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4일 본회의에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사해 재석 177명 가운데 찬성 170명, 반대 3명, 기권 4명으로 가결했다.
불법정보와 허위·조작정보를 유포해 타인에게 손해를 끼칠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는 일명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이번 법안 통과를 두고 갑론을박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허위조작정보근절, 국민을 지키는 건전한 민주주의에 책임 있는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고 애초부터 반대해 왔던 국민의힘은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다.
진보당은 “정보통신망법, 숙의와 공론화 과정부터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했고 참여연대는 “상임위원회 대안 수정, 법사위의 월권적 수정, 본회의 상정 전 수정안 제출 등 수정이 거듭되며, 졸속 입법이란 것이 드러났음에도 결국 본회의에서 통과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현업단체는 공동성명을 내고 “권력감시 위축·표현의 자유 훼손,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오늘 국회가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을 처리함으로써, 허위·조작정보가 만들어내는 국민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수단이 마련됐다”며 “국민의 권리를 지키고, 정보 생태계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책임 있는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정부 비판 봉쇄·검열’이라고 주장한다”면서도 “이는 법안의 취지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프레임”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이 법이 겨냥하는 것은 ‘비판’이 아니라 악의적·고의적 목적을 띈 유포”라며 “개정안은 고의성 요건을 전제로 하고, 풍자·패러디는 예외로 두는 등 표현의 자유와 비판의 영역을 분명히 구분했다”고 설명했다.
박수현 대변인은 “더 나아가 권력자나 대기업이 비판 보도를 ‘소송으로 봉쇄’하려 한다는 우려에 대한 대책도 이미 마련돼 있다”며 “개정안에는 공익적 비판·감시를 방해할 목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특칙 등의 장치를 두어 남용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차단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또 “‘이중·삼중 제재’라는 비판 역시 개정안의 맥락을 의도적으로 지운 주장”이라면서 “허위조작정보근절법의 반복유통 제재는 이미 불법이 확정된 조작정보가 확대 재생산되는 상황을 끊어내기 위한 ‘재발방지책’”이라고 말했다.
특히 “규모가 큰 플랫폼 사업자 등의 책임을 강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면서 “알고리즘과 대규모 정보망을 통해 피해가 기하급수로 커지는 시대에, 플랫폼에 최소한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검열이 아니라 ‘책임의 정상화’”라고 부연했다.
그는 “국민을 속이고 사회를 교란하는 악의적 허위조작정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입법을 ‘검열’로 둔갑시키는 일각의 주장은, 결국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국민 피해를 방치하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면서 “‘표현의 자유’는 거짓을 면책하는 권리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키는 책임과 함께 서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 권리, 정보의 공공성,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한 언론개혁은 흔들림 없이 계속될 것”이라면서 “더불어민주당은 허위·조작정보로부터 국민을 지키고, 공익적 비판과 감시가 위축되지 않도록 제도의 시행에 있어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박태우 진보당 부대변인은 23일(어제) 국힘의힘이 정보통신망법 필리버스터 진행 중에 서면브리핑을 내고 “국민의힘은 ‘표현의 자유’를 운운할 자격이 없음을 분명히 한다”며 “윤석열 내란정권의 언론탄압에 대해 사과 한마디 없이 진행 중인 필리버스터는 그 자체로 적반하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가짜뉴스의 폐해는 매우 심각하다. 극우 유튜버들이 무분별하게 퍼나르는 오염된 정보는 민주주의 공론장을 왜곡하고, 무분별한 신상털기 또한 극심한 피해를 낳는다”며 “‘자극적일수록 돈이 되는’ 플랫폼의 수익구조도 이를 부추기고 있으며, 정치가 바로잡아야 할 중대 과제임에 틀림없다”고 했다.
다만, “지금 추진 중인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은 우려스럽다. 명분의 영역에서 동의하면서도, 법의 영역에서 무엇이 ‘허위’이고 ‘조작’인지 판단기준이 여전히 모호하다”면서 “정권과 사법부의 성향에 따라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고위 공직자, 정치인, 대기업 임원 등 권력자들이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남용할 수 있도록 열어둔 것도 문제”라며 “자본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를 막기 위해 소송을 남발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언론계와 시민사회의 반발로 수차례 법안을 수정했지만, 이는 성급히 추진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며 “여전히 이 법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표현의 자유’는 시민이 권력을 감시‧비판할 수 있는 유일한 ‘비무장’ 무기”라며 “우리 국민들은 ‘집단 지성의 힘’으로 토론을 통해 가짜뉴스를 걸러냈고, 사회적 자정능력을 만들어왔다”고 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정부‧국회‧시민사회가 폭넓게 참여하는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위한 공론화 위원회’ 등을 구성해 다시 숙의과정부터 거치자”며 “가짜뉴스 창궐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진지하게 모색하고, 입법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는 24일 성명을 내고 “애초 국가가 나서 허위조작정보인지 여부를 판단하고 이에 대한 유통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법취지 자체가 적절하지 못했다”며 “그 내용 또한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과 비판이 시민사회와 학계 및 언론계에서 이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땜질식 수정만으로는 이와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한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서라도 위헌적 법률안의 시행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언론의 권력 비리 보도, 미투 운동, 내부고발, 소비자 제품 평가 등을 억누르는데 악용되어 사회적으로도 폐지 요구가 높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는 또다시 원점으로 회귀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국회 통과 정보통신망법안은 허위조작정보를 광범위하게 불법화해 유통을 금지하고, 행정기관 심의를 확대하며 언론에 대한 충분한 보호 장치 없이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국가 중심의 규제와 강력한 처벌을 도입하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가 주도의 행정심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 내지 확대하면서 사기업인 플래폼에게조차 광범위한 삭제와 계정 차단 권한을 주어 논란이 되는 표현물은 무조건 차단할 가능성이 높다”며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의 표현물에 대해 무차별적인 고소고발과 소송이 이어지면서 언론사들은 논란이 될 사안에 대해 외면하거나 침묵을 강요당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참영연대는 “이 같이 민주주의 토대가 되는 표현의 자유, 국민의 알 권리 침해는 공론장의 위기를 넘어 민주주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방송기자연합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5개 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허위조작정보를 법으로 규제하는 이상 표현의 자유 훼손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허위조작정보를 법으로 규제하는 이상 표현의 자유는 훼손될 것이고, 징벌적 손배가 도입된 이상 권력자들의 소송 남발로 인한 언론 자유 위축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이라면서 “플랫폼의 임시 조치에서 언론은 제외됐지만, 유튜버나 블로거에 대한 자의적 조치 남발과 이로 인한 사전검열 우려도 그대로”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언론 현업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이 현장에서 언론 탄압의 수단으로 변질되지는 않는지, 권력자들이 법망을 이용해 비판 보도를 위축시키지는 않는지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