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오늘, 대한민국에는 비상계엄(非常戒嚴)이 선포됐다. 1980년 05월 17일 이후 44년 6개월여만이다.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0시 27분, 제20대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통해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라는 명분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계엄이 선포된 직후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를 긴급 소집했다. 국회 외곽문은 경찰과 국회 경비대에 의해 폐쇄됐고, 오후 11시 무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이 담을 넘어 국회로 들어갔다. 4일 오전 0시 48분 경 국회가 개회, 오전 1시 1분에 재석의원 190명에 찬성 190표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은 가결됐다. 계엄 해지 투표에는 당시 야당 의원 172명과 친한동훈계 국민의힘 의원 18명이 포함됐다.
◇여론조사, ‘비상계엄은 잘못, 시대가 어느 땐데 그런 일을’
12·3 비상계엄 이후 정부 수반이 공석인 상황에서 국내 주요 방송사와 여론조사기관은 이번 비상계엄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을 묻고 잇따라 내놓기 시작했다. 여론조사의 대부분은 ‘비상계엄 선포가 적절했는지’, ‘꼭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는지’, ‘탄핵소추로 직무정지를 한 것이 맞는지’ 등등이었다.
먼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MBC 의뢰로 지난해 12월 29일~30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6000여명을 대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여론조사를 분석했다.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은 6188명에게 전화로 면접, 1003명이 응답해 응답률은 16.2%이었다.
먼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군 병력을 동원한 국회 침입이 내란죄’라는 응답이 69%로, ‘국헌문란의 목적이 없었고 국가 정상화를 내걸었으니 내란죄가 아니’라는 응답이 28%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 수사에 소극적인 것을 두고도 ‘수사기관이 윤 대통령을 즉각 체포·구속해 수사해야 한다’는 응답이 64%로 나타났다.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응답 32%의 두 배에 달했다.
당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필요성의 하나라 꼽았던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부정선거가 없었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61%에 달했으며,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은 이에 절반도 안되는 29%에 그쳤다.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은 매 주간 시행하던 여론조사에 ‘계엄선포’를 질의에 포함시켰다. 계엄 선포 당일인 지난해 12월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진행된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8344명을 대상으로 ‘12·3 비상계엄’에 대한 의견을 물어 1001명이 응답(응답률 12.0%)했다.
한국갤럽은 설문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십니까’라는 질의에 ‘비상계엄 사태 전(12월 3일)과 사태 후(12월 4~5일)’의 의견을 물었다. 비상계엄 당일인 12월 3일 조사에서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는 △잘 하고 있다 19% △잘못하고 있다 68% △의견 유보 12% 등으로 나타났다. 비상계엄은 오후 10시가 넘어 선포된 만큼 해당 평가에는 비상계엄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비상계엄 하루가 지난 12월 4~5일에 같은 질문을 했을 때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는 △잘 하고 있다 13% △잘못하고 있다 80% △의견 유보 7%로 나타났다. ‘잘 하고 있다’는 하루 전과 비교해 6%p가 떨어졌고, ‘잘못하고 있다’는 12%p가 올랐다.
리얼미터는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해 12월 11일에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7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관련해 퇴진 주장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7.6%의 응답률에 표본오차 ±4.4%P인 해당 설문에서 ‘즉시 하야·탄핵’의 필요성이 74.8%로 나타났으며, ‘질서 있는 퇴진’이 16.2%로 나타났다. 또 비상계엄 선포가 트라우마로 남았다는 의견이 66.2%에 달했다.
◇국회 앞 시민들, “망하는 줄 알았다”...지난 1년의 시민 증언
국회의사당을 인근을 지나는 시민들의 의견도 하나 같이 ‘잘못된 일’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비상계엄 1주년을 하루 앞둔 2일 오후 국회의사당역과 여의도역 사이에서 지나가는 여러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연령대는 30대 초반부터 60대 중반까지, 직업은 프리랜서와 개인사업자, 회사원 등, 남성과 여성 등 10여명에게 의견을 물었다. 하지만 ‘그때의 일을 떠올리기가 싫다’며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한 시민도 일부 있었다.
먼저 60대 개인사업자(남)는 “너무 황당한 일이죠. 그러한 일이 역사적으로, 이 시대에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일이죠”라며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법의 단죄가 빨리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는 게 답답하기도 하고요. 그 이후 새로운 정부가 시작됐으니 새로운 마음으로 과거는 잊고 힘차게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30대 프리랜서(여)는 “그때 1년 전에 엄청 당황스러웠어요. 저는 자정 넘어 계엄이 선포되고 난 이후에 인지했고, 잠들었다가 다시 새벽에 일어났는데, ‘계엄 터졌다’는 메시지를 보고 ‘장난인가’ 했는데 진짜이더라구요”라고 말했다. 이어 “정말 그때는 대한민국이 망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이제 세상이 완전히 달라지나’라는 생각도 들었고, 출근했을 때도 기분이 찝찝하고 계속 뉴스를 보고 있었고, 무서웠어요. 시민으로서는 굉장히 불안했던 날이었어요”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40대 직장인(남)은 “1년 전 그때 저는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스마트폰 화면에 속보 자막이 뜨고, 유튜브 진행자들이 자막을 보면서 상황을 설명하는 걸 들으며 인지하게 됐어요. 그때는 경황이 없어서 국회 앞에 나오지도 못했는데 그 이후에 국회 앞에도 나와서 함께 행동하기도 했죠. 일단 이런 불법 계엄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고, 재판 결과가 빨리 나왔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30대와 40대, 40대 남녀 구분 없이 아픈 과거는 있고, 정상적인 나라, 평화로운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한목소리를 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30대 직장인(여)은 “불법 계엄으로 인해 탄핵이 되고 정상적인 나라가 되어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라며 “앞으로 다시는 불법 계엄과 같이 대통령이라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 막강한 권한으로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동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40대 직장인(여)는 “작년에 계엄 선포된 것을 다음날 아침에야 알았는데 12월 3일 밤에 이곳 국회 앞에 오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웠어요. 그래서 올해 1주년은 꼭 기념으로 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계엄 선포는 엄연한 불법인 만큼 그러한 행위에 대해 국민이 느꼈던 아픔을 잊지 않고 1주년을 기념하고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50대 직장인(남)은 “지금이 어느 때인데 70~80년대에서나 있을 법했던 계엄을 다시,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불법 계엄을 선포했다는 게 참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회가 재빠르게 수습은 했지만 아직 완전히 범죄자 집단이 청산되고 법의 심판을 받은 게 아니라서 진행 중이라고 생각해요. 빨리 판결이 마무리되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50대 자영업자(여)는 “그때 일을 다시 떠올린다는 것 자체가 싫어요. 지금 저렇게 국회의사당 앞에 1주년 기념 방송장비가 설치되는 것을 보니 그때의 악몽이 다시 떠오르는데요. 1년전 그날 밖에서 이동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군병력이 움직인다는 뉴스를 보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급하게 집으로 들어왔죠. 계엄 이후 들어선 이재명 정부에서는 평화로운 세상, 평범한 일상이 이어지길 바랍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여러 사람에게 지난해 12월 3일 불법 계엄에 대한 의견을 물었지만, 이와 관련된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고 ‘입밖으로 내어서는 안 될 말’이지 않느냐며 인터뷰를 거절한 시민들도 다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