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은 2013년 8월 말에 시작하여 지난 2월 16일에 막을 내린 50부작 드라마이다. KBS2 TV에서 토 · 일요일 밤 주말드라마로 편성했는데 마지막 회에 47.3%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함으로써 화제작으로 자리매김하며 마쳤다.
지상파 방송의 편성전략 중 드라마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연속성과 중독성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고정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는것이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종편 채널이 지상파와의 시청률 경쟁에서 뒤지는 이유가 드라마를 편성하지 않는 것 때문이라는건 전문가가 아니라도 다 아는 사실이다. 고액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드라마는 그래서 잘하면 본전 아니면 방송사에게 적자를 안겨주는 계륵같은 프로그램이 되고 있다.
드라마, 예능· 오락 프그램이 갖는 사회적 책임 중요
시청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드라마 방송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요구할 수 밖에 없다. 좋아하는 연기자들이 다양한 인물로 설정되어, 현실에는 잘 없을 것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드라마는 가정의 오락감으로도 이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집안에 갇혀 사는 가정 주부와 노인층에게는 더 할 나위없는 구경꺼리이니 드라마 없는 TV 방송은 생각할 수도 없다.
같은 KBS2 TV, 일요일 밤에는 ‘개그콘서트‘가 방송되고 있다. 이 역시 시청률 면에서 다른 예능 프로그램 보다 높으며, 젊은층을 주시청층으로 많은 국민들이 보고 있는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앞서 소개한 드라마와는 시청층이 다를 뿐 아니라 시청 동기도 달라서 같은 잣대로 프그램을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드라마와 예능 등 오락 프그램이 갖는 사회적 책임은 가볍게 넘겨 볼 일이 아니다. 무조건 재미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방송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보고, 듣고, 오락을 제공받고 있다. 학자마다 다르게 주장하지만 TV방송은 오락적 매체라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하지만 오락성이 강하다는 말이지 오락만 있어야 한다는 말과는 조금 다르다.
보편적으로 TV 프로그램을 세 장르로 나눈다. 크게 보도, 교양,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법시행령을 통해 해당 프로그램을 골고루 방송하도록 관리 감독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종합편성 채널인 지상파 3사의 의무편성 비율은 보도, 교양 및 오락 방송 프로그램이 상호 조화를 이루도록 편성하되 다만, 오락 방송 프로그램만은 전체 방송시간의 50% 이하로 편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TV가 오락성이 강한 매체지만 절반을 넘어서까지 예능 · 오락 프로그램을 과편성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유익하지 않다는 판단에서 취해지는 규제로 받아 들이면 될것이다. 공공재인 국가의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은 방송사 경영 못지않게 국민들에게 건전한 오락을 제공해야 하는 사명감이 있어야 할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렇지 않을 때 발생하는 폐해는 국민들의 올바른 가치관을 흐트러뜨리며 국가의 국격을 떨어뜨리기도 하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막장을 즐기는 시청자, 막장을 만들어 내는 방송사
‘막장 드라마’를 넘어 ‘발암 드라마’라는 자조 섞인 용어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능 프로그램의 선정적, 불건전한 대사에 청소년을 둔 부모들이 불안해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막장 드라마라는 혹평이 그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의 입에서 나온다는 이율배반적 행태에서 찾아 보면 문제점을 알아낼 수 있다. 왜냐하면 보지않는 사람은 굳이 막장이네 뭐네 말할 근거를 갖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러니 제작사나 방송사는 밖으로 표현하지 않을 뿐이지막장을 즐기는 시청자가 있는 한 자극적인 드라마를 만들 수 밖에 없다는 당위성을 갖는 것이다. 게다가 광고 수입을 좌지우지하는 시청률에 연연하는 한 ‘막장 드라마’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
한편, 다른 입장에서 보면 막장 드라마도 가끔 나오면 어떠냐는 주장도 할 수 있다. 드라마는 어차피 실제적인 얘기보다는 픽션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보려는 시청자가 이미 일상을 뛰어넘는 색다른 소재를 기대하는데 거기에 부응하는걸 뭐라하고 싶으면 안 보면 그만일 수도 있어야 한다는 논리에서는 그렇다. 그러나 시청자의 색다른 입맛에 맛춰 나가는 일이 방송의 역할과 사명이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국민생활에 끼치는 영향력이 워낙 강한 방송이 자칫 자만하다 보면 어느 순간 역기능의 매체로 전락할 수 있다. 아니, 어느 부분 이미 역기능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기도 하다. 특히나 모방심리가 강한 청소년에 있어서 방송 따라하기는 본능적인 행동이므로 방송이 자제하는 수 밖에 없다.
방송의 주인은 국민, 구두선(口頭禪)에 그치면 안돼
막장 드라마의 폐해 중 가장 우려되는 점은 왜곡된 사회질서를 합당한 현상으로 인정해 버린다는 것이다. 선정적, 자극적, 퇴폐적 오락 프로그램의 악영향이 우려되는 결과로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정상으로 인식하거나 더 큰 자극과 선정성이 나타나지 않으면 시시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그러니 방송이 순기능을 해야하는 까닭은 더욱 절실해 진다.
방송은 국가가 방송사업자의 영위를 위해 전파사용을 허락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방송사업을 통해 방송사의 이윤과 이익을 도모하는데 그쳐서는 안된다.
국가가 방송정책을 세워 운용하는 가장 큰 목적은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도모하는데 있음을 알아야 한다. 모든 국민이 차별받지 않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고, 적은 비용으로 오락을 즐기도록 하는 방송은 그래서 주인이 국민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할 것이다. Me
(M이코노미매거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