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관세 부과 조치로 '미중 무역 전쟁'이 다시 전면화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14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며 강경 드라이브를 걸었고, 중국 역시 희토류 수출 통제와 상호관세로 맞불을 놓으며 양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과 트럼프發 관세로 한국 수출 주력산업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무역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전략적 대응이 절실하다. 이 가운데 한국 생존전략으로 한미 경제 동맹을 활용한 탈중국 공급망 전환, 수출시장 다변화, 고부가가치 산업 전환이 생존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 미중 관세전쟁 본격화… 中 희토류 카드로 반격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초고율 관세 폭탄'에 중국이 대응에 나서며 관세전쟁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은 자국 산업과 군수물자에 필수적인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는 한편, 국제 외교전을 병행하며 전통적인 미국 동맹국들과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14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외교부와 상무부 관료들에게 휴가를 전면 취소하고 24시간 대기할 것을 지시하며 사실상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특히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미중 갈등을 담당했던 고위 공무원들이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미국과 직접 충돌 속에서 한국을 포함한 유럽·일본·베트남 등 주요 교역국에 국제 공조를 요청하는 외교 서한을 보내는 등 다자적 대응에도 착수했다.
희토류 공급을 사실상 중단한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중국은 자동차, 드론, 전기차, 미사일 등 첨단 제품에 필수적인 희토류 및 자석류의 수출을 전면 중단했다. 중국 항구에서는 해당 자원의 선적이 멈췄으며, 새롭게 도입될 수출 허가 시스템이 정착될 때까지 이 조치는 이어질 전망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와 중요광물자문위원회는 이번 사태에 대한 우려를 즉각 표명했다. 특히 중국이 미국 방산업체를 포함한 특정 기업과의 거래 자체를 금지하면서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방위산업체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의 희토류 공급망이 사실상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수입이 중단될 경우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일부 기업이 비축 물량을 확보해두었으나, 재고량은 업체별로 편차가 커 정확한 피해 규모 예측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러한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4일 베트남을 국빈 방문하며 국제 공조 강화를 위한 행보에 나섰다. 베트남은 아세안 내 중국 최대 무역국이자, 미중 무역전쟁의 대표적 수혜국으로 꼽힌다. 베트남은 최근 중국산 제품의 대미 불법 우회수출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며 미국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시진핑 주석의 ‘철도, 5G, 인공지능 협력’ 선물 보따리에 철도사업 자금조달과 중국 여객기 운항승인 등을 준비하며 중국와 밀착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 “트럼프의 칼날, 시진핑의 방패… 관세전쟁 승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중 무역전쟁은 1기 때와는 다른 양상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외부 영향을 덜 받는 구조로 성장한 것이 중국이 무역전쟁에서 유리해졌다는 판단이다. 지난 12일 김준형 의원과 외교광장이 공동주최한 ‘트럼프 2기 미중대립과 우리경제 대응방안’ 포럼에서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의 산업구조를 밝히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중국은 대외 충격에 대한 내성이 높아 관세 충격에도 성장률 하락폭이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의 대미 수출 비중은 전체의 14.5%에 불과하며, 설령 이 중 80%가 감소하더라도 전체 수출 감소율은 6~7% 수준”이라며 “대신 청년 고용시장에는 부정적 영향이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글로벌 투자은행(IB)은 미국의 성장률 전망을 0.7%p 하향 조정한 반면, 중국의 전망치는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중국의 산업 경쟁력 변화라고 이 연구위원은 짚었다. 그는 “과거 조립 기지로만 여겨졌던 중국은 이제 반도체, AI, 양자컴퓨팅, 신재생에너지 등에서 글로벌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중국 반도체 기업은 이미 7나노 공정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고 있으며, EUV 노광장비 기술도 가시권에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쉽게 대체할 수 없는 고부가가치 중국산 수입품의 비중이 36%에 달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중국은 미국 수입품 중 10%가 이에 속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중국 시장 의존도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애플, 엔비디아 등 주요 기업의 중국 매출 비중은 25~30% 수준이며, 미국의 운송·금융·통신 등 대중 서비스 무역수지는 흑자를 기록 중이다.
이치훈 연구위원은 “대중 수출보다 4배 이상 많은 미 기업의 중국 내 매출(7,500억 달러)은 비관세 보복 조치가 실현될 경우 미국 산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고관세 정책은 중국 내 구조적 성장 둔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치훈 연구위원은 ▲부동산 침체로 인한 내수 세입 부진 ▲인구 감소에 따른 성장 잠재력 저하 ▲원유 등 해외 의존도 심화 등이 중국 경제의 취약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특히 국가 주도의 성장 전략과 불평등 해소를 위한 강도 높은 규제는 민간 심리를 위축시키며 민간투자를 2년 연속 마이너스로 만들었고, 소비자 신뢰지수는 6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상승률 역시 2년 가까이 1%를 밑돌며, 수요 부진에 따른 디플레이션 압력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 움직임도 뚜렷하다. 올해 1~10월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전년 대비 30% 감소했으며, 부동산 시장은 역대 최장기·최대폭 하락을 겪으며 '일본화'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결국, 이번 미중 무역전쟁의 승자는 쉽게 가릴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CNN은 15일(현지시간) 미중 관세전쟁에 대해 “양측 모두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미국 소비자들은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설명하며, 중국에 대해서는 “권위주의적인 정부 체제로 인해 자국민들에게 더 큰 고통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 대외 충격에 취약한 한국… 공급망 다변화와 규제 혁신이 해법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격화해 사실상 교역을 포기한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면서, 한국도 두 나라 사이에 끼어 직·간접적인 피해를 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대중국 수출 중 78.4%가 중간재이며, 이 가운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고위기술 중간재가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한국은 중국의 대미 완제품 수출에 필수적인 부품을 공급하는 구조이기에, 미국의 고관세 정책으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할 경우, 한국의 중간재 수출도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중국이 대미 수출 감소를 보완하기 위해 제3국 시장을 저가 공세로 공략할 경우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한국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더불어 유럽연합(EU)과 중국 간 교역이 강화된다면, 한국 기업들은 더욱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공급망과 수출시장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한국은 중국보다도 대외 충격에 더 취약하다”고 지적하며 “우리나라의 GDP 대비 수출 비중은 37%로 중국의 2배다. 이로 인해 대외 불안 및 교역 위축에 민감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중국 공급망 의존도도 주요국 평균 9%를 훨씬 상회하는 19%라고 지적하며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미국의 중국견제가 한중 기술 격차 유지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지적 재산권 측면에서 미국과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미국의 중국 관세 인상 집중 시 중국 제품 대체 수요로 여러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미국의 對 중국 압박을 활용해 중국과의 서비스무역 FTA를 높은 수준으로 체결해 우리나라의 對중국 수출 다변화 및 경쟁력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은 중국에서 서비스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대중국 직접투자(FDI)가 제조업에 집중되어 있어 서비스 무역수지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 연구위원은 이를 통해 “한한령 해제, 문화 콘텐츠 수출 확대, 서비스무역 FTA 체결 등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은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며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보다 구조적인 처방을 제시했다. 그는 M이코노미뉴스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관세 정책은 미국 제조업 부활을 위한 것이며, 이에 한국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법인세를 세계 평균 수준인 21%로 낮추고, 4차 산업혁명 관련 규제도 과감히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AI, 우버, 로봇 등 신산업을 전격적으로 허용해야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다”며 “지금이 국가경쟁력 재건의 골든타임”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