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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쌀 개방이냐 유예냐

정부가 올해 말에 끝나는 우리나라 쌀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의 쌀 관세화 유예 종료를 앞두고 쌀 시장 개방을 공식화하는 가운데 농민단체와 야당 등이 반발하고 있어 쌀 개방에 따른 파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쌀 관세화는 쌀 시장을 개방하되 국내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즉, 쌀 관세화는 쌀 개방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국은 1995년 시행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2004년까지 쌀에 대해 관세화 유예(시장 개방 유예) 조치를 인정받았고, 2004년 쌀 협상에서 관세화 유예를 2014년말까지 추가로 연장했다. 그 대신 일종의 의무수입 물량인 최소시장접근(MMA,Minimum Market Access, 最少市場接近) 물량을 낮은 관세로 매년 의무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쌀 개방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최소시장접근에 대해 알아야 한다. 최소시장접근은 식량안보차원에서 쌀 등 농산물의 일부 품목에 대해 시장을 개방하지 않더라도 국내 소비량에 대한 일정 부분은 반드시 수입하도록 의무화한 제도이다. 예를들면 시장개방을 요구하는 쪽에서 보면 최소한의 시장진입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고, 수입국이나 개방압력을 받는 입장에서는 ‘최소수입량’ 또는 ‘최소수입의무’ 등의 의미를 갖는다.
우리나라는 1995년 WTO의 회원국이 된 해에 원칙적으로 쌀 개방을 했어야 하나, 국내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최소시장접근을 선택하고 10년간 쌀 시장 개방을 유예받았다. 당시 쌀 시장 개방에 따른 유예조건은 1995년 국내 소비량의 1%에서 시작하여, 2004년에 4%를 수입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2004년에도 쌀 개방 준비가 되지 않은 우리나라는 WTO 농업협정에 의거하여 다시 10년간, 즉 2014년까지 유예기간을 연장받았다. 드디어, 올해 2014년 재 유예기간도 끝나고, 쌀 개방을 할 것인지 아니면 WTO와의 협상을 통해 다시 쌀 개방 유예기간을 연장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올해 다시 쌀 시장 개방유예를 위해서는 WTO 137개 회원국으로부터 4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얻어내야 할 뿐만 아니라, WTO 농업협정에는 재유예 규정은 있지만 재유예 만기 이후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재 유예 협상은 진행할 근거가 부족하는 문제가 존재한다. 또한 2014년 현재 의무 수입량인 7.97%(국내 쌀 소비량의 9%)에서 다시 3~4% 수입량을 늘리겠다는 조건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 큰 문제점이다.
1988년부터 1990년 까지 의무수입량이 20만 5,000톤 이었지만, 한 번 유예조건으로 현재 40만 9,000톤으로 수입물량이 늘었다. 이 상황에서 다시 4% 가량 수입물량을 늘리면 우리는 의무수입량으로 약 80만톤을 무조건 수입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나중에 쌀 개방을 하더라도 이 최소시장접근물량은 매년 수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필리핀은 5년간 한시적으로 추가 유예에 성공했지만, 의무수입물량을 2.3배 늘리고 다른 농산물에 대해서도 대폭 수입 개방을 약속하는 등 상당한 출혈을 감수하기로 하였다. 농림축산부가 공개한 자료를 분석하면,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필리핀 방식으로 5년간 관세를 유예했을 때 이 기간에 쌀 수입·보관·운송 비용으로만 정부 재정이 약 2조 8천억 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쌀 관세화를 추진했을 때 우리나라가 5년간 의무수입해야 하는 비용 1조 7천억 원에 비해 65% 정도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즉, 쌀 관세화를 하지 않고 5년간 추가 유예를 받았을 때 약 1.6배 이상의 비용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쌀 시장 전면개방과 최소시장접근 수입물량을 늘리고 재 유예를 받는 방법, 그리고 최소시장접근 수입물량을 늘리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하는 3가지 방법 중 하나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추가적인 조치 없이 현상을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현상유지로 고집을 부리는 것은 세계적인 비난을 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수출전선에도 막대한 영향을 줄 것이므로 사실상 쓸 수 없는 카드이다.
정부측 주장은 최소시장접근 물량을 계속 늘리는 것 보다는 차라리 쌀 시장 개방을 통하여 정면승부하는 것이 오히려 이득이라는 것이다. 일본과 대만이 쌀 시장을 개방했지만 높은 관세율을 통하여 쌀 수입량이 크게 늘지 않고, 농가들의 피해도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수입쌀에 300% 이상의 상당히 높은 관세율을 정하여 수입금지를 해제하자는 것이다. 쌀 시장 개방 초기에 고율의 쌀 관세율을 적용한 뒤 추후 이 관세율이 낮아지지 않도록 함으로써 외국산 쌀의 무차별 유입을 막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와 함께 쌀 수입보험제도 도입과 쌀 재해보험 보장수준 현실화, 전업농·들녘경영체 육성을 통한 규모의 경제화, 국산쌀과 수입쌀 혼합 판매금지, 부정유통 제재강화, 건조·저온저장시설 등 미곡종합처리장 시설현대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쌀 산업발전방안도 발표했다.
쌀 개방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WTO 농업 협정 서문에도 식량 안보에 관련된 부분은 개발도상국에 한해서 특별대우를 받을 수 있고 이것은 WTO 협정의 불가분의 일부를 구성한다고 되어 있어서, 특별대우가 한시적 조치 그리고 자동 관세화 되고 의무화되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개발도상국으로서 식량 안보 차원에서 쌀 개방을 하지 않고 현재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며, 현 상태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WTO 회원국들과 협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쌀 시장을 개방해도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지 못하면 국내 쌀 생산 기반이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분위기는 최소수입물량 확대를 통한 유예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2015년부터 쌀 시장 개방이 불가피한 측면이 보인다. 그러나 아무런 대책없이 쌀 시장이 개발되면 국내 쌀 소비량과 생산량에 문제가 생김은 물론 식량 자급률이 50%밖에 안되는 상황에서 급격히 식량자급율이 낮아질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다.
지구상에서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필리핀뿐이다. 만약 올해 쌀 시장 개방을 유예한다면, 유예의 대가로 2019년엔 국내 쌀 소비량의 20%를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국내 쌀 생산 기반의 붕괴로 이어진다는 게 정부의 우려다. 일부 농민단체가 쌀 시장 개방을 찬성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쌀 시장 개방에 따른 최소시장접근 20년간의 유예기간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쌀시장 개방에 대한 최종 결정을 앞두고, 다시 한번 쌀 시장 개방에 따른 손익계산을 냉정하게 따져 볼 시점이 된 것이다.


MeCONOMY July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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