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 원자력 기업들이 500조원에 이르는 원전 해체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원전 관련 주식 종목들이 금융 시장에서 단기간에 폭등하는 등 과열 양상을 띄고 있다. 또한 체코 원전 수주 등 각종 호재를 맞이한 두산에너빌리티는 현직 사장이 이재명 정부의 산업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관련 주가는 또 다시 걷잡을 수 없는 상승 랠리를 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미지근한 ‘감원전’ 기조 때문에 원전 관련주가 주식 시장의 태풍이 ‘눈’이 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고리 1호기 해체 발표 직후 주식시장 원전주 큰 폭 상승세, 왜?
국무총리 직속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26일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 1호기 해체 승인안을 의결했다. 고리1호기가 지난 1978년 가동을 시작한 지 47년 만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해체 승인을 계기로 고리 1호기를 단계적으로 해체하고, 부지를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사전 작업으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제염 작업을 진행해왔다. 내달부터는 일부 건물 내 설비부터 본격적인 해체 작업에 돌입한다.
원안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 세계적으로 미국(20기), 독일(3기), 일본과 스위스(각각 1기) 등 4개국만 원전을 해체해 본 경험이 있다. 다만 미국을 제외하면 대부분 연구로 혹은 실증로를 해체한 경우다. 현재까지 미국만이 상업용 원전을 해체해 본 것이다.
국제원자력에너지기구(IAEA) 역시 전 세계 영구정지 원전은 210기가 넘고, 2050년까지 약 600기 이상의 원전이 해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해체 사업은 한국이 원전의 전 주기 관리 체계를 갖춘 나라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자, 향후 글로벌 해체시장 진출의 시험 무대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는 것이 업계 공통된 의견이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고리1호기 해체는 단순한 설비 철거를 넘어 국내 해체기술 내재화와 전문인력 양성, 산업 생태계 조성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사업 과정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역사회와의 신뢰를 기반으로 해체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한수원이 원전 해체 시장에 진출한다고 발표한 당일 관련 주식은 폭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원전 업계와 언론에서 국내외 원전 해체 시장 규모가 50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힌 이후 코스닥 시장에 나타난 현상이다.
이날 위드텍, 비츠로테크, 원일티엔아이, 오르비텍 등 원전 관련주가 전일 주가보다 15% 이상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방사성폐기물의 핵종 분석 장비를 개발한 위드텍과 전력·방사성 제어기기 기술을 갖춘 비츠로테크는 한수원의 발표 당일 한 때 주가가 25%에 육박하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원전 관련주 투자 심리가 단기간에 과열된 양상을 보인 것이다.
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달 9일과 22일 각각 ‘4300GWh 규모 청정수소 및 일반수소 발전 입찰’과 ‘540MW 규모 ESS 전국 도입’등 굵직굵직한 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을 때와 비교할 때 사뭇 다른 모습이다.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 산업부 장관 지명 소식에 주가 고공 행진
지난 29일에는 김정관 두산 에너빌리티 사장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지명됐다고 보도되면서, 하루가 지난 30일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 주식은 두산에너빌이 참여하는 원전 사업체인 ‘팀코리아’가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원전 2기를 건설하는 사업을 최종적으로 수주하면서, 본격적인 상승 그래프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번 체코 원전 사업에 두산에너빌은 원자로, 증기발생기, 터빈발전기 등을 공급할 예정이다.
한수원은 이달 5일 체코전력공사(CEZ) 산하 두코바니Ⅱ 원자력발전사(EDUⅡ)와 26조원 규모 본 계약에 최종 사인했고, 두산에너빌 주가는 4만6,000원대를 넘어서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한 주가 지난 12일에는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형모듈원자로(SMR) 상용화를 지원하는 특별법을 대표 발의하면서,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간다.
지난 29일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김정관 두산에너빌 사장을 산업부 장관에 지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루가 경과한 30일 두산에너빌 주가는 장초반 70,000원대를 시작으로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김 장관 후보자는 지명 직전까지 두산에너빌리티 마케팅 부문장 사장으로 일했었다.

◇ 이재명 정부, 원전 관련주 단기간 폭등....개인투자자 자금 끊임없이 유입
당초 이재명 정부는 석탄 발전소와 원전의 퇴장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그동안 국내 에너지 업계에서 논란거리를 제공했던 탈원전 정책 대신 실용주의 노선인 감원전 기조를 내세웠던 이재명 대통령의 모습에 대해 에너지 업계 내에서 좋은 평가가 이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달 한수원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 수주를 시작으로, 원전 관련 종목들에 대한 과도한 인기는 우려의 목소리를 자아낸다.
현재 한수원이 발표했던 원전 해체 사업은 아직 첫 삽도 뜨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몇몇 매체들은 이번 사업이 500조원 신시장을 창출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보도하며,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두산에너빌의 경우 증권가에서 지주사인 두산의 목표 주가를 27% 상향하는 등 꾸준히 매수를 권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두산에너빌이 추진하는 SMR사업은 현재 미국, 영국, 러시아 등 해외 소수 국가들이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거나, 초기 상용화 단계로 알려져 있는 만큼 갈 길이 먼 상황이다. 또한 두산에너빌이 참여하는 체코 원전 사업은 사업의 물리적 시간이 10여 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로, 개인 투자자들이 단기 주식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현실에 맞지 않다.
이재명 정부가 표방해 온 모호한 '감원전 기조'가 주식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의 이번 산업부 장관 후보자 인선은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살 수 있다. 그만큼 두산에너빌은 체코 원전 사업 수주 및 SMR 특별법 발의 등 정부·여당의 지원사격 속에 주식 시장에서 높은 상승률을 누려왔다.
한편, 한국원자력학회 관계자는 최근 원자력 관련주 상승에 대해 “두산에너빌리티는 주가는 문재인 정부 때 (한 주당) 2,000원까지 내려가서 긴급 자금 수혈도 했었다”며 “윤석열 정부 때 원전 사업 복구하면서 서서히 복구한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이 주식이 갑자기 폭등한 게 아니라 해외 원전 해체 분야가 블루오션이고, 유럽 지역도 탈원전하려고 하지만 다시 원전으로 회귀하는 움직임도 있다. 탄소 절감 움직임 속에 주가가 서서히 반등한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