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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저작권 소유의 유일한 예외, 업무상저작물


[M이코노미 최종윤 기자] 최근 고용자로 일하는 사람보다 프리랜서 형태로 근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프리랜서 형태로 일을 하며 저작물을 만들었을 때 그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원칙적으로 저작물은 창작자가 권리를 갖는 것이 원칙이나 이에 유일한 예외가 업무상 저작권이다. 저작권법 제9조는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되는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는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 다른 정함이 없는 때에는 그 법인 등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판례를 통해 업무상저작물에 대해 알아보자.


최기훈 씨(가명)는 공연기획사인 ‘○○○○○매니지먼트’를 운영하고 있고, 윤상도 씨(가명)는 발레 무용수 겸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다. 최 씨는 지난 2012년 2월 발레 학원을 운영하던 윤상도 씨를 찾아가 함께 발레 공연업무를 하자고 제안했고, 윤 씨는 2012년부터 2014년경까지 창작 발레작품인 ‘A’, ‘B’(이하 작품들)의 예술 감독 겸 안무가로 일했다. 이후 윤 씨는 2015년 5월 최 씨에게 ‘A’를 저작권자 허락 없이 무단으로 공연했다며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의 서신을 발송했고, 2015년 6월2일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이 사건 발레 작품들에 관한 저작권등록을 신청해 저작권등록을 마쳤다.


“업무상저작물이다” vs “고용관계에 있지 않았다”


이 사건에서 최기훈 씨는 “발레 작품들은 윤상도가 피고용인으로서 업무상 저작한 것이므로 저작권법 제9조에 따라 저작권은 우리 매니지먼트에 귀속된다”면서 “설령 이 사건 발레 작품들이 윤상도의 단독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도 최소한 원고와 피고의 공동저작물에는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상도가 이 발레 작품들이 자신의 단독저작물인양 저작권등록을 마친 바, 이는 이 발레작품들에 관한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상도 씨는 “최기훈과 나는 공연기획자와 프리랜서의 관계로 발레 작품들을 공연하고 수익을 나누는 사이였지, 따로 고용관계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이 작품들은 업무상 저작물이 아닌 나의 단독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발레 작품들에 대한 일부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에 불과한 최 씨를 공동저작자로도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저작권, 원칙적 창작자 소유 … 유일한 예외인 업무상저작물


저작권법 제2조 제2항에 의해 저작물은 원칙적으로 창작자가 권리를 가지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이에 유일한 예외가 업무상저작물이다. 저작권법 제9조는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되는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는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 다른 정함이 없는 때에는 그 법인 등이 된다. 다만, 컴퓨터프로그램 저작물의 경우 공표될 것을 요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에서 정한 업무상 저작물 요건에 해당하면, 창작한 자가 아니라 법인 등 사용자가 저작자가 된다.


쉽게 예를 들면 기자가 작성한 기사의 저작자는 기자가 아닌 언론사가 되는 것이다. 저작권법(제2조 제31호, 제9조)과 판례에 따른 ‘업무상저작물’의 요건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법인이나 단체 그 밖의 사용자가 저작물의 작성을 기획했어야 한다. 단체나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도 사용자가 될 수 있고, 반드시 사용자가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저작물의 작성에 대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기획했을 것을 반드시 요구하는 것은 아
니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판례는 근무규칙 등에 직원의 직무를 정하고 있고, 직원이 그러한 직무상 필요에 따라 작성한 것이면 넓은 의미에서 사용자의 기획에 의한 것으로 본다. 둘째,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에 의해 작성됐어야 한다. 사용자와 저작물 작성자 사이에 사용관계가 있어야 한다. 즉, 저작물의 작성자가 사용자에게 고용돼 있는 것은 물론이고, 실질적인 지휘·감독 관계가 있으면 업무상 저작물의 예외가 적용된다.


셋째, 업무상 작성했어야 한다. 직원이 작성했다해도 그것이 그 사람에게 주어진 업무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 아닌 때에는 저작권법상 업무상 저작물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직원이 업무상 얻은 지식이나 경험을 활용하여 업무상 요구되지 않는 저작물을 창작했다면 그 저작물의 저작자는 직원이다.


넷째, 법인 등의 이름으로 공표돼야 한다. 창작자의 이름으로 공표되면 법인이 그 저작물의 저작자가 되지 않는다. 창작자의 이름과 사용자의 이름이 함께 표시되는 경우에도 법인이 저작자가 되지 않으며, 다만 이 경우에도 창작자의 이름이 단지 업무분담을 밝히기 위해 표시되는 것이라면 법인이 저작권자가 된다. 다만 저작권법 제9조 단서에 의해 컴퓨터프로그램의 경우에는 공표될 것을 요하지 않는다.


다섯째,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 다른 정함이 없어야 한다. 업무상 저작물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창작자를 저작자로 한다는 계약 등이 있다면 단체 등이 저작자가 되지 않는다.



재판부, “고용된 자 아니다” “공동저작물도 아니다”


재판부는 결론적으로 “두 사람은 고용관계가 아니다”라며 윤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는 업무상 저작물로서 법인 등에 저작권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에 의해’ 창작된 저작물이어야 한다는 점을 주요 쟁점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매니지먼트도 별도의 사무실과 일상적인 업무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최 씨가 공연을 섭외해 그 일정이 잡히면 윤씨가 무용수와 스텝진을 구성해 공연을 한 후 그 비용과 수익 등에 관한 정산이 이루어지는 식으로 공연 업무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둘 사이에 근로계약서가 작성된 바도 없고, 퇴직금 지급 등 고용관계 종료에 따른 정산을 했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아 고용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 최 씨가 제출한 급여대장 등에 대해서는 “추후에 회계처리·세금신고 등을 위한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이고, 윤씨에게 지급한 돈은 공연준비 비용, 공연수익 배분금, 아들의 발레 레슨비용 등의 명목으로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윤 씨가 ○○○○○매니지먼트 예술감독 겸 안무가 직함이 기재된 명함을 가지고 다녔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문제 삼지 않았다.


최 씨가 주장한 공동저작물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2인 이상이 저작물의 작성에 관여한 경우 그 중에서 창작적인 표현 형식 자체에 기여한 자만이 그 저작물의 저작자가 되는 것”이라며 “창작적인 표현 형식에 기여하지 아니한 자는 비록 저작물의 작성과정에서 아이디어나 소재 또는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등의 관여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 저작물의 저작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업무상저작물, 주문 또는 위탁 저작물과 구분해야


흔히 업무상저작물과 관련해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 주문 또는 위탁해 작성된 저작물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미국 등 일부 국가와 달리 사용관계에 있지 않은 사람에게 주문 또는 위탁해 작성된 저작물은 업무상저작물로 보지 않는다”고 전했다. 따라서 외부에 연구보고서·설계도 또는 사진촬영 등을 주문 또는 의뢰한 경우 작성된 연구보고서나 설계도 또는 사진 등은 업무상저작물이 아니다.


저작자는 위탁한 사람이 아니라 직접 보고서 작성, 설계, 사진촬영한 사람이다. 다만 계약상으로 미리 저작권은 주문 또는 의뢰한 사람이 가진다는 내용을 명확히 한 경우에는 저작권을 가질 수는 있지만 이것도 저작권을 양도한다는 계약을 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저작인격권은 여전히 저작자에게 있으므로 성명표시권·동일성유지권 등은 여전히 원저작자에게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회사에서 퇴사하고 나서 자신이 직접 창작한 것이라 문제될 것 없다고 판단해 계속 저작물을 이용하다 회사와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회사로부터 법적제재를 받을 수 있다. 업무상저작물의 5가지 요건을 꼼꼼히 살펴보고, 불필요한 다툼이 벌어지는 것을 방지하자.


MeCONOMY Magazine April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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