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철강업계가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에 따른 충격을 본격적으로 체감하고 있다. 지난 5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이상 줄었고, 수출 단가도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무역협회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3억2,700만 달러로, 작년 5월(3억9,000만 달러) 대비 16.3% 감소했다. 수출 단가 역시 톤당 1,429달러에서 1,295달러로 9.4% 낮아졌다.
이는 지난 3월부터 시행된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이달 4일부터 관세율이 두 배인 50%로 인상된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 수출 여건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수출량 자체는 큰 변동이 없었다. 5월 수출량은 25만2,000t으로, 3월부터 매월 24만~25만t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수출 단가는 4월까지 t당 약 1,500달러 수준을 유지하다 5월 들어 급격히 하락하며, 기업들이 마진을 줄여가며 수출을 이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철강은 주문에서 출하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관세가 적용되더라도 수개월 뒤 본격적인 영향이 나타난다”며 “5월 수출부터 관세 충격이 실제로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철강업계는 관세 인상 외에도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가 내년부터 가시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본제철은 현지 생산 네트워크를 확보해 관세 부담을 회피할 수 있게 되며, 이는 한국 철강의 가격 경쟁력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한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미국에 추진 중인 일관제철소는 2029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일본 철강의 우위를 뒤집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연구원 이재윤 박사는 “일본제철은 기술력과 미국 현지 생산능력을 결합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 철강업계는 대미 수출 전략을 전면적으로 재정비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