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경변증을 앓던 박성애(65, 여)씨는 지난 해 이대목동병원에서 간이식을 받아 제2의 삶을 큰 선물로 받았다.
간경변증은 만성적인 염증으로 인해 정상적인 간 조직이 재생결절(regenerative nodules; 작은 덩어리가 만들어지는 현상) 등의 섬유화 조직으로 바뀌어 간의 기능이 저하되는 것을 의미한다.
폐렴과 함께 심한 황달, 복수(배에 물이 차는 것), 심한 간성 혼수로 의식이 거의 없이 2주 가까이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박씨에게 병원의료진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센터(KONOS)의 뇌사자 장기 이식 대기자 명단에 올렸다.
간성 혼수가 뇌사자 우선 선정 조건이 되어 명단에는 올릴 수 있었지만 장기 이식 대기자가 많아 실제 이식을 받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며칠 뒤 대전에서 뇌사자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당시 KTX 파업과 크리스마스이브라 표를 구할 수 가 없었다.
의료진들은 어쩔 수 없이 엠블런스를 동원하고 대전으로 출발해 뇌사자로부터 장기를 얻기 위한 수술을 시작했다. 이 또한 분할 간이식과 폐, 심장 구득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새벽 한시가 되어서야 어렵사리 간 구득을 마치고 새벽 3시에 다시 병원에 도착했다.
이현국 교수가 박씨의 간을 제거하는 동안, 구득한 간의 혈관 정비를 하는 벤치(bench) 수술을 하고 마침내 홍근 교수는 박성애씨 몸에 간을 이식하는 수술을 시작할 수 있었다.
뇌사자로부터 이식할 간을 구하는 것부터 모든 것이 어렵게 진행된 간이식 수술이었지만 제일 큰 문제는 박씨의 몸 상태였다. 오랜 투병생활과 심한 간성혼수로 인해 박씨의 몸 상태는 간이식을 받아도 의식이 돌아올지를 알기 어려울 정도로 나빠져 있었다. 특히 간경변증으로 인한 간문맥에 혈전이 생겨 완전히 막혀 있었다.
간문맥은 간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으로 이것이 혈전으로 막혀 있을 경우 혈전을 제거하거나 신정맥으로부터 혈관을 이어붙여야 하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혈전을 제거하는 수술은 간문맥에 손상이 갈 수도 있고 대량 출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대단히 위험한 수술이 될 수 있어서 이에 대한 경험이 없으면 시행할 수가 없다.
이현국 교수가 박씨로부터 기능을 못하고 있는 간을 떼어낸 후 홍근 교수의 주도로 직접 혈전을 제거하는 수술부터 시작해 구해온 간을 문합하는 수술이 진행됐다. 뇌사자 발생부터 24시간이 지난 후에야 모든 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박씨의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간성혼수가 심했던 환자라 의식이 돌아오는 것이 관건이었다. 다행히 박씨는 간은 기능을 되찾았고 의식도 돌아와서 인공호흡기를 뗄 수 있었다. 하지만 수술 전 호전되고 있던 폐렴이 다시 악화되어 중환자실에서 다시 기도 삽관 및 인공호흡기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저었지만 이영주 중환자 실장과 홍근 교수가 포기하지 않고 한 달 남짓 돌본 덕분에 박씨는 점점 회복세를 찾아갔다. 간 기능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개소 1주년을 맞이하는 이대목동병원 간센터는 지난해 4월 10일 간이식을 시작한 이래 매번 뇌사자 장기이식부터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생체 간이식까지 어려운 간 이식 수술을 잇따라 시행해 100% 성공하면서 간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와 보호자들로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이대목동병원 간센터는 B형간염, 간세포암, C형 간염, 알콜성 간경변증, 그리고 선천성담도폐쇄증으로 소아시절 수술을 받고 건강하게 지내다 갑자기 악화되어 간이식을 받은 환자 등 다양한 원인 질환에 대한 간이식을 성공하면서 더욱 그 명성이 알려지고 있다.
당시 박씨의 간이식을 집도했던 홍근 교수는 “이대목동병원 의료진들은 뇌사자 간이식뿐만 아니라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생체간이식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고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며 “100% 성공률은 수술 능력도 중요하지만 신속하면서도 세심한 수술 후 관리 및 치료가 중요한 것이 우리 병원의 특화된 장점” 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이대목동병원의 고난이도 간 이식 수술은 앞으로 일부 병원에 편중되어 있던 간이식 수술대기 현상을 해소하고 환자들의 병원 간 이동에 따른 불편과 비용 부담 절감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