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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고발M


진도군은 대책 없다, 국가가 나서달라!

하루 한 시간 제한급수 "제발 물 좀 먹게 해 달라", 진도 대마도 주민들 눈물로 호소


<M이코노미 김선재 기자>가뭄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전라도 지역에는 한 겨울에도 하루 1~2시간 물이 공급되는 등 여전히 제한급수가 실시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윤영일 국민의당 의원이 주최한 전국 미급수지역 해소를 위한 대토론회에는 진도군 조도면 대마도 섬 주민 20여명이 상경해 맘 놓고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다. 제발 도서지역에 물 문제 좀 해결해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토론회 현장을 담아봤다.

 


물이 하루에 한두 시간, 여름 가뭄에 이어 겨울 가뭄으 로 하루에 물이 1시간 나옵니다. 제대로 화장실도 가지 못가고 식수는 평생 사먹고 삽니다. 저희 말고도 물이 부족한 지역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지역마다 상황이 다른 만큼 지역 특성에 맞는 방향으로 물 부족을 해결해 주셨으면 합니다.”


지난 1월23일 국민의당 윤영일 의원(해남·진도·완도) 주최로 열린 ‘전국 미급수지역 해소를 위한 대토론회’에서 멀리 진도군 조도면 대마도 김종열 물비상대책위원장의 호소다. 이날 대토 론회에는 진도군 대마도, 완도군 보길도 등에서 주민들이 상경해 도서지역의 물 부족 현상을 해결해 달라고 읍소했다.


대마도 주민들은 “억울하다 억울해, 물도 못 먹는 이 신세” “보고 싶은 자식도, 손주도 물 없어 못 부른다” “진도군은 대책 없다, 국가가 나서달라” “마음 놓고 똥 좀 싸자! 불쌍하다 불쌍해” 등 준비해온 피켓 20여 장을 들고 토론회장에 입장해 현지의 참담한 실정을 전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윤영일 의원은 “남부지방의 경우 가뭄이 아주 극심해 농업용수는 물론 생활용수 자체도 부족해 하루 1시간 제한급수를 시행하는 등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나, 많은 국민들이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다”면서 “나라 전체적으로 보면 상수도 보급률이 99% 가까이 되지만, 농어촌지역을 놓고 보면 70%대에 머물고 있다. 약 187만명의 국민들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이어 정부조직이 앞으로 물 관리는 환경부에서 일원화하는 방안이 논의 중인데, 이와 별개로 지금 당장 물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국민들의  살 권리를 찾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현실 적인 대안을 당부했다.



이원화된 수돗물 공급체계 …

지역 간 격차 키워 OECD, 2008년부터 물 관리 기능 통합 권고


상수도 보급률이 99%에 이른다는 대한민국에서 한쪽에서 물 부족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전문가 들은 가장 먼저 이원화된 수돗물 공급체계를 들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정영근 선문대 교수는 “광역상수도는 국토부 관할로 K-water가, 지방상수도는 환경부 관할이지만 사실상 지자체가 직접 공급하고 있다”면서 “정치권에서 계속 통합관리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쉽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어 “대부분 지방상수도는 여전히 영세하고, 효율성도 높지 않다”면서 “급수보급률도 여전히 낮고, 원가에 못 미치는 급수로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더욱이 시·군 단위로 분할 운영되다 보니 투자와 운영관리에서 비효율성도 존재하고, 중복·과잉투자 도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광역상수도망은 국토부가, 지방상수도망은 환경부가 관할하는 기형적구조는 여러 문제를 낳았다. 중복투자는 말할 것도 없이 농어촌과 도서지역은 여전히 물 관리 사각지대 속에 방치되어 있다.




OECD는 우리나라에 2008년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물 관리 기능의 통합을 권고해 왔다. 그럼에도 광역상 수도망의 활용도는 부처 간 이익 논리에 막혀 왔던 게 사실이다. 현재 환경부로의 물관리 일원화·통합관리 과정이 진행 중이긴 있다.


지난해 5월22일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지시로 수자원 관리기능을 환경부로 통합하겠다는 ‘통합 물 관리 추진방침’을 발표했다. 이후 지난해 7월 통합물비전 포럼이 출범했고, 지난 1월19일 환경부는 통합물관리 비전을 발표했다. 정부는 ‘인간과 자연이 함께 누리는 생명의 물’ 을 비전으로 제시하며, 지속가능한 국토환경 조성을 위해 인 간과 자연을 함께 고려하는 물 관리 정책의 가치를 강조했다. 여기에서는 ▲물 순환 건강성 확보 ▲수요와 공급의 조화로 운 통합 ▲유역기반의 통합적인 물 관리 ▲주민참여 협치 확 립 ▲지속가능 행정·재정 체계 구축 등 5대 목표로 설정하고, 25개 핵심전략을 도출했다.



K-water, 광역상수도 직접 공급 확대


물 관리에 있어 환경부로의 일원화가 이뤄진다면 광역상수도망과 지방상수도망 등의 유기적 활용 등으로 가뭄 등에 있어 좀 더 세밀하고 체계적인 대응이 가능해 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K-water는 2014년부터 시범사업으로 상수도 미급수 지역에 광역상수도망을 활용한 직접 공급사업 모델을 확 산하고 있다. K-water 물 복지 사업의 일환인 ‘광역상수도 직 접 공급사업’은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는 ‘물 소외지역’을 대상으로 해당 지역에 가까운 광역상수도관에서 수독물을 직접 공급하는 사업이다.  충남에서 천안 당진, 홍성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K-water 문경훈 처장은 “현재까지 전국 13개 시·군 미급수 인구 7,900명에게 급수혜택을 제공했다”면서 “중장기적으 로 27개 시군에 광역상수도 직접공급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총 사업비는 276억원이, 지자체 재원부담도 155억원 감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문 처장은 이어 “광역상수도 직 접공급 사업을 우선 경제성 확보가 가능한 광역상수도 인근 2km를 중심으로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어 효과를 분석해 2단계로 광역상수도망 인근 2km 초과지역과 공급 불가지역으로 확대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력 없는 지자체, “수도법 개정해야”


물관리가 일원화되고 통합관리가 시작되면, 광역상수도망이 지나는 인근 지역은 물문제의 해결책을 어느 정도는 찾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광역수도망이 전국의 모든 곳을 커버 할 수는 없다. 사실상 광역수도망이 미칠 수 없는 도서지역 같은 경우는 여전히 미해결 지역으로 남는다. 지자체는 현 상황에서 특별한 변화 없이는 계속해 재정적 여력도, 시설을 유지할 능력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인수 전남 환경관리과장은 “결국 재정이 문제”라며 “시장·군수 입장에서는 한정된 재원에서 물에만 계속 돈을 투입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결국 국고지원사업으로 돼야 하고, 지금처럼 수도사업자 형태가 아닌 전기를 한국 전력이 관리하듯 일원화·통합관리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고 주장했다. 지자체를 수도사업자로 규정하고 있는 수도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성수 연세대 교수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갈수록 지방상수도 사업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계륵과 같은 존재가 될 수 밖에 없다”며 “제한적인 수도시설 운영관리 위탁범위를 확대 하거나 K-water, 한국환경공단 등 전문기관의 참여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가야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최근 유럽연합을 비롯한 선진 각국에서는 수도를 포함한 서비스 분야의 위·수탁관계에서 전문기관인 수탁자에게 시설의 설치와 대규모의 개·보수를 위한 권한을 부여 함으로 국민들의 후생과 복지를 확대하고 있다”고 외국의 사례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일본의 예를 들면서 “인구감소, 요금수입 감소, 종사인력 고령화 등에 따라 수도사업 통합을 추진했다”며 “급수인구 5만명 이하인 지자체 주도로 사업통합·경영일체화· 관리일체화·시설 공동화 등 각 지자체의 현실에 따라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됐고, 최종적으로 이와테 중부지역은 수도사업 전면통합 형태로, 카가와현은 16개 시정이 참여해 자체적으로 광역수도사업체를 설립해 광역화를 이뤘다. 군마 동부 지역은 시설 통폐합으로 유지관리비 절감, 요금인상을 억제하면서 위기관리 체제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통합위탁은 인근 수개의 시군을 통합해 수탁자인 전문기관과 위·수탁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라며 “가령 경남서부권의 경우 사천시, 거제시, 고성군, 통영시의 지방 상수도 시설을 통합하면 사업비, 운영관리비, 시설개량비 등을 대폭적으로 절감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통합위탁을 통해 지방과 지방, 광역과 지방상수도사업을 효율화하고, 자연 스럽게 지방상수도사업에 대한 구조를 개편할 수도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각 지역 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대책 나와야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진도군 조도면 대마도 섬 주민들은 “수원지를 건설해 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완도 보길도 김치국 번영회장은 “육지에서의 관로를 연결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두 곳 모두 한겨울에도 제한급수로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지역이다.


진도군 대마도 섬의 김종열 물비상대책위원장은 “각 지역이 특성이 다른 만큼 환경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우리 대마도 같은 경우에는 우리 실정과 맞지 않는 간이해수담수화 시설설치로 예산만 낭비하고 주민들은 여전히 고통스럽게 살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날 토론회에 나온 정부 관계자들은 지역 맞춤형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데는 동의했지만, 현재의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역상수도망 연결만이 답은 아님을 분명히 했다.


국토부 정희규 수자원정책과장은 “지역 특성에 맞는 경제적이고 수질에 맞는 것들이 선택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다”면서 “광역상수도망 연결만이 최선은 아니며, 수원지댐 건설, 지하수댐, 해수담수화 등 여러 방법 가운데 지역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조희송 수도정책과장도 “무조건적인 지방상수도를 보급하기보다는 지역별 맞춤형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장기적 물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세계적인 기후변화로 인해 광역상수도망의 댐들의 수량·수질도 30년, 50년을 장담할 수는 없다. 결국 소규모 취수원을 개발하는 등 먼저 해당 지자체내의 물 자급률을 높이는 방안을 최대한 확보를 하면서, 전체적인 물 관리를 해 나가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범정부 차원에서 물 관리 일원화가 한창 논의 중인 가운데, 2018년 가뭄대책도 일찌감치 나왔다. 지난 1월22일 환경부는 광주시 매내미 마을, 인천광역시 소청도 등 지난 10년간 3회 이상 상습적으로 가뭄이 발생했던 도서·산간지역에는 관 정개발, 지방상수도 확충사업, 해수담수화 설치사업 등을 실시하고, 신안군·완도군 등 지방상수도가 보급됐으나 가뭄으로 제한급수가 실시된 지역 또는 공급제한이 우려되고 있는 지역에는 지방 정수장간 비상연계, 지방-광역 상수도 연계, 노후상수도 현대화 사업, 식수전용 저수지 조성 등을 추진 한다고 밝혔다.



진도군 대신 국가가 나서야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고려대학교 환경시스템 공학과 최승일 교수는 지금과 같은 물 문제의 해결은 우리가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오랫동안 집중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하며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 나가도록 국민들의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촘촘한 상수도망을 구축하고 있는 도심 내에서는 지역의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시적인 정전으로 물까지 안 나오는 경우는 있지만, 가뭄으로 당장 화장실에서 쓸 물도 없다는 사실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이날 토론회에서 만난 이원재 씨(서울 월곡동, 37)는 “한 여 름 내리지 않는 비로 인한 가뭄으로 농작물이 피해가 극심하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실제 제한급수를 하는 등 물 부족을 겪고 있는 사실까지는 알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다른 건 몰라도 물 만큼은 공평하게 사용하고 마셔야 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냐”면서 “정부가 하루 빨리 이 부 분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가 끝난 이후 기자가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물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대부분은 “물은 공평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물이 없어서 씻지도 못하고 일 년 내내 제한급수를 한 지역이 있다고 하자 “대한민국에 아직도 그런 곳이 있느냐”면서 “도대체 정부는 뭐하냐”고 되물었다. 응답자들은 물이 부족해 인간의 기본권이 훼손당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었다. 단 하루도 물 없이는 살 수 없는데도 일 년 넘게 진도군의 처분만 기다 렸던 섬 주민들은 “대책 없는 진도군 대신, 정부가 나서줄 것” 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도서지역의 심각한 물 문제에 대해 정부의 현실적인 대안이 시급한 시점이다.

MeCONOMY magazine Februar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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