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연구원은 “세월호 사고에 따른 소비 심리 저하로 국내총생산, GDP 증가율이 0.08%포인트, 금액으로 치면 1조 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올해 초 신흥국 금융불안과 연말정산 환급액 감소의 영향이 겹쳐 올해 우리 경제가 기존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낮은 4.1%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소비심리 저하가 3분기까지 이어지면 경제성장률은 연 3.9%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광업, 유통업, 외식업 등에서 소비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 기재부는 5월 최근 경제동향을 통해 “세월호 사고 이후 소비와 관련 서비스업 활동이 둔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물가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민간부문 회복세가 견고하지 않은 가운데 소비와 관련 서비스업 활동도 둔화해 전반적으로 경기 전망이 밝지 않다.
소비 둔화와 내수경기 침체
전반적인 소비 흐름을 나타내는 신용카드사용 규모는 사고일인 지난달 16일을 기점으로 14∼15일 카드 승인액 증가율이 25.0%에서 16∼20일에는 6.9%로 둔화됐고 지난달 넷째 주에는 1.8%로 더 내려왔다.
4월 첫째 주 전년동기대비 4.5% 늘었던 백화점 매출은 4월 넷째 주에 0.2%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에 할인점 매출 증가 폭은 0.2%에서 -4.7%로 돌아섰다. 설 명절과 새 학기 등으로 활기를 띠던 전통시장의 매출도 사고 이후 20∼30% 감소했다.
이번 사고 이후 수학여행 금지 등 조치로 취소된 관광은 모두 5천476건, 18만8천 명 규모로 추산되며 이로 인한 손실은 276억 원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도는 사고 직후인 지난달 16∼23일 수학여행자 수가 전년 동기대비 74.8% 줄었다. 놀이공원 입장객 수도 68.3% 급감했고 여객선 이용객도 70∼80% 감소했다.
A 여행사에 따르면 4~6월간 전체 예약 인원 대비 취소 인원의 비율은 약 4.1%, 그 중 국내 상품 취소 건이 31% 차지한다. 페리호를 이용하는 중국과 일본 상품을 중심으로 전 지역에 취소가 있었고 신규 예약 문의도 정체됐다. B 여행사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지방에 있는 여행사들은 수학여행, 단체 봄나들이, 단체 공무원 여행 등 거의 대부분의 여행이 취소된 상태이다.
최근 금융연구원은 “세월호 사고에 따른 소비 심리 저하로 국내총생산, GDP 증가율이 0.08%포인트, 금액으로 치면 1조 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올해 초 신흥국 금융불안과 연말정산 환급액 감소의 영향이 겹쳐 올해 우리 경제가 기존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낮은 4.1%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소비심리 저하가 3분기까지 이어지면 경제성장률은 연 3.9%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영화 관객 수도 감소했다. 지난 4월 한국영화 관객 수가 전년 동기대비 54.9% 감소했다. 4월 한국영화산업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영화 관객 수는 202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48만 명)보다 246만 명이 줄었다. 4월 전체 관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1%포인트 감소한 920만 명,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14.4%포인트 감소한 721억 원이었다.
실종자 수색작업이 진행 중이던 5월 초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을 보고 장사하는 카네이션 판매원은 예년보다 판매가 잘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경기 안산과 전남 진도 등 사고 관련 지역은 특히 여파가 크다. 단원고가 위치한 안산지역은 각종 행사와 회식 중단으로 식당, 노래방, 택시 등 관련업종 매출이 50% 이상 감소했다. 사고가 발생한 전남 진도는 200톤 이상의 세월호 기름 유출로 인해 양식장·어장이 오염되고 민박·낚시 관광객이 급감했다.
소비 위축 완화 대책
정부는 세월호 참사에 따른 소비 위축을 완화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 재정 지출 규모를 약 7조 8천억 원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경제전문가들은 당장 소비위축을 만회한다기보다는 추가 충격을 완화하는 정도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번 소비 부진은 세월호 참사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이 원인이기 때문에 정부가 발표한 재정조기집행 등이 즉각적인 효과를 나타내기는 힘들고 실제 지난해 상반기 추가경정예산 편성의 효과는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장기적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경제 주체의 소비불안심리를 줄이고, 예산 조기집행을 통해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방향성은 좋은 것으로 보인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최근 나타나고 있는 소비 위축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고 여행업, 숙박업 등에 정책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발표에 대해 “정부의 조기집행에 따른 2/4분 재정지출 확대는 경제성장률을 조정해 간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어 보인다”며 “소비심리가 위축된 시기에 정부가 더 쓰고 소비가 반등할 때 정부가 덜 씀으로써 전체적인 성장세가 부드러운 모양을 갖게 되지만 다만, 여행업, 숙박업 등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이 구체화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세월호의 부정적인 영향이 민간소비로부터 투자 등 경제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이보다는 단기적인 민간소비 하락이 있은 후 그에 상응하는 반등이 있을 것이다”며 “4~5월에 여행을 취소한 대신 나중에 옷을 산거나 여름여행을 더 좋은 곳으로 가거나 여행을 취소한 돈 중 일부를 저축하는데 쓴다면 민간소비에 끌어내리는 작용을 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점에서 단기적인 소비정책보다는 1/4분기 민간소비 속보치(세월호 사건 이전의 민간소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4분기 민간소비가 부진한 것은 세월호 이전인 만큼 다른 이유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가계소득 분배 악화, 가계부채, 고령화 등 구조적인 문제로 인한 GDP성장률보다 민간소비 증가율이 낮은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따라서 단기적인 소비진작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며, 오히려 경제혁신 과제를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우리 경제의 소비를 정상화시키는 방법이라는 게 김 연구위원의 견해이다.
유재원 건국대학교 교수는 “외환위기 때와 같이 재난 후에는 복구를 위한 투자가 일어나 브이자형 경기회복세를 보일 수 있지만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가 경제에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주가와 같이 경제 전반의 굵직굵직한 이슈 등을 살펴보면 큰 영향이 없다는 설명이다. 미국에서는 카트리나 태풍 재난 때 2005년 8월 소비가 위축됐지만 당시 미국 경기가 바닥을 아니었고 나머지 경제변수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유 교수는 “세월호로 인한 내수경기 침체도 우리가 우려하는 것만큼 크지는 않고 우리 경제도 회복추세가 지속되고 있으므로 충격의 크기가 부정적 영향을 줄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911테러로 인해 경기가 브이자형으로 급락하면서 경기가 굉장히 위축된 이후 안전기준을 대폭 강화해 투자를 활성화하고 정부가 세제혜택을 준 사례가 있다.
내수 디플레이션 우려
현대경제연구원은 세월호 사고로 인해 올해 민간소비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애초 전망보다 각각 0.3% 포인트, 0.1% 포인트 낮출 것이고 일자리도 7만 3천개 정도 덜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세월호 사고 영향이 큰 오락·문화, 음식·숙박 부문의 소비지출(전체 소비지출의 약 20% 차지)이 3개월간 5% 줄어든다고 가정할 때 이런 경제적 영향이 있다고 내다봤다. 소비지출 ‘3개월간 5% 감소’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4월 16일 이후 신용카드 이용 둔화 추세 등을 반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레저업 분야 신용카드 승인액은 세월호 참사 이전(4월 1∼15일)에는 전년 동기보다 12.9% 증가했지만 참사 이후(4월 16∼30일)에는 3.6% 감소했다. 요식업 분야 신용카드 승인액도 12.7%에서 7.3%로 증가율이 둔화됐고, 여객선 운송업은 41.8% 증가에서 마이너스 29.9%로 급반전했다. 이어 소비 둔화가 서비스 분야 등에서 고용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는 세월호 사고로 인한 경제적인 피해 내용도 포함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내수경기 상황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민간소비화와 함께 설비투자 부진도 지속되고 있다. 비투자가 예상보다 부진한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건설경기 회복세도 둔화되는 양상이다. 설비투자는 예상보다 부진하고 향후에도 완만한 증가세에 그칠 전망이다.
설비투자 증가율(전년동기대비)이 2013년 1/4분기 -12.7%에서 4/4분기에 10.9%로 상승했지만, 2014년 1/4분기에 8.1%로 주춤했다. 한편 전기 대비 증가율은 2013년 4/4분기 5.6%에서 2014년 1/4분기 -1.3%로 급락했다. 향후 설비투자는 큰 폭의 회복세가 어렵고 건설투자와 건설수주 증가 추세가 둔화되면서 향후 건설경기 회복세도 미약할 전망이다. 건설투자 증가율(전년동기대비)은 2013년 2/4분기의 10.0%를 정점으로 하락해 2014년 1/4분기 현재 4.1%를 기록했다.
건설수주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 역시 2013년 상승세를 보이며 4/4분기에 22.4%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2014년 1/4분기 13.4%로 증가폭 둔화됐고 토목 부문이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발주자별로는 공공부문의 증가율이 미약한 수준이다.
주택시장 회복 속 전세와 가계부채 부담 증가
민간소비가 위축되고 내수경기 회복이 둔화되고 있다고 해서 전세가격이 내려가지는 않는다는 점도 서민경제생활의 어려움이다. 전세가격으로 인해 소비자물가도 상승할 전망이다. 금융연구원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로 전세가격 상승세 등으로 지난해 1.3% 대비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부동산 시장은 비수도권 중소형 중심 매매시장 회복 속 전세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주택매매시장은 2012년 이후 수도권 중심 침체가 지속되다가 2013년에 발표된 4.1대책과 8.28대책, 12.3대책이 이어지면서 주택매매가격지수가 상승했다. 전세시장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제외하고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데 이는 임대인의 월세선호와 임차인의 전세선호 현상 지속 등 근본적인 수급이 불안정한 것이 원인으로 향후에도 완만한 상승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가계부채는 부동산 경기 회복으로 증가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저소득층 및 자영업자의 채무상환능력이 약화되고 있다. 가계부채(가계신용 기준)는 2002년 465조 원에서 2013년 1,021조 원으로 연평균 7.4%씩 증가하고 있고, 가처분소득 대비 비중도 113.8%에서 136.3%로 상승하고 있다. 이는 2013년 말에 생애최초주택 취득세 면제, 신규·미분양주택 양도소득세 면제 등 세제혜택 종료를 앞둔 주택담보대출이 급증이 원인이다.
금융대출이 있는 저소득층 채무상환비율(DSR;원리금상환액/가처분소득)이 2012년 42.6%에서 2013년 56.6%로 상승(DSR이 40%를 넘으면 고위험가구)했다. 내수침체와 베이비붐세대의 대규모 자영업 진출 등으로 자영업자(가계부채의 43.6% 차지)의 채무상환비율도 31.5%에서 34.9%로 상승했다. 원리금 상환부담으로 생계부담을 느끼는 응답자가 70% 상회, 실제 소비를 줄이고 있는 가구도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내수활성화보다 중요한 기업윤리
특히 세월호 사고의 여파로 영업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여행과 운송, 숙박 업종에 대한 재정 및 금융 지원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게 정부의 약속이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이 얼마나 빛을 발할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세월호 사고가 가뜩이나 조마조마한 우리 경제를 흔들어놓았다는 점은 확실하다. 사고 이후 돈보다 안전, 돈보다 생명이라는 구호는 우리 사회가 선진국형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 앞으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할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세월호 사고 이후 사람들은 지갑을 열지 않았다. 내수경기가 워낙 좋지 않은 상황이기도 했지만 소비자들의 정신적 외상이나 마음의 상처도 쉽게 아물지 않을 전망이다. 마케팅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소비자의 지갑이 아닌 마음을 열라고 기업에 충고한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기업부터 거듭나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 사회의 부조리는 조직적인 탐욕에서 비롯됐고 이번 세월호 사고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줬다.
돈이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이다 보니 사람보다 돈을 추구하는 기업도 많아졌다. 하지만 사람보다 돈을 추구한다고 해서 성공한 기업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를 통해 배워야 할 것 같다.
MeCONOMY June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