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코스피가 장중 5000 포인트를 돌파했다. 한국 증시 역사상 처음 있는 장면이었다. 시장은 이를 단순한 기록 경신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날과 그 이전부터 축적돼 온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 상승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증권가 전반에 확산됐다. 정책 발표보다 앞서 던져진 말이 기대를 만들었고, 그 기대가 숫자로 확인됐다는 평가였다.
시장 반응은 이미 하루 전부터 나타났다. 21일 이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환율을 직접 언급했다. 상승 흐름을 이어가던 원·달러 환율에 대해 “시장 안정이 우선”이라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구체적인 개입 방식이나 시점은 밝히지 않았지만, 급격한 변동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관리 의지는 분명히 전달됐다. 이후 환율은 단기 상승 흐름을 멈추며 1400원대에서 안정 국면에 들어섰다. 말이 방향을 제시했고, 숫자가 반응했다.
이 같은 효과는 취임 직후부터 예고돼 있었다. 2025년 6월 11일 취임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 대통령은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를 찾았다. 취임 후 첫 증시 현장 행보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코스피 흐름을 직접 언급하며 자본시장 활성화의 전제로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질서”를 강조했다.
불공정거래를 강하게 차단해 신뢰를 회복해야 장기 투자가 가능하다는 논리였다. 당시 언급된 ‘주가지수 5000 시대’는 상징처럼 들렸지만, 이후 반복된 메시지를 거치며 하나의 정책 방향으로 굳어졌다.
문제는 바로 그 다음 국면이다. 대통령의 말이 실제로 시장을 움직였다는 사실은 성과이지만, 동시에 부담이기도 하다. 말의 효과가 확인될수록 시장은 더 많은 말을 요구한다. 기대는 누적되고, 침묵은 불안으로 해석된다. 코스피 5000 이후 대통령의 발언 하나하나가 이전보다 훨씬 큰 파급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트럼프의 충격, 바이든의 거리두기, 일본의 실행
대통령이 주가와 환율을 직접 언급하는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안정 신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반복될 경우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을 왜곡하고, 정책 의도와 무관하게 특정 지수나 환율 수준을 ‘사실상의 기준선’으로 인식하게 만들 위험도 안고 있다.
해외 사례는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준 금리 인상 국면에서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며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 단기 기대를 흔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는 제한적이다.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연준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백악관이 직접 금리·달러·증시에 기준값을 제시하는 인상을 피했다. 시장 신호의 중심을 연준 커뮤니케이션에 두는 방식이다. 일본은 또 다른 교훈을 준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체제는 물가 목표를 명시한 뒤 일본은행의 양적·질적 금융완화(QQE)가 뒤따르며 기대를 실제 정책으로 굳혔다. 말이 힘을 갖는 조건은 결국 실행이 따라오는가에 달려 있다.
◇코스피 5000, 이 대통령 발언은 과연 어디까지
해외 사례와의 비교에서 결론은 분명하다. 말은 방향을 만들 수 있지만, 가격을 책임질 수는 없다. 지금까지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이유는 말과 정책이 크게 엇갈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스피 5000 이후 국면에서는 기대 수준이 급격히 높아진 만큼, 정책 집행 속도와 성과가 이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반작용도 커질 수 있다.
결국 코스피 5000은 성과이자 시험대다. 취임 직후 한국거래소에서 던진 첫 증시 메시지, 신년 기자회견에서의 환율 발언, 그리고 1월 22일의 숫자까지. 이 대통령의 ‘말말말’은 분명 하나의 흐름을 만들었다. 다만 그 흐름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말보다 정책 실행과 시장의 자율적 조정이 앞서는 국면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