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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8월 18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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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커뮤니티케어와 타임뱅크 : 지역사회 돌봄의 새로운 길

 

◇초고령 한국사회와 커뮤니티케어

 

한국사회가 지난해 연말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인류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우리 사회는 늙어가고 있다. 우리 사회는 급격한 고령화와 함께 돌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고령 인구뿐 아니라, 장애인·만성질환자·정신건강 문제가 있는 이들까지 지역사회 안에서 지속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이 절실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부는 2024년 「지역사회 의료·요양 통합돌봄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고, 2026년 3월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다. 법의 핵심은 병원이 아닌 지역에서, 의료·요양·복지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통합돌봄 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미 2019년부터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사업을 통해 '집에서 오래, 안전하게'라는 목표를 시험했다. 그 결과 노인의 재입원율 감소, 주거환경 개선, 지역 내 사회적 관계 유지라는 긍정적 효과가 보고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제도와 예산, 그리고 인력 확보의 한계가 남아 있다. 특히, 돌봄의 지속가능성이라는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 내 새로운 연대 방식이 요구되고 있다.

 

◇시간을 화폐로 바꾸는 타임뱅크

 

이 새로운 연대 방식 중 주목받는 개념이 바로 타임뱅크(Time Bank)이다. 타임뱅크는 ‘시간’을 화폐처럼 사용하는 비금전적 교환 시스템이다. 1시간의 봉사나 돌봄을 제공하면 1시간의 크레딧을 적립하고, 이후 자신이 필요할 때 동일한 1시간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제공된 서비스의 종류나 전문성에 상관없이, ‘시간’ 자체가 동일한 가치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청소, 말벗, 병원 동행, 컴퓨터 수리, 악기 지도 등 다양한 서비스가 모두 1시간=1시간으로 계산된다. 이 구조는 금전적 부담 없이 돌봄과 재능 나눔을 촉진하고, 참여자 간의 수평적 관계를 형성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여러 사례가 있다. 일본의 후레아이킷푸(Fureai Kippu) 제도는 고령자를 돌본 시간을 ‘티켓’으로 적립하고, 이를 부모나 자신이 필요할 때 사용하도록 했다. 영국과 미국의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타임뱅크 플랫폼이 자원봉사와 복지서비스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타임뱅크 한국 현실과 활성화 방향 

 

타임뱅크는 이론적으로는 이상적이지만, 현실에서는 여러 한계가 있다. 첫째, 운영 비용 문제다. 서비스 기록, 회원 관리, 매칭 조율, 안전 확인 등은 시간 외에도 행정·IT 인프라가 필요하다. 이를 유지하려면 별도의 예산이 들어가는데, 순수 자원봉사만으로는 장기 운영이 어렵다. 둘째, 서비스 가치 불균형이다. 모든 서비스가 ‘1시간=1크레딧’로 동일하게 평가되다 보니, 전문기술 제공자들이 참여를 꺼릴 수 있다. 셋째, 규모의 제약이다. 소규모 마을 단위에서는 신뢰 기반으로 잘 운영되지만, 대도시처럼 인적 관계가 느슨한 곳에서는 활성화가 쉽지 않다.

 

이와 같은 이유로, 한국에서는 몇몇 지자체와 시민단체가 시범적으로 운영했지만 전국적 확산에는 이르지 못했다.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한국사회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고령화가 가져올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타임뱅크와 혁신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우리사회에서 타임뱅크와 같은 혁신적인 제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공공의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 지자체가 운영 플랫폼을 지역사회와 함께 구축하며 코디네이터가 활동할 수 있는 인건비를 지원하면, 자발적 참여가 유지되면서도 행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둘째로 서비스 다양화를 추진해야 한다. 단순 돌봄 뿐만 아니라, 취미·문화·기술 교환까지 확대해 참여 동기를 높여야 한다.

 

셋째 신뢰 기반 네트워크 구축 해야 한다. 다양한 소모임과 횡적으로 연결되는 오프라인 활동을 통해 서로를 아는 관계망을 형성해야 한다. 넷째로 인센티브 체계를 구축해 일정 시간 이상 기여한 사람에게 복지포인트, 문화이용권, 지역화폐 등 추가 보상을 제공하면 장기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타임뱅크가 가져올 미래 혁신 

 

타임뱅크가 활성화되면, 지역사회 돌봄의 구조가 바뀔 수 있다. 돌봄 부담이 한 가정에 집중되는 대신, 시간이라는 공정한 매개를 통해 공동체 전체로 분산된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서로를 ‘수혜자’가 아닌 ‘동등한 교환 파트너’로 인식하게 되어, 사회적 연결망과 신뢰가 회복된다. 또한 금전적 여유가 없는 사람도 필요한 돌봄을 받을 수 있어 돌봄권의 평등성이 높아진다.

 

커뮤니티케어의 성공은 단순히 의료·복지 서비스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서로를 돌보고, 돕고, 그 시간을 공유하는 문화와 구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타임뱅크는 그 가능성을 품고 있는 유력한 도구다.

 

한국사회는 급속한 진행이 예견된될 초고령사회에 대응할 시간이 있었지만, 사실상 놓쳤다고 할 수 있다. 현재도 노인자살율이 OECD 평균의 3배 가량 되며, 앞으로도 고령화는 빠르고 급속하게 진행될 것이기에 이로 인한 부작용은 예측하기 힘들다. 정부는 그동안의 실기한 것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시민사회와 함께 혁신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추진해야 한다. 

 

국가와 지방정부는 혁신적인 제도를 도입하고 시민사회는 주민 참여의 선순환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시민사회의 혁신적인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할 때 초고령사회의 부작용을 최소화 시킬 수 있으며 우리는, 누구도 돌봄에서 소외되지 않는 포용적 지역사회를 완성할 수 있다. 타임뱅크는 파국적 미래를 예방할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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