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많은 활동을 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소개해주십시오.
그래서 이름도 ‘풍류로드’라고 지었고 잊혀져가는 우리의 무형유산을 의미 있는 곳에서 만나보자라는 취지에서 기획되었습니다. 첫 번째 풍류로드에서는 군산을 갔었는데요, 군산 소화권번의 마지막 기생 ‘장금도’ 선생의 인생역정을 들을 수 있는 만남의 자리가 주선되고 선생의 독보적 예능인 민살풀이춤을 직접 관람하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장소는 일반 공연장이 아니고 군산의 옛 정취가 살아있는 ‘빈해원’이라는 중국집이었습니다. 그러니 관람하는 관객도 일반 공연과는 감흥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한 예인의 인생 전체를 관조하게 되니까요.
유형의 문화재만이 문화재의 전부는 아니죠. ‘노래’, ‘춤’ 나아가서 ‘예술정신’, ‘인생’ 같은 무형의 것들이 유형적인 것을 의미있게 만드는 힘이라는 점에서 풍류로드와 같은 답사는 ‘힐링’과 같은 요즘의 트렌드와도 맞아떨어집니다. ‘힐링’이 화두가 된 것도 유형적인 것만 난무하는 요즘에 정신적 가치를 반대급부로 강조하면서 나온 것이지 않겠습니까.”
이 밖에도 역사적 고증에 바탕하여 복원해낸 행사로서 세자빈의 종묘알현의례인 ‘묘현례’, 이제는 한국의 대표 관광코스가 된 ‘경복궁 수문장 교대식’, 군사 사열의식인 ‘첩종’ 등 고궁을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다양한 재현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너무도 널리 알려진 창덕궁 달빛기행이 있겠네요. 보름달이 뜨는 전후에 야간에 전문해설자와 함께 창덕궁을 거닐며 공연까지도 관람하는 프로그램인데 너무 인기가 좋아 예약이 눈 깜짝할 사이에 마감될 정도니까요.”
사실 판소리 기획공연 ‘득음’은 매년마다 공연되던 프로그램으로 관람객 역시 제한되어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작년에는 어떻게 하면 많은 관람객을 확보할 수 있을까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판소리도 과거의 ‘문학’이었다는 것에 착안해 베스트셀러 소설가 김홍신 교수를 사회자로 모셨습니다. 판소리 명창의 소리와 함께 그 안에 담긴 삶의 교훈을 소설가의 입담으로 듣다 보니 관객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항상 어렵게만 느껴졌던 판소리가 관객 자신의 삶과 연관되면서 감동을 받았다는 관람 평이 많았습니다.
전통예술 공연도 일방적이고 도식적인 공연문화에서 벗어나 다른 장르와의 융합을 시도해야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저희 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한국의집’은 조선시대 박팽년의 사저였던 유서 깊은 사대부 저택으로 현재는 전통 혼례, 돌잔치와 같은 전통의례나 고급 한정식을 맛볼 수 있는 고품격 문화공간이 되었습니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싶은 외국인들에게는 최적의 장소이지요. 그래서 미리 신청한 단체 관람객의 경우에는 김치, 택견, 전통 공예와 같은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구요, 31년 간 150만 명의 외국인들이 관람한 한국의집 민속극장 상설공연은 그 동안 계속되어 왔던 레퍼토리에 일부 변화를 주어 한국 전통예술의 정수를 한 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1시간 분량으로 재정비했습니다.
이 외에도 2011년부터 시행되어 매 회 매진기록을 세우고 있는 ‘창덕궁 달빛기행’의 경우에는 외국인의 호응이 높은 점에 주목하여 작년부터 외국인을 위한 영어진행 ‘창덕궁 달빛기행’을 시작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한국 드라마의 한류 1.0, K-pop의 한류 2.0의 시대를 지나 한국 문화의 한류 3.0의 시대를 얘기하지만, 저희 재단은 이미 한국 전통문화의 한류 4.0세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년 말 새롭게 K-Heritage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여기에 맞춰 전통문화상품 및 공연을 기획하여 새로운 한류 시대를 선도할 예정입니다.”
정영훈기자 jyh@mbc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