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은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으며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대한 내란 혐의 재판을 전담할 ‘내란특별재판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법원행정처의 입장을 반박하면서, 현 사법부의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여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카드까지 꺼내든 이유
정청래 대표는 지난 3일 국회 의원총회에서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한 국민 여론도 상당히 높다”며 “이는 반민주적·반헌법적 내란 세력과 단절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라는 존엄한 국민의 명령”이라고 밝히며 현 재판부에 의문부호를 던졌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특별재판부에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위헌 소지’를 들어 반대하는 데 대해 “설치를 주장하는 분들의 말씀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며 “사법부는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말고 내란특별재판부가 없어도 내란의 완전한 종식과 정의로운 심판이 내려지도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특별재판부의 위헌 소지에 대해 “2018년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논의 때도 위헌이라는 주장이 있었지만, 결론은 없었다”며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사법부 스스로 특별재판부 설치를 검토했는데 위헌이라면 애초에 사법부가 검토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조건 일점일획도 못 고친다고 하지 말고, 내란전담재판부 형식은 어떠하냐”고 제안했다.
이번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이슈가 나오기 전까지,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의 문제는 시민사회단체 및 정치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특히 민주당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 재판 진행과 이재명 대통령이 받았던 공직선거법 재판 진행 상황을 비교하며 ‘조희대의 사법부’를 정조준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 대통령의 선거법 파기환송 대법원 선고는 총알처럼 속전속결 처리한 법원이 윤석열 내란 재판은 지렁이처럼 느릿느릿 지연시켜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며 “특별재판부 필요성을 자초한 책임은 법원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법부가 내란 종식의 최후의 보루임을 자각하고 역사적 책임을 다하길 간곡히 요청한다”며 “사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하며 민주당은 국민과 함께 특별재판부 설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보수성향 변호사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은 3일 대법원 앞에서 “(민주당의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는) 헌법상 아무 근거도 없고 삼권분립의 헌법정신과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 국민 평등권,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게 재판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역대 사례로 본 ‘특별재판부’ 구성 가능성은?
과거에도 특별재판부가 구성된 적이 있다. 1948년에 반민족행위특별재판부가, 1960년에 3·15 부정선거 관련자 특별재판소가 설치된 바 있다. 두 사례의 경우, 헌법에 해당 사건과 관련해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내용의 부칙을 담아 위헌적 요소를 제거했다.
현재 민주당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내란특별법’은 개헌 없이 법률안만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법조계에서는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27조와 ‘법관은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이 임명한다’는 헌법 104조 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과거 운영된 특별재판부가 헌법에 근거를 뒀다는 점을 예로 들며 내란특별재판부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단을 받게 되면 역사적 재판이 무효가 돼버리는 엄중한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한 현직 판사는 “법원조직법에 따라 사무 분담과 사건배당을 통해 정식 절차를 거쳐 자격을 갖춘 판사로 하여금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당장 위헌 판단을 받지 않더라도 향후 재심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별재판부 공감하지만, 시민단체 “무리한 속도전”...전문가 “특별 조항 만들어야”
시민단체는 특별재판부 취지에 공감하고 있지만 절차와 시기상의 문제를 걱정하는 모양새다.
참여연대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이토록 커진 것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사법부에게 있다. 지귀연 재판부의 '윤석열 석방'과 한덕수에 대한 영장 기각은 수긍하기 어려운 판단이다"며, "법원 조직 등에 관한 입법권이 국회에 있는 상황에서 내란특별법의 제정과 시행 자체가 위헌으로 보기 어려움에도 사법부는 날선 반대 입장만을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내란 재판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왜 생겼는지에 대한 성찰 없이는 사법부 역시 국민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 사법부는 내란 재판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내란 재판의 신속한 진행 방안과 대책을 먼저 내놓기를 바란다. 단,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가 재판을 지연할 수 있다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누리꾼들은 내란특별재판부 신설에 대해 “사법부 신뢰가 얼마나 떨어졌으면 그러겠냐”는 불멘소리와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며 반발하는 목소리로 나눠진다. 일부 누리꾼들은 정치권에서 입맛에 맞는 판결을 받기 위해 ‘사법부 길들이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학계 의견도 엇갈린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헌하지 않고 법률로만 특별재판부를 둔다는 것은 위헌 소지가 크다”면서 “사건을 무작위 추첨으로 배당하지 않고, 특정 사건을 특별재판부로 보낸다는 것 자체만 해도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다룬다는 점과 윤 전 대통령 구속 취소,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등 법원의 이례적인 판단으로 인해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특별재판부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다.
이헌환 아주대 로스쿨 교수는 “추천위에서 후보자들을 선정하더라도, 결국 임명은 대법원장이 하도록 했기 때문에 법관 구성에 관해선 위헌 요소가 없다고 본다”며 “헌법이 정하고 있는 구성원의 기본 자격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선택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헌법에 어긋나지 않게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재판부를 구성하는 법관이 일반판사의 자격이 없는 자라든지, 재판 절차가 일반재판과 다른 ‘예외 법원’이라면 헌법에 근거가 없는 한 위헌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면서,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자격이 있는 판사들로 구성되고, 일반 사법 절차대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라면 ‘대법원과 각급법원의 조직은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 102조에 따라 국회에서 법률로 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