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한 미 해군 항공모함이 정박한 부산 해군기지를 중국제 드론으로 촬영한 중국인 유학생들이 구속됐다. 해당 사건은 국가안보 관련 범죄로는 드물게 ‘일반이적죄’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이 동시에 적용된 첫 사례다.
부산경찰청은 26일, 부산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40대 중국인 유학생 A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A씨는 대한민국의 군사 이익을 해치는 행위를 금지한 형법 제99조 ‘일반이적죄’와 군사기지법 위반 혐의를 모두 받고 있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A씨는 2023년 3월부터 2024년 6월까지 9차례에 걸쳐 해군작전사령부와 미 해군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 등을 불법 촬영했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루스벨트함을 방문했던 지난해 6월 25일에도 드론을 띄운 것으로 드러났다.
A씨와 함께한 30대 남성 B씨도 구속됐으며, 또 다른 유학생 C씨는 불구속 상태로 입건됐다. 두 사람은 군사시설을 허가 없이 촬영한 혐의로 군사기지법 위반이 적용됐다.
촬영물은 사진 172장, 동영상 22개 등 총 11.9GB 분량이며, 일부는 중국 SNS 플랫폼에 게시되기도 했다. 특히 경찰은 이들이 사용한 드론이 중국 현지 서버와 연동돼 데이터를 자동으로 업로드하는 장비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해당 드론은 보안상 이유로 우리 군에서 사용이 금지된 제품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산 드론을 사용했다면 이적죄 적용이 어려웠겠지만, 이번 경우는 중국 업체 서버로 자료가 전송되는 방식이어서 형사 책임이 무겁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이 사건을 포함해 최근 유사 사례가 10건 이상 발생했으며, 주로 관광객과 유학생 신분을 이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촬영 대상은 군 기지뿐 아니라 공항, 항만, 국정원 등 국가 핵심시설에 집중됐다.
정보 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산업·군사 기밀 보호를 위한 법제 정비와 간첩죄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외국인의 불법 촬영 행위에 대해 향후 더욱 강경히 대응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