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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1월 26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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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울리는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은 특별하다. ‘생후 보름 만에 찾아온 시각장애를 딛고 일어난 하모니카 연주자’라는 이유 때문이 아니다. 국내 유일의, 세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재즈 하모니카 마스터’인 그의 연주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더욱 매력적이다. 한국의 ‘스티비 원더’라고 불리기도 하는 그의 음악 이야기를 들어보자. 에디터 이정훈 기자

음악을 언제 처음 접했나요? 그리고 재즈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요?

저는 원래 사물놀이 연주자였어요. 특수학교인 인천혜광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사물놀이를 만나 장구채를 잡았습니다. 신명나게 장구를 두드리고 나면 모든 근심이 사라지고 마음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완전히 사물놀이에 빠져 살았죠. 그러던 중 ‘세계사물놀이 겨루기 대회’라는 것이 생겨 거기에 출전했죠. 첫 출전 때는 특별상을 받았는데, 4년 뒤 재출전했을 때 팀은 대상을 받고 저는 MVP로 뽑혔어요. 그 대회를 주최하신 분이 김덕수 생님이었는데, 그때의 인연으로 선생님께 발탁되어 함께 활동을 오랫동안 했었어요. 선생이 재즈뮤지션들과 협연을 많이 했는데, 그 때문에 저도 재즈 뮤지션들과 많이 친해졌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재즈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이해가 넓어졌어요. 그 때 만난 사람 중 대표적인 분이 피아니스트 김광민씨예요. 제가 하모니카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아시고 많은 조언과 격려를 해주셨죠. 지금의 제가 있도록 해준 가장 고마운 분입니다.

수많은 악기 중 하모니카를 선택한 이유는?

1996년쯤이었을 거예요. 라디오 방송에서 우연히 투츠 틸레망(Toots Thielemans)의 하모니카 연주를 들었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어요. 하모니카 소리가 너무 따뜻하고 여유로운 거예요. 제가 그동안 알고 있던 하모니카와는 다른 세계였어요. 그래서 ‘나도 한 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다른 악기에 비해 하모니카가 배우기 쉬울 거라는 생각도 한 몫 했습니다. 하모니카는 다른 관악기와 달리 일단 불면 소리가 나잖아요? 그래서 좀 만만하게 봤던 거죠. 그런데 그게 큰 오산이었습니다. 하면 할수록 너무 어려운거예요. 그래서 한 때 하모니카 연습을 잠시 포기한 적도 있었습니다.
 

독학으로 재즈 하모니카를 익혔다고 들었는데, 어떤 방법으로? 피나는 노력이 있었을 것 같은데...

요즘이야 인터넷이 발달해 각종 음악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제가 하모니카를 시작할 때만 해도 환경이 너무 열악했습니다. 점자 악보를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하모니카를 배울 수 있는 학원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요. 그래서 무작정 남들이 연주하는 것을 듣고 외우고 익히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연주 음반을 골라 집중적으로 듣고 따라 했죠. 그렇게 오랫동안 반복 연습하다 보니 멜로디 뿐 아니라, 화성과 리듬 같은 음악적 구조가 통째로 이해되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연습을 위해 CD 하나를 1,000번 이상 들은 적도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CD가 다 닳아졌는지 제대로 재생할 수가 없었죠. CD가 영구매체가 아니라 망가질 수 있다는 것도 그 때 알았어요. 그리고 한창 연습할 때는 하모니카도 자주 망가졌는데, 한 달에 하나 꼴로 버렸던 것 같아요. 하모니카를 오래 불다 보면 ‘리드’가 망가지는데 수리하려면 외국으로 보내야 했어요. 그 비용이나 새 하모니카를 사는 비용이나 비슷해서, 망가지면 그냥 새 것을 구입했죠. 그 때문에 하모니카 구입비용도 꽤 들었습니다.

재즈 하모니카 마스터는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흔치 않다고 들었는데 해외 진출 계획은 없는지?

2006년 일본 도쿄에서 제 밴드와 함께 쇼케이스를 한 적이 있어요. 그 때 일본 팬들의 반응이 대단했죠. 일본 사람들은 처음 보는 뮤지션들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아요. 그런데 뜻밖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내더라고요. 공연 시간이 조금 길어져서 지하철이 끊기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계속 앙코르를 외치면서 아무도 자리에서 일어나질 않는 거예요. 저와 밴드 멤버들 모두 놀랐어요. 후속 작업이 잘 안 돼 일본 진출이 성사되지 않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일본에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어요. 그리고 언제 기회가 될지 모르겠지만, 재즈의 본토인 미국에서도 꼭 한번 연주해보고 싶습니다.

다른 악기에는 없는 하모니카만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들숨과 날숨을 이용해 연주하는 유일한 악기가 하모니카예요. 그래서 다른 악기에 비해 감정을 훨씬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엔, 날숨보다 들숨으로 연주할 때 훨씬 깊은 감정을 느낍니다. 그리고 악기의 크기는 고작 한 뼘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표현 영역은 그 어느 악기 못지않게 넓어요.

평소에 즐겨 듣는 음악은?

저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음악을 듣는 편입니다. 많이 듣는 것만큼 좋은 공부가 없어요. 재즈는 제 전공이니까 물론 많이 듣고요, 클래식도 이것저것 많이 듣습니다. 차분한 클래식도 좋지만, 파가니니(Paganini)처럼 격정적인 클래식 연주도 즐겨 듣습니다. 파가니니를 들으면 처절함을 느껴요. 그 처절함속에 어떤 음악적 희열이 숨어 있죠.

전제덕 씨의 음반에 수록된 곡들 중에서 특별히 아끼거나 좋아하는 곡이 있다면?

1집 음반의 타이틀곡이었던 ‘바람’에 애착이 많이 갑니다. 신나는 라틴리듬의 곡인데, 제가 직접 썼어요. 그리고 같은 음반에 있는 ‘여름이 지나간 자리’도 좋아합니다. 당시로선 드물게 재즈 스트링 편곡을 했거든요. 고급스런 발라드를 만들고 싶었는데, 제 마음에 쏙 들 정도로 잘 나왔어요. 그리고 2집 음반의 첫 번째 트랙인 ‘Over the top’도 공연 때마다 연주하는 곡입니다. 강렬한 기타 리프가 주도하는 펑키리듬의 곡인데, 하모니카로 그런 스타일을 연주했다는 자부심도 있습니다.

  <앨범소개>


1집 <전제덕> (2004)
한국 대중음악계에 본격적인 하모니카 연주음반의 등장을 알린 앨범.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하모니카의 재발견’이라는 절찬을 받았다. 연주 음반으론 드물게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으며, 하모니카가 단순한 소품 악기가 아닌 주류 악기임을 보여줬다.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부문을 수상했다.
 

2집 <What is cool change> (2006)
첫 음반의 성공 방식을 답습하지 않고 새롭고 파격적인 음악적 시도를 했다. 정통 소울부터 뉴올리언스 펑크, 애시드 소울, 셔플 등 하모니카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그루브 넘치는 사운드를 선보이고 있다. 많은 이들의 통념을 깨고, 하모니카의 음악적 외연을 넓히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스페셜 앨범 <Another story-한국사람> (2008)
주옥같은 명곡들을 전제덕의 하모니카로 재해석했다. ‘광화문 연가’, ‘가시나무’,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등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페이소스(pathos) 넘치는 멜로디에 어쿠스틱 재즈의 감수성을 덧입혔다. 고 김현식의 외아들 김완제가 아버지의 연주곡이었던 ‘한국사람’에 가사를 붙여 노래해 화제가 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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