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환경 녹색성장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친환경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농자재제조업(농약, 제초제, 살충제 등을 만드는 회사)을 시작해 천연농자재제조로 관심을 받고 있는 여성기업인이 있다. 농가의 경제에 도움을 주는 제품개발로 업계의 조명을 받고 있는 임복희 (주)패시픽사이언스 대표를 만났다.
유기농이라는 타이틀로 식약청의약품인증과 친환경농약 조달청 등록 업체로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친환경농자재 제조업체인 (주)패시픽사이언스. 올해 4월에는 사회적기업인 (주)이엠자연을 설립하여 수익의 100%를 어려운 이들을 위해 쓰겠다고 호언장담하고 나섰다.
농자재제조업계에서는 최초의 여성CEO인 임복희 대표가 남성들도 힘든 농자재 제조업계에 도전장을 낸 것은 2006년. 젊은 시절 제약회사와 화장품회사에서 탄탄한 영업력을 배웠고 가방제조업으로 한 때 잘 나가던 때가 있었기에 생소한 분야라도 두려움은 없었다고. 그렇게 시작한 농자재 제조업은 뚝심녀의 마음까지 뒤흔들 정도로 어려움에 봉착하게 만들었다.
“사업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만만치 않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회사와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어 내야겠구나 생각했죠. 획기적인 제품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정말로 많이 뛰어다녔나 봐요. 직접 현장에 달려가 농가의 어려움과 기존 제품들의 문제점이 무언지를 일일이 체크했으니까요.”
후발주자가 기존의 업체들보다 더 많이 노력하지 않으면 그 결과는 뻔했기에 임 대표는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그리고 얻어낸 것이 제품에 대한 신뢰였다. 전국의 시, 도, 구청 등 지자체와 보건위생과, 보건소, 공원녹지과, 축산과 등에 제품을 납품하는 성과를 이뤄낸 것.
2006년 회사가 설립되어 그리 오래 되지 않은 기간이지만 기업연구소를 통한 품질관리확보와 미생물배양시설을 비롯한 최신시설의 무인자동화시스템을 갖춤으로써 기존업체와의 차별화를 꾀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현재는 방역소독 약품사업부와 농약 및 친환경사업부를 확대해가고 있다.
도전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는 진리를 바탕으로
“사실 제가 경영을 했었다고는 하지만 가방제조업이었거든요. 그것도 직접 매장을 내놓고 판매를 했던 게 아니라 농협이나 대상처럼 큰 회사에서 주문을 하면 만들어서 납품만 하는 구조였고요. 한 가지 제품을 만들면 5만~10만 개 정도가 나가니까 돈도 꽤나 잘 벌렸죠. 그런데 시대가 바뀌면서 소비자들이 한 제품에 대한 싫증을 빨리 내고 개성을 찾게 되니까 다품종 소량판매형식으로 트렌드가 바뀌었잖아요. 과거에는 한 제품을 만들면 대량으로 나가던 게 5천~만개 정도밖에 제품이 안 나가는 거에요. 이런 구조에서는 수익을 만들기가 어렵게 되는 거죠. 그래서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당시 고려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을 다니고 있던 임 대표가 학우들끼리 나가던 골프장에서 한 팀이 되어 라운딩을 했던 한 농약회사 대표의 말 한마디는 목마른임 대표를 자극하기에 충분했었다.
“아르스타 사이언스 코리아라는 일본 농약제조회사의 한국 대표님이셨는데 일본에서 사장이 오게 되면서 회사를 그만둘 시점이었어요. 연세가 있었거든요. 그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자신이 개발한 제품이 40~50가지 정도 되는데 농자재분야는 경쟁력이 있고 비전도 있으니까 같이 한 번 해보지 않겠냐고. 새로운 분야라는 생각보다는 괜찮겠다 싶었죠. 어떤 제약회사 제품은 영원히 그 회사 거잖아요. 그렇다면 제가 회사를 설립해서 제품을 개발하면 영원히 우리 거니까 앞으로 2세, 3세에 물려줄 수도 있겠다 싶었죠.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어이없는 발상인지...(웃음)”
어떤 일이든 도전하지 않으면 얻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임 대표에게 새로운 분야의 사업시작은 어쩌면 희망이었다. 대신 후발주자임을 감안하여 기존의 제품과는 차별성이 필요하다고 느껴 친환경농자재 제조에 포커스를 맞추기로 했다. 농사에 필요한 농자재는 사람이 직접 먹는 식물재배에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해야 한다는 것보다 우선인 것은 없었다.
그래서 회사 내에 식물병원을 만들고 다양한 품종의 농작물들을 직접 관찰하고 병에 걸렸을 때 친환경치료를 통해 건강하게 식물을 관리하도록 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식물이지만 사람과 마찬가지로 병에 걸리기 전에 식물 자체를 튼튼하게 키우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 것이다.
“식물을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식물이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토양을 기름지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죠. 영양가가 풍부해야 식물의 뿌리가 좋은 영양분을 마음 놓고 흡수해 결과물을 내놓을 테니까요. 그리고 식물을 키우다가 병에 걸리게 되면 화학농약 대신 천연살균, 천연살충, 천연제초 등 친환경적인 치료를 하고요. 이러한 과정 속에서 토양에 영양분을 공급해서 식물을 튼튼하게 하는 토양계량제와 친환 경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죠.”
연구비만 30억
농자재제조업은 과거 농약이나 제초제 등 농사에 필요한 것들을 통틀어 표현한 것이다. 사람이 몸이 아파서 약국에 가면 아픈 부위와 증상에 따라 처방되는 약이 다르듯 농자재도 마찬가지로 식물의 종류와 증상에 따라 그 수가 다양하다. 현재 이 회사에서 만들어 낸 제품만 해도 30여 가지. 한 제품을 개발하여 시장에 내 놓는데 드는 비용이 1억 원 정도인 것을 감안할 때 현재 투자금액만 30억 원 정도에 이른다. 제품개발비용이 많이 드는 이유는 전 제품에 사용되는 원료를 100% 외국에서 수입을 해 오기 때문이다. 초기개발비용이 많이 들다보니 수요가 많은데도 우리나라에 농자재 제조사는 통틀어 13개 밖에 없다. 그만큼 어렵기도 하지만 품질만 입증된다면 경쟁력도 있다. 지구상에 인간이 살아가는 한 농사는 필요하고 레저생활을 위한 골프장의 숫자만도 엄청나 시장성이 좋은 것이다. 단 실사용자들인 농민들에게 제품에 대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좋은 제품을 개발하는 만큼이나 영업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회사 내에 설립된 부설 연구소는 정부에서 인정하는 곳이에요. 서울대 농. 생물학과 박사님과 연구소기술개발 박사님, 그리고 약사님 등 3명이 최신시설을 갖춘 연구실에서 밤낮없이 연구하죠. 연구실에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사람은 저에요. 농가를 직접 찾아다니면서 영업을 하다가 농민들이 하는 이야기를 꼼꼼히 적어 와서 제품개발을 하는 데 아이디어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요. 최근에 개발한 토양계량제도 농민들의 불편을 듣고 개발한 제품이거든요. 비닐하우스를 여러 동 하시는 분과 대화를 나누다보니까 비닐하우스를 한 동 만드는데 드는 비용이 2천만 원 정도로 상당하더라고요. 비닐하우스는 1년에 5작~6작을 하는데 그만큼 땅에 영양분이 없어지는 거죠. 그러다보니까 어느 정도 돈을 벌면 다시 비닐하우스 만드는 비용으로 들어가 버리는 구조였어요. 비닐하우스를 옮기지 않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제품을 개발하게 된 거죠.”
양이온치환능력과 양분유실방지, 양분이용률 극대화를 시켜주는 토양작물 활성제인 이 제품은 후발주자였던 회사를 업계에 각인시켜 주는 효자제품으로 떠오르면서 얼마 전 고양시에서 개최된 세계 유기농박람회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기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더 큰 기업화를 꿈꾸듯이 임 대표도 마찬가지다. 단지 제품을 팔고자 하는 중간브로커들에 의해 순박한 농민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았던 탓에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아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정말로 TV에서 보는 거하고 똑같아요. 자기들의 이익만이 눈에 보일 뿐 브로커들은 회사나 농민은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렇다보니까 찾아갔을 때 마음의 문을 열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실질적인 개발자이고 농자재회사의 대표라고 하면 그때야 마음을 열어요. 저는 그러거든요. ‘일단 써보시고 효과가 좋으면 주문해주세요.’그러면 어떤 분들은 그러죠. 이게 다 돈인데 공짜로 쓰면 되겠냐고 약값을 부칠 테니 계좌번호 적어달라고요. 제가 모 군수님을 만난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더니 인정하시더라고요. 실제로 제품을 사용하는 농가에서 우리 제품을 인정하도록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또 그들이 불필요한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해주는 것도 제조사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여성기업인으로서 힘든 과정을 잘 견디어온 배경에는 여성CEO라는 타이틀이 도움이 됐을 법도 하건만임 대표는 무슨 소리냐며 손사래를 친다.
“국가적 지원이요. 0%에요. 은행수수료도 똑같아요. 여성기업인들이 도움 받는다는 말은 사실과 달라요.”
여성기업인의 장점은 있다. 비즈니스를 할 때 상대방이 꺼려하기보다는 이해해주고 도움을 주려고 하는 점이다. 제품만 좋다면 인정해주고 신뢰해주는 문화는 이제 남성과 여성이 하는 사업에 대한 기준도 희미하게 만들고 있다. 여성창업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 임 대표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저는 후배들에게 항상 그래요. 자신 있는 거 한 가지만 해라. 이거 저거 손대서 잡상인처럼 일하지 말고 하나만 제대로 하면 망가질 일이 없다. 이거 하면 뭔가 되겠구나 하는 달콤한 맛에 결국은 망가지는 거거든요. 그래서 저는 자기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한 우물만 파라고 해요. 만약에 여성이 이 분야에 뛰어들고 싶어 한다면 저는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싶어요. 대신 노력은 해야죠. 세상에 공짜로 얻어지는 건 없잖아요. 비전은 있기 때문에 권하고는 싶죠. 하지만 쉽지 않다는 말도 해주고 싶어요.”
농촌진흥청의 제재를 받는 농자재제조업은 국가에서 제품의 효과가 입증되었을 때 등록을 해주는 엄격하고 까다로운 분야다. 그런 분야에 여성으로서 당당히 도전장을 던진 임 대표에게 앞으로 2~3년은 큰 도약을 할 수 있는 기간이다.
제품에 대한 검증을 충분히 거쳤고 다른 회사가 넘볼 수 없는 제품도 생산했기에 30~50억 매출을 올리는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사회공헌활동에 목표를 두고파
올 4월에 설립된 사회적 기업에서는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 환경질환인 아토피에 도움이 되는 제품이라든지 집 먼지진드기나 이불에 붙어 있는 진드기 등을 제거하는 제품들이다.
임 대표는 사회적 기업에서 발생되는 수익에 대해서는 100%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각서까지 썼다. 어려운 소년소녀가장 돕기, NGO운동에 꾸준히 합류하면서 전국 소년소녀가장 돕기, 시민연합중앙회 여성회장으로 불우청소년 돕기에도 앞장서온 임 대표가 앞으로 사회적 기업을 통해 멋진 기업인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