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으로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대통령실이 지난달 말 보수계열 정당 3선 출신인 이혜훈 전 의원을 후보로 지명했을 당시만 해도 정치권 안팎에서는 “경제 앞에 여야는 없다”는 대통령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지명 이후 불과 일주일 남짓한 기간 동안 갑질, 편법, 부동산 투기, 불법 후원금 논란 등 의혹이 연쇄적으로 제기되며 분위기는 급변했다.
문제는 이 논란이 특정 후보자의 도덕성 시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능력과 실무를 앞세운 이재명 정부의 ‘실용 인사’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그 과정에서 공직자 검증 기준이 느슨해진 것은 아닌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 ‘경제 실용’ 상징 인사, 왜 이혜훈이었나
이 후보자 발탁은 분명 정치적 계산이 깔린 선택이었다. 보수 진영에서 3선을 지낸 경제통 이미지를 내세워 중도·보수층까지 아우르겠다는 구상이 읽혔다. 그러나 상징성이 큰 인사일수록 도덕성의 문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검증 과정에서 예상 가능한 리스크가 충분히 걸러졌는지 의문이 남는다. ‘실용’이라는 명분에 정치적 메시지가 과도하게 실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쏟아지는 의혹...개인 문제를 넘어선 정치 부담
이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단편적이지 않다. 의원 시절 보좌진 폭언부터 자녀 입학·취업 과정의 이른바 ‘부모 찬스’, 70억원을 호가하는 아파트 부정 청약 및 영종도 땅 투기 의혹, 통일교 불법 후원금 수수 논란, 자녀 증여세 대납 의혹까지 폭넓게 거론된다. 특히 장남의 해외 박사 과정 논문 공저자 문제와 ‘혼인 여부’ 편법 기재를 통한 청약 가점 논란은 국민 정서와 괴리가 크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것은 청약·전입·혼인신고 ‘시점’이 맞물린 편법 청약 가점 정황이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9일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에 첨부된 주민등록초본을 근거로, 후보자 가족의 전입 및 청약·혼인신고 시점이 어긋나며 ‘위장전입·위장미혼’ 의혹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인사청문회 소명 내용을 지켜본 뒤 사실관계 확인 필요성과 조사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취지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의혹이 누적되자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자진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후보자 거취가 어느 쪽으로 결론 나더라도 부담은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자진 사퇴로 정리되더라도 ‘실용 인사의 상징’이 지명 직후 무너졌다는 사실 자체가 대통령의 인사 판단과 검증 시스템 신뢰에 상처를 남긴다. 반대로 임명을 강행할 경우에는 “실용을 이유로 기준을 낮췄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고, 이후 인사 국면마다 형평성 논란이 따라붙을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은 ‘실용 인사’ 원칙을 고수하며, 청문회 과정에서 해명과 검증을 거치자는 입장이다. 장윤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후보자가 보수 인사이지만 실용의 가치와 능력의 가치에 부합하면 등용이 가능하다는 게 이재명 정부의 방향성”이라며 “그 방향성에 부합하는 인사로 발탁했지만, 지금 여러 논란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자 본인이 의혹에 대해 법률적·정치적·도의적으로 해명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당도 일단 청문회까지는 지켜보자는 입장이고, 이는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예우이자 후보자 검증의 필요성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 외교·인사 겹치며 커지는 ‘실용노선 피로감’
인사 논란은 최근의 외교 행보와 맞물리며 정부의 실용주의 노선에 대한 피로감을 키우고 있다. 이 대통령은 13~14일 이틀 간, 일본 나라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지역·글로벌 현안과 경제·사회 분야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다. 문제는 ‘일본 방문’ 자체보다, 상대가 다카이치 총리라는 점에서 국내 정치적 마찰이 커질 수 있다는 데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 보수·우익 성향의 상징성이 강한 인물로, 과거사·영토 이슈에서 강경한 메시지로 논란을 키워온 전력이 거론돼 왔다. ‘다케시마의 날’ 정부 참석 격상 주장, 야스쿠니 신사 참배 관련 입장 등은 늘 한일 관계의 민감한 지점을 자극해왔다. 대만 유사시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 등으로 동북아 정세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로도 지목된다.
장 대변인은 이재명 정부의 외교 역시 ‘국익’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실용 프레임을 강조했다. 장 대변인은 “일본 정치인의 성향이 국내 상황과 맞물려 국익과 연결된다면 문제 제기는 당연히 해야 한다”면서도 “일본도 중국과의 갈등 구조 속에서 한국에 더 의지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고, 한국과 각을 세우면 동북아 국면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지점을 지렛대로 한일 관계를 개선해 나가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