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6.2℃
  • 맑음강릉 8.5℃
  • 연무서울 6.6℃
  • 연무대전 7.5℃
  • 구름많음대구 8.8℃
  • 맑음울산 9.3℃
  • 연무광주 6.6℃
  • 맑음부산 11.9℃
  • 구름많음고창 5.5℃
  • 맑음제주 9.8℃
  • 맑음강화 4.4℃
  • 흐림보은 5.2℃
  • 구름많음금산 5.8℃
  • 흐림강진군 7.4℃
  • 맑음경주시 9.1℃
  • 맑음거제 10.8℃
기상청 제공

2026년 02월 11일 수요일

메뉴

오피니언


정치와 유권자들의 불편한 진실, 선거의 정신연령

 

함께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나와 마주 앉은 70대 초로의 선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내 정신연령이 낮았던 것 같아. 일찍 철이 들었더라면 지금 큰 일을 하고 있을 텐데 말이야...”

 

나는 그 선배가 젊은 시절을 후회하는 듯해서 “나이 들면 대개 그런 거 아닌가요?”라고 위로했다. 그렇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정작 답답해야 할 사람은 나였다. 다른 선배나 후배, 그리고 동료들과 비교해 일찍 철이 들지 못하고 이일 저일 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진짜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아뿔싸! 저도 그렇네요.” 나는 재빨리 눈치를 채고 선배 말에 맞장구를 치며 많은 대화를 했다.

 

돌이켜 보면 정치학 공부를 계속해 학자가 되고 싶었던 나는 먹고살아야 한다는 핑계를 대면서 공부를 미뤄왔었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겨우 나이가 들어 ‘이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조금씩이라도 해보자’-아마 철이 든 모양이다-며 50년 전 대학 시절에 사두고 읽지 못한 원서를 몇 장씩 읽기 시작했다.

 

요즘은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개인적 좌절을 권력으로 승화시키는가?’ 하는 문제를 다룬 미국의 정치학자, 해럴드 라스웰(Harold D. Lasswell, 1902~1978)의 《Power and Personality, 권력과 개성》을 보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난해한 문장이나 표현이 나온다. 하지만 나는 철이 들지 않은 젊은 시절과 달리 침착하게 앞뒤 문장을 곰곰이 생각한다. 그러면 어려운 문장이 이해된다. 그럴 때 ‘으음. 내가 나이를 헛먹지 않았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 그 길고 긴 세월을 허송하고 공부를 하지 않았어도 세상을 보고 배운 게 많았던 모양이다. 만약 철이 들지 않은 젊은 나이였다면 ‘이게 뭔 소리야?’라면서 멀찌감치 보던 책을 던져버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정신연령이 높아진 나이가 되니 해마다 다르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아, 그런 뜻이로구나” 모든 것을 절로 깨우치게 되니까.

 

나이 듦의 정신연령이 주는 힘은 정치나 유권자에게도 적용되지 않을까 싶다. 선거 벽보마다 거리마다 얼굴을 내건 후보들이 웃고 싸우고 약속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유권자들도 각자 판단하고 분노하고 선택한다. 그런데 각자가 판단하고 선택하는 기준은 과연 얼마나 성숙해 있는 걸까?

 

우리는 투표할 나이가 되면 자동으로 성숙한 유권자가 되는 줄 안다. 그러나 나이는 단지 숫자일 뿐, 선거 정신연령은 별개의 문제다. 마치 30대가 되어도 여전히 10대처럼 충동적으로 선택하는 사람이 있듯이 감정에 치우치거나 단기적인 이권을 쫓아가는 이들도 있다. 아예 무관심한 층도 많다.

 

선거 정신연령이란 결국 정치에 대한 이해력, 판단력 그리고 책임감의 수준을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긴 호흡으로 나라의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능력, 그런 능력이 바로 선거의 철 듦이다.

 

어느 세대는 민주화의 열망을 몸으로 겪었다. 어떤 세대는 외환위기의 아픔과 청년실업 속에서 자라났다. 지금의 2030은 기후 위기와 주거 불안을 일상의 현실로 안고 있다. 세대마다 처한 현실이 다르니 선거를 바라보는 관점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런 차이가 단순한 입장의 차이뿐 정신연령의 높낮이로 해석되어서는 곤란하리라. 다만 각 세대가 얼마나 자기 입장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미래를 함께 고려하는가, 그 점에서 성숙도가 나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을 뽑는다는 건, 단지 내 삶의 문제만이 아니다. 한 나라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일이다. 누가 덜 밉고, 누가 말을 더 잘하느냐의 문제 역시 절대 아니다. 그러니 지금 우리는 그런 정도의 성숙한 판단을 할 준비가 되었다고 나는 믿고 싶다.

 

선배는 자신이 일찍 철들었다면 더 큰 성취를 이뤘을 것이라고 했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국민이 정신적으로 성숙할수록 더 나은 지도자를 뽑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 다가오는 대선, 우리는 어떤 정신연령으로 투표할 것인가?

 

그것은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 못지않게 중요한 화두이다.

 

 



배너

HOT클릭 TOP7


배너






사회

더보기
여성단체, '처녀 수입' 김희수 진도군수에 "여성을 인구정책 도구로" 규탄
전남지역인권단체연합과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등은 10일 진도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외국인 여성을 '수입 대상'으로 표현한 김희수 진도군수의 발언을 규탄했다. 이들 단체는 "이번 사안이 지방정부의 성평등 감수성과 인권 의식의 취약성을 보여준다"며 "차별적 발언의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모든 공직자를 대상으로 성평등과 이주민 인권 교육을 제도화하라"고 촉구했다 전남 지역 35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여성인권단체연합은 이날 규탄집회에서 "김희수 군수의 발언에 깊은 분노를 표한다”며 “해당 발언은 단순한 실언이 아닌, 여성을 인구정책과 결혼정책의 도구로 취급한 심각한 '인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방정부는 모든 공직자를 대상으로 성평등 및 이주민 인권 교육을 제도화하고, 차별적 언어와 인식을 근절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라"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여성의 출산 여부를 인구정책의 수단으로 삼는 사고를 즉시 중단하고, 젠더 정의 관점에서 인구정책을 전면 재구성하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베트남 스리랑카 젊은 처녀를 수입하자'는 취지의 발언은 실언이 아니라, 여성을 인구정책과 결혼정책의 '도구'로 바라보는 구조적 차별 인식이 공직자의 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