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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고발M


극과 극, 외국인 노동자 근로 백태(百態)


2005년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당시 우리 사회의 차별적 시선을 비판하고 풍자해 큰 인기를 끈 ‘블랑카’가 있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시선에 편견과 차별은 사라졌을까. 여전히 그들은 “사장님 나빠요”를 말하고 있었다. 현장을 찾아 제반 현실을 들여다봤다.


2005년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사장님 나빠요”란 대사가 크게 인기를 끌었다. 당시 외국인 노동자들을 향한 우리 사회의 차별적 시선을 풍자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시선에 편견과 차별은 사라졌을까. 현장은 여전히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보였다.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지 10년, 외국인 노동자의 권익이 산업연수생제 시행 때보다 대폭 신장됐고 송출과정의 부정·비리가 강력하게 차단되면서 성공적으로 정착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현장에 외국인 노동자들의 사정은 달랐다.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들은 사업주의 허락 없이는 직장을 옮길 수 없었다. 이를 악용해 일부러 임금을 체납하거나, 퇴직금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대부분 국내 근로자들이 기피하는 이른바 3D 업종의 영세 사업장에서 근무하다보니 다치는 근로자도 부지기수였다. 기자가 찾아간 안산의 손가락 전문 병원인 두손병원에는 수많은 외국인이 골절이나 절단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잘려나간 새끼손가락


중국 길림성에서 온 조선족 윙싱(46)은 벌써 손가락만 두 번째 다쳤다. 지난 1월22일 새끼손가락 윗마디가 잘려나갔다. 처음 다친 손가락이 채 아물기도 전에 사고가 일어났다. 왜 이런 사고가 일어났을까. 경기도 안산 병원에서 진료차 들른 윙싱을 만났다.


가족 생계를 위해 2007년 3월에 처음 한국에 들어왔다. 윙싱 보다 1년 전에 한국에 들어와 일을 하던 형의 추천에서였다. 윙싱은 “처음에 들어와서는 고속도로에 교량 놓는 일을 했다”면서 “일은 힘들었지만 열심히 일했고 다치는 일은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한지 3년이 되고 비자 때문에 중국에 6개월 동안 다녀와야 했고 처음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다시 일하러 한국에 들어와서는 원래 회사는 일이 적어져 들어갈 수 없었고, 혼자 여기저기 일을 찾다가 지금 이 곳에 들어와 일하게 됐어요.”  두 번째 얻은 직장에서 사고가 연달아 일어났다. 첫 사고는 2014년 11월10일 프레스 기계에 검지와 중지 두 손가락 손톱 3분의 1 정도가 끼어버렸다. 그 때 사고는 사업주도 바로 인정을 하고 산재로 처리가 됐다. 통상적으로 근로자가 신청하고 사업주가 인정하고 날인을 하면 근로복지공단에서 판단을 해 산재처리가 이뤄진다.


문제는 새끼손가락이 잘려나간 두 번째 사고다. 두 번째 사고가 일어난 날은 1월22일이다. 첫 사고의 요양기간은 2014년 11월10일부터 2015년 1월31일까지다. 요양기간 중에 일을 하다 사고를 당했다. 이에 이만수 노무법인 산재 안산지사장은 “법적으로는 산재 요양기간 중에 그 근로자를 해고시키는 것이 금지될 뿐 일하는 것을 속이고 휴업급여를 이중으로 받지 않는다면 일하는 것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알려줬다. 다쳤지만 일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면 법적으로는 문제될 것은 없다는 얘기다.


윙싱은 사고 경위를 설명했다. “한국말도 못 알아듣는데 자꾸 귀에다 대고 ‘빨리빨리’하라고 윽박질러서 정신이 없어져 순간적으로 새끼손가락이 다쳤어요. 조금씩 낫고 있던 검지와 중지만 신경쓰다가 새끼손가락은 신경쓰지 못한 거예요. 기계도 오작동 했어요. 원래 손이 있으면 전기가 나가면서 기계는 작동을 멈춰야 해요.”


사업주의 안전의식도 중요


헌데 사업주는 첫 번째 사고는 바로 산재 인정을 해줬는데 이번 사고는 왜 산재인정을 해주지 않을까. 이만수 노무사는 “사업장에 재해건수가 많아지다 보면 정부로부터 안전점검이 강하게 들어오다 보니 영세한 사업장에서는 사고가 발생해도 숨기고 넘어가는 일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 윙싱이 근무한 사업장은 사업주 내외를 제외하고 단 두 명의 근로자만이 일하고 있다. 윙싱 혼자 기계 3개를 다뤄야 하는 근무환경이었다는 것. 결국 이번 사고는 사업주의 윽박지르기와 열악한 근무환경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했다. 잘려나간 손가락도 치료타이밍을 놓쳐 다시 봉합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만수 노무사는 “이번 사건처럼 영세사업장 일수록 사업주의 안전의식도 중요하다”면서 “중소기업이나 영세사업장의 기계·기구·설비는 여전히 열악한 시설이 많고 장비가 노후화돼 안전센서가 작동하지 않는 것도 인정해야 될 현실”이라고 전했다. 정부도 단순히 안전점검만 강화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전했다. 이 노무사는 “서울과 외국인근로자가 많은 안산지역에서 상담을 진행해보면 영세사업장에서 프레스, 밀링 등 위험한 기계를 다루는 사람은 대부분 외국인”이라며 “정부에서는 단순 점검만 강화할 것이 아니라 노후화된 장비를 교체할 여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영세업자를 위한 좀 더 근본적인 지원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꿈을 가지고 들어온 한국에서 손을 잃고 쓸쓸히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사장님 좋아요”


경기도 시흥 정왕역 인근에서 만난 방글라데시에서온 셔픽(33)과 이름을 밝히지 않은 그의 친구(36)는 첫 만남부터 밝았다. 밀링머신으로 철 구조물을 절삭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셔픽은 한국에 온지 3년 반 정도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생활에 만족스러워 보였다. 현장에서 한국사람 1명과 외국인 5명이 일하는 이 사업장은 규모면에서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오전에 만났던 윙싱이 일했던 사업장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그 이유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우선 셔픽은 회사에서 잡아준 원룸에 혼자 지내고 있었다. 회사의 배려였다. 모든 외국인 근로자에게 각자 원룸을 잡아 지내게 해 준 것이다. 근무시간은 8시 20분부터 20시까지지만 그에 해당하는 초과근로 수당을 받고 있다고 했다. 셔픽은 인터뷰 내내 정말 좋은 사장님이라고 고마워했다.


고용허가제, 악용되면 현대판 노예제도?


하지만 셔픽도 한국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힘들었다. 전선을 만드는 회사였는데 위험한 업무에 근로시간은 많은데, 쉬려고 밤에 기숙사로 돌아오면 한국인 방장이 욕을 하고 괴롭혔다. 셔픽은 우리나라 고용허가제에 대해 이야기 했다. “회사를 바꾸고 싶은데 사장님이 사인을 안 해주면 옮길 수 없어요. 결국 회사를 나가려면 방글라데시로 돌아가야 했어요.”


고용허가제는 정부 간 협약을 바탕으로 이주노동자가 본국 정부를 통해 한국 사업장에 고용돼 들어오는 제도다. 처음부터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선택에 대한 자유가 없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노동자들은 3년 동안 최대 3번까지만 사업장 이동이 가능하고, 열악한 환경에 처해도 사업주의 동의 없이는 이직을 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이를 악용하는 사업주들이 있어 지난 10년간 직업 선택에 대한 자유가 제한됐으며 끊임없이 문제가 발생했다. 일반고용허가제에 의한 고용허가 국가는 현재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베트남, 몽골, 캄보디아 등 15개국이며, 고용허용 업종은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업, 서비스업, 어업 5개 업종이다. 이 산업들은 우리나라에서도 내국인이 기피하는 3D업종이다.


외국인 취업가이드라인에 보면, 외국인 근로자의 근무지 변경 사유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사업주가 정당한 사유로 근로계약을 해지하거나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경우 ▲휴업, 폐업 등 외국인 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그 사업장에서 근로를 계속할 수 없게 될 때 ▲폭행 등 인권침해, 임금체납, 근로조건 저하 등으로 외국인고용허가의 취소 또는 고용제한 조치가 행해졌을 때 ▲상해 등으로 해당 사업장에서 계속 일하기는 어렵지만 다른 사업장에서 일하는 것이 가능한 경우 등은 근무지 변경 사유가 된다.


즉 폐업·장기휴업·임금체납·사업장 내 폭행이 있을 때만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다. 외국인 근로자가 피해를 보지 않는 이상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보장되지 않는다. 셔픽도 처음 계약한 2년 동안 이를 악물고 버티다 겨우 회사에서 빠져나왔다. 어렸을 때 다쳤던 가슴에 상처를 보여주며 일을 못하겠다고 거짓말까지 동원했다. 자리를 함께한 셔픽의 친구(36)는 또 다른 문제로 일터에서의 차별을 이야기 했다. “같은 공장에서 한국 사람이 기계 2개를 보면, 우리는 기계 3개를 보라고 강요해요. 그리고 같은 실수도 우리가 하면 너무 심하게 욕하고 뭐라고 해요. 차별이 눈에 보이니까 더 힘들었어요.”



한국은 꿈을 찾게 해준 고마운 나라


그럼에도 이 둘은 한국은 정말 고마운 나라라고 전했다. 셔픽은 “정말 힘들 때 한국에 와서 일하면서 큰 도움을 받았어요. 고향에 집도 사놓았고 결혼도 했어요. 와이프가 기다리고 있어 이제는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 그래도 한국은 잊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들은 한국에 와서 일하며 일 년에 한번 한 달씩 고향에 다녀오며, 결혼도 했다.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깔끔한 거리와 친절한 경찰에게 감동을 받았어요. 첫인상이 너무 좋았죠. 어려움도 겪었지만 지금도 한국은 언제나 고마운 나라이고 좋아요.” 시흥 정왕역 근처 커피숍에서 만난 셔픽은 방글라데시 Shamol Bangla Media 기자다. 현재는 한국에서 일하며 통신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이 없는 주말이면 기사를 작성해 본국으로 송고한다고. 얼마 전 인천 아시아게임이 열렸을 때는 방글라데시 기자들이 셔픽의 집에 머물며 취재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는 인터뷰 내내 유창한 영어를 구사했다. 나라가 조금 힘이 없을 뿐 그는 조금도 부족해 보이지 않았다. 지난 해 12월 개봉해 전 국민에게 웃음과 감동을 준 ‘국제시장’은 얼마 전 1천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오직 가족을 위해 굳세게 살아온 우리 부모님들도 파독 광부와 간호사, 베트남 전쟁 기술 근로자 등 어느 나라의 외국인 노동자였다.


MeCONOMY Magazine march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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