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3.1℃
  • 구름조금강릉 3.4℃
  • 박무서울 -2.5℃
  • 박무대전 -2.2℃
  • 연무대구 1.9℃
  • 구름많음울산 2.3℃
  • 구름조금광주 1.8℃
  • 흐림부산 3.7℃
  • 구름많음고창 -0.5℃
  • 흐림제주 7.6℃
  • 맑음강화 -3.5℃
  • 흐림보은 -0.4℃
  • 구름많음금산 -0.9℃
  • 구름많음강진군 3.0℃
  • 흐림경주시 2.0℃
  • 구름많음거제 4.8℃
기상청 제공

2025년 12월 25일 목요일

메뉴

오피니언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가 정치에 던지는 질문

 

 

플라톤은 세상을 이상(理想. 이데아)이라는 기준으로 보았다.

 

그의 이상론에 따르면, 현실은 이상을 불완전하게 베낀 것에 불과했다. 이를테면 가장 이상적인 통치자와 정치의 형태가 존재하고, 사람이나 제도는 그 이상에 다가갈수록 훌륭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상을 기준으로 삼는 순간, 우리는 서열을 만들 수밖에 없다. 이상형에서 더 가까운 자와 그렇지 않은 자, 좋은 제도와 안 그런 제도. 옳은 편과 그른 편, 이상형에 가까운 동맹과 그렇지 않으면 적대자라는 식으로 세상사를 둘로 나누고 말았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정면으로 뒤집은 사람이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다. 기존 서양철학의 전통적인 사고방식에 도전한 그는 폐 기능 부전으로 인공호흡기를 달고 살다 안타깝게도 70세인 1995년 11월 4일, 파리 근교의 아파트 창문에서 투신하여 생을 마감했다.

 

그는 “세상이란 차이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사람이란 이래야 한다는 게 아니라 각자의 차이가 있는 게 사람이라는 식이다. 그에게 있어서 각자의 다름(차이)은 누군가의 부족함이 아니라 오히려 창조를 이루게 하는 동력이자 시작이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이 없음은 나와 다른 생각, 다른 취향, 다른 신념을 인정하라는 말이리라. 그렇지 않으면 정치든, 사회든 기업이든, 뭐든 정체되어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요즘 새로운 흐름을 만든다는 서로의 다름(차이)은 사회 모든 분야에서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는 듯하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나와 비슷한 영상과 말을 보여주고 들려줄 뿐이며 각자 또한, 자신만의 이상적인 기준을 상정해 그 기준에 근접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배척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는 마치 1450년 인쇄가 발명되고 약 70년 뒤에 종교개혁(1517년)이 시작됨으로써 종교적 내전이 16세기 중반부터 17세기 중반까지 유럽 전역에서 벌어졌던 상황과 유사하다.

 

세상은 뉴미디어의 혁명이 일어나 개인과 개인 간, 세상과의 소통이 원활해졌지만 내 편과 네 편끼리 싸우는 내전을 벌이고 있다. 공적인 논의보다는 사적인 확신들만이 충돌하고, 내 생각이 옳고 네 생각은 틀렸다며 이미 편 가르기가 끝났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분열의 정치를 넘어설 수 있을까? 들뢰즈라면 다름을 존중하는 리좀(rhizome)의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하리라. 리좀은 나무의 뿌리처럼 중심이 있는 구조가 아니다. 여기저기서 뻗어나가며 연결되고 서로 얽히고설킨 상태다. 정치도 그런 유기적 네트워크가 되어야 한다. 중심의 이념이 아니라, 주변의 다양함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어야 한다.

 

왕도정치를 주창한 맹자의 정치 목표는 혼란한 사회에서 백성들이 평화롭고 조화롭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니 정치는 '함께 사는 기술'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들뢰즈는 우리에게 바로 그 기술의 출발점이 무엇인지 일깨워 준다. 이상이 아니라 다툼에서 시작하고, 진리는 위에 있지 않고 서로의 차이 속에서 살아 움직인다는 것을 말이다.

 

내년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에 뜻을 둔 후보들이 뛰고 있다. 혹자는 SNS 시대 디지털 데이터 노출 빈도에 승패가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떤 식으로 나를 노출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내 생각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내 편, 네 편의 조직에 의존하지 않는 가운데 양자의 다름을 수렴하는 장치를 마련해 보면 어떨까?”

 

국회의 국정감사를 보면서 SNS 시대에는 플라톤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들뢰즈의 빛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주변의 모든 사람이 내 스승이라고 생각하고 유권자들의 말을 경청하여 수렴하는 선거 혁명, 내년 지방선거에서 꼭 일어나길 바란다.

 

 




HOT클릭 TOP7


배너





배너

사회

더보기
상임 3선 농협조합장 69명, 비상임 전환 확인...장기집권 포석?
농협 비상임조합장도 상임조합장과 동일하게 연임을 2회로 제한하는 내용의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1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현직 상임 3선 조합장이 정관 변경 등을 통해 비상임조합장으로 전환한 사례가 69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농해수위·비례대표)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상임 3선 상태에서 비상임조합장으로 변경한 사례는 총 69명이다. 이 가운데 자산규모 2500억원 이상으로 비상임 전환이 ‘의무’인 경우는 38건이었고, 나머지 31건은 자산규모와 무관하게 대의원총회 의결로 정관을 개정해 비상임으로 전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제도상 상임조합장은 연임 제한으로 최대 3선(12년) 까지만 가능하지만, 비상임조합장은 그동안 연임 제한 규정이 없어 장기 재임이 가능했던 구조였다. 이런 제도 공백을 활용해 상임 3선 조합장이 비상임으로 ‘갈아타기’를 시도·완료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자산규모 2500억원 이상이 되면 조합장을 비상임으로 의무 전환하도록 했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비상임 전환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자산을 차입하는 방식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