 빌리기보다 싼 이자로 외채를 들여다 써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 그래서 너나없이 장단기 외채를 들여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외채를 빌려줬던 선진국의 자본들이 한국도 위험한 거 아닌가? 하면서 철수를 시작했다. 우리의 잘못으로 그렇게 된 건 아니었는데 국내를 빠져나간 단기 외채가 재공급되지 않으니까 외채 빚을 많이 졌던 기업들이 부도가 나기 시작해 국가 전체적으로 외환위기를 맞은 거였다.

 

우리는 외채를 갚기 위해 금 모으기 등 엄청난 노력을 해서 극복했다지만 당시 우리나라의 알짜 기업들이 엄청나게 부도를 맞았다. 결국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던 우리나라 경제의 동력이 외환위기라는 한 방에 날아갔고 그 여파가 지금까지도 미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우리나라가 발전했던 이유는 교육열이 굉장히 높았고 선진국의 기술을 빨리빨리 습득했으며, 경제 발전에 따라서 국가가 기민하게 정책적으로 대응하는 등 3가지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상승작용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거에 장점으로 생각했던 암기식 교육이 지금에 와서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방해가 되기 시작했다. 우리만의 기술을 창조하지 못하고 선진국 기술을 벤치마킹하거나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 저작권이나 기업비밀에 관한 부분을 회피하면서 그 제품의 디자인을 모방하는 방법)을 효율적인 기술 전략이라 간주했다. 이런 게 지금은 오히려 국가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우리나라 수준에 맞는 경제 발전 원리를 개척해야

 

이처럼 지금 우리는 외환위기 전 OECD에 가입을 서둘렀던 때처럼 우리는 진짜 선진 국민이 된 듯이 행동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먹는 것만 해도 그렇다. 우리는 하루에 1만 3,200여 톤, 10톤 트럭으로 1300 대 분량의 엄청난 음식물을 못 먹어서 버리고 있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하루 404억 원, 연간 15조 원이다. 15조 원은 우리나라의 연간 자동차 수출액과 맞먹는다. 수입한 원재료로 만든 음식물을 버리면서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말하는 자체가 이상한 노릇이다. 부동산 거품은 또 어떤가?... 예를 들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여기서 줄이겠다.

 

외환위기처럼 단기적인 급성병이라면 응급 수술을 할 터인데 지금은 만성병인 상태다. 지난 30년 동안 정부와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은 약 평균 1%씩 하락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저출산의 늪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합계 출산율 2.0을 인구의 현상 유지로 보고 있는데 1.3을 초저출산이라고 한다. 그마저 우리는 초저출산율의 반밖에 되지 않으니, 뭐라 해야 좋을까? 초초저출산?

 

물가가 오르고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현상은 지금 우리나라 경제가 거품의 수렁에 빠졌음을 알려주는 심각한 경고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쉽지 않겠지만 경제가 또다시 외환위기와 같은 국난을 겪지 않으려면 거품 물가의 구조적 모순을 확실히 도려내고 우리 수준에 맞는 국가 발전의 원리를 제대로 파악하는 게 우선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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