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사용한 대통령집무실 이전 작업에 투입한 혈세만 832억1600만원이다. 여기에 청와대 개방에 사용한 예산 1,000억원을 추가하면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실 용산 이전으로 쓴 총 혈세만 1,832억원 이상이다.
‘윤석열 파면’과 동시에 청와대를 찾는 방문객은 급증했다. 청와대재단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첫 주말인 지난 5~6일 청와대를 방문한 사람이 1만6,038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방문객에 갑자기 늘어난 이유는 조기 대선의 막이 오르면서 차기 정권의 ‘청와대 재입성론’이 화두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청와대를 마음대로 찾아가기 어렵겠다”는 사람들의 생각이 방문 수요를 늘렸다.

●혈세 펑펑 쓴 윤석열, 대통령실은 '개인 공간이 아니라 국가 재산'
그렇다면 대통령집무실의 용산행에 들어간 혈세는 어느 정도나 될까.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2022년에만 집무실 이전 비용으로 650억원을 썼다. 그 이후 2024년까진 182억1,600만원을 더 사용했다. 이렇게 쓰인 예산만 총 832억1,600만원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대부분 예비비에서 지출했다.
당초 윤석열 정부는 청와대를 개방하면서 연 2,000억원 규모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개방 첫 해 청와대를 찾은 이들은 277만6,004명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해마다 줄어 청와대 관람객은 2023년 206만8,414명으로 감소했고, 지난해엔 191만2,402명을 기록하며 2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반대로 청와대 예산은 갈수록 늘어났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2년 96억7,000만원을 배정했던 청와대 개방 관련 예산은 2023년 235억1,200만원, 2024년 302억2,400만원, 2025년 417억2,400만원으로 늘어났다.
종합해 보면, 윤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집무실 용산행에 832억1,600만원, 청와대 개방에 1,051억3,000만원 등 총 1,883억4,600만원의 혈세를 사용한 셈이다. 이는 지난해 저소득 가구에 지원하는 정부 ‘긴급복지예산’이 3,501억원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액수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차기 정권이 대통령 집무실을 세종시로 이전하던지, 다시 청와대로 돌아간다면 또다시 천문학적인 혈세를 써야 한다. 이 모든 책임은 대통령실을 옮길 때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나랏돈을 쓴 윤석열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내란수괴’ 윤석열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결론적으로 윤 전 대통령의 집무실 이전은 천문학적인 혈세만 낭비한 꼴이 됐다”면서 “윤 정부가 추진한 건전재정은 물거품이 됐다. 차기 정권에서 대통령집무실을 또다시 이전하면 한푼이 아까운 국민의 세금을 또 거기에 사용해야 한다”고 한탄스러워 했다.

●조기 대선의 변수...대통령실 이전, 가장 합리적인 대안은 청와대 복귀
대통령 선거일이 2025년 6월3일로 결정됨에 따라 차기 대통령이 일할 대통령실을 어디에 둘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기지는 졸속 이전으로 시설이 태부족하고 도청 위험 등 보안 노출로 논란이 된 바 있다. 또 국방부, 합동참모본부와 동거하면서 윤석열 내란의 전초기지가 됐다는 점에서 대통령실로 계속 쓰기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차기 정부는 대통령 집무실을 어디로 해야 할까. 전문가들과 국민 여론은 ‘매몰 비용’을 계산하더라고 역사적 상징성이 있는 '청와대로 복귀하자'는 주장과 장기적인 측면에서 지방 분권을 위한 '세종시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 차기 대통령이 들어갈 가장 유력한 공간은 청와대다. 청와대는 1948년 정부 수립 뒤 74년 동안 대통령실로 사용돼 모든 시설이 갖춰져 있다. 대통령 집무실이 본관과 업무동에 각각 있고, 관저, 여민관(비서실, 국가안보실), 경호처, 국가위기관리센터(벙커), 영빈관, 춘추관(기자회견장), 헬기장, 상춘재, 녹지원 등이 있다. 또 주변엔 경호·경비 부대, 국군서울지구병원(대통령 전용 병원), 안가(안전가옥), 연무관(체육관), 청와대 직원 숙소, 군인아파트, 변전소 등이 마련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청와대로 복귀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르고 있다. 국민의힘의 잠재적 대통령 후보 가운데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의원 등도 청와대 복귀를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김병주 최고위원은 “용산은 부적절하다고 본다”며 “개인적으로 청와대 지역에 새로운 건물(리모델링)을 지어서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탁현민 전 의전비서관 역시 청와대가 지니는 역사적 상징성뿐 아니라 효율성 측면에도 청와대 복귀가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말한다. 그는 “청와대는 한국의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고,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브랜드 가치가 크다. 앞으로 세종시로 행정수도가 이전되더라도 청와대는 국가적 행사나 의전을 위한 대통령실 공간으로 계속 유지해 나가야 한다. 하루아침에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지금 청와대가 박물관도 전시관도 아닌 곳처럼 쇠락한 정원이 됐다. 지리적,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장소임에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테리어 업계 전문가들은 여민관(비서실, 국가안보실) 등 청와대의 낡은 건물을 재건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민관의 3개 건물 가운데 1관은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지어졌으나, 2관은 1969년, 3관은 1972년에 지어졌다. 탁현민 전 비서관은 “여민관이 너무 낡아서 리모델링보다는 신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짓는 동안 청와대 직원들은 주변의 다른 청사들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시·건축 전문가인 김진애 전 의원은 “새 대통령 집무실은 임시로 정부서울청사(과천)나 외교부 건물로 하고 관저는 삼청동 총리 공관이나 안가를 사용하면 된다”며, “과거에 청와대 리모델링 마스터플랜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번 기회에 청와대를 전체적으로 손보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행정수도 세종 이전, 지방 분권은 시대적 숙제인데...
최근 대통령실을 세종시로 옮기는 방안도 거론된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동연 경기지사, 민주당의 충청권 의원들이 앞장서 ‘세종시 이전’을 주장하고 있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세종시로 수도를 옮겨야 하고, 지역 간 균형 발전을 위해서 세종시로 옮기자는 것이다.
복기왕(충남 아산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대부분의 중앙 행정부가 세종시에 있고 지역 소멸 우려도 크다. 최종적으로 세종시로 대통령실을 옮겨야 한다면 지금 청와대로 돌아가는 것은 세금 낭비가 된다. 세종시에 대통령실을 서둘러 마련하고, 다음 대통령 임기 말쯤 들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종갑을 지역구로 둔 무소속 김종민 의원도 “경호와 방호, 보안 등 관계 공무원, 전문가와 검토한 결과, 세종 집무실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이라며 구체적으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건물에서 세종 집무를 하고, 청와대 영빈관과 여민관, 그리고 대통령 인수위 건물로 쓰던 금융연수원 건물을 활용하면 위헌 논란을 피하는 동시에 준비 기간도 두세 달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1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과 세종에 두자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과 장관이 국정 현안을 놓고 자주 토론하고 자주 보는 것이 대통령과 대통령실에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는 수단”이라며 “연방제 수준의 지방자치로 가야 한다”고 지방 분권을 강조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을 세종시로 옮기기 위해서는 두 가지 걸림돌을 해결해야 한다. 우선 헌법을 개정를 통해 ‘세종시 행정수도’ 조항을 넣어야 한다. 2004년 헌법재판소가 법률로 수도를 이전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세종시에 대통령실이 들어갈 공간이 없다는 점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정부세종청사 주변에 58만㎡의 터를 비워놓았지만 이는 2027년 완공될 ‘제2대통령실’ 부지다. 앞서 국회는 2031년까지 ‘세종의사당(제2국회)’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1단계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로 머물고, 2단계로 청와대로 이전하고, 3단계로 수도 이전과 함께 세종시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지금 바로는 청와대나 세종시로 들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모든 과정을 충분히 공론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달도 남지 않은 차기 정부의 핵심 시설은 대통령실이다. 60일 이내 선출된 차기 대통령은 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취임하기 때문에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처럼 ‘졸속 이전’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국가 보안 및 예산 문제 등을 신중히 검토하고 단·중·장기 계획을 명확하게 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