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멘트와 건설회사에서 쓰는 재료들을 개발해서 대기업에 납품해온 (주)케미우스코리아가 특수공법을 개발해 업계의 관심을 사고 있다. 회사가 설립된 이래 자체의 브랜드를 알기기보다는 대기업에서 의뢰한 신제품을 개발해온 기간만 상당하기에 품질의 우수성은 입증 받았다. 기후가 변하면서 증가되고 있는 피해사례들을 보강. 보안하기 위해 특수공법 기술개발에 착수한 것이 지금의 결과로 이어졌다.
국내에서 개발된 특수공법이 경제성과 환경보존이라는 측면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기존의 방법을 보완해 공사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경제적인 효과까지 가져오는 특수공법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일본의 시멘트회사들과 기술교류 및 공동개발을 시작해 온지 10년. 우리나라 기업으로는 최초로 특수공법을 개발한 회사는 (주)케미우스코리아다.
“공사현장에서는 항상 대중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까 기존의 공법이나 재료들로는 도로를 건설하고 건축물을 만드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죠. 안전에 대한 문제도 늘 발생되고요. 과거에는 어떤 구조물을 세우든지 건물을 지을 경우 최대한 좋은 곳을 골라서 공사를 할 수가 있었지만 지금은 달라졌거든요. 공사하기 좋은 토지나 용지들은 이미 사람이 살고 있거나 경작지로서 역할을 하고 있어 조건이 나쁜 곳에다 공사를 해야 하니까요. 이를테면 공사를 하는 방법이 특수공법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죠.”
8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의 건설경기는 그야말로 붐이었다. 여기저기에 건물을 짓고 도로를 내는 공사가 전국에서 일어났다. 시멘트는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눈앞에 보이는 순익이 많으니 새제품을 개발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실무기술자들로 이뤄진 이 회사의 경영진들은 앞으로 다가올 문제의 심각성을 대비하기 위해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실무경영자들의 동침이 이뤄낸 걸작
동양시멘트에서 만나게 된 유용선 대표와 박종현 부사장. 두 사람의 질긴 인연은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종현 부사장이 첫 직장인 동양시멘트를 그만 두고 영업점사업을 시작했을 때 동양시멘트의 기술개발과 제품개발담당이 방문했다. 유용선 대표였다. 서글서글한 성격의 박 부사장과 우직한 성격의 유 대표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했다. 그리고 박 부사장이 지금의 회사를 인수할 때 두 사람은 경영파트너로 같은 곳을 향하는 동행자가 됐다.
처음부터 업무파트너였던 이들의 사업목표는 기술개발을 해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대기업에 납품하면 회사가 성장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제품개발을 해서 대기업에 납품하자는 생각이었는데 기술력은 뛰어난데도 회사의 브랜드는 별로 알려지지 않는 겁니다. 물론 관련 업계에서는 기술개발 회사로 알려졌죠. 그렇지만 자사의 브랜드를 건 제품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언제까지든 개발업체라는거죠. 그래서 마음을 바꿔 먹은 거죠. 어차피 기술개발은 업계에서 알아 줄 정도니까 이제는 브랜드를 알리는데 초점을 맞추자. 그래서 개발한 제품이 특수공법입니다. 이 기술만큼은 국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제품이나 공법에 대한 자신감도 있고요.”
두 사람은 늘 공사현장에서 느낀 문제점을 기술개발팀의 아이디어로 제공한다. 개발된 공법이 공사현장에서 적절하게 사용되어 공사가 실수 없이 마무리되도록 하는 것도 이들의 임무다. 어떤 공사든 측량을 하는 시점부터 관찰하고 적절한 공법을 적용하게 한다.
가끔은 공사를 하다가 중단된 곳에 투입되기도 한다. 대개 공사를 하다가 투입되는 경우는 공사초기에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공사가 진행되면서 지반에 문제가 발생된 경우다. 문제가 생긴 것만 봐도 어떤 건지 알아낼 정도로 경험이 많은 이들이지만 그래도 땅 속은 늘 이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땅속은 우리 눈에 보이는 것처럼 그리 평탄치가 않아요. 겉으론 평평해보여도 지반의 성질이 다르거든요. 공사를 하기 전엔 반드시 공사현장의 땅 속을 100m~200m간격으로 조사를 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조사를 한 그 지점의 바로 옆 10m지점이 조사한 지점과 다를 수 있어요. 그러다보니까 조사를 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어 공사를 시작했는데 하다보면 생각치도 않은 문제에 직면하는 경우가 다반사죠. 겉엔 흙이지만 땅 속은 몇 m차이로 모래가 있을 수도 있고 끈끈한 점토가 있을 수도 있고 이들이 섞여서 있는 경우도 있어요.”
현재 우리나라의 건설경기는 불경기라고 하는 게 맞다. 거기에 분야가 다양해 시공을 하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국토는 좁고 가용할 수 있는 용지가 줄어든 탓이다. 과거의 경우 도로를 내려고 하면 비용이 덜 드는 곡선을 따라 도로를 건설하여 시공비를 줄일 수 있었다.
국도가 구불구불한 형태가 그 이유다. 하지만 이제는 난공사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 이유는 용지확보의 문제와 가용용지의 적절한 배분의 문제이다. 이러한 것들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기존보다 더 고난이도의 기술들이 요구된다. 길 또한 구비 구비 돌아가는 형태가 아닌 바로 갈 수 있는 직선화 또는 지하화 되고 있다. 거기에다 도로를 내기 위해 산을 깎아내서 용지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
안전성과 경제성을 확보한 특수공법
과거에도 길을 내다가 산을 만나면 터널을 뚫어 사면을 설치해서 그 난제들을 해결해 나갔다. 그런 것들은 기술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터널공사만 보더라도 과거와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터널입구나 도로경사면, 절토 면은 사면의 경사가 원만해야만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어 용지를 더 많이 깎아내야 하는 형태의 공사가 불가피했다.
거기에 일자로 선 콘크리트를 쳐서 운전자들에게 위압감도 조성되었다. 이에 반해 특수공법은 계단식의 접근으로 운전자들이 심리적인 부담을 갖지 않도록 시공을 하고 계단식의 중간 중간에 나무를 심어서 환경도 살리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특수공법은 옹벽공법으로 고강도의 P. C패널을 적용해서 옹벽활동과 전도 및 침하를 방지하게 됩니다. 즉, 지반보강재파손과 인발저항력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죠. 거기에 초미립자시멘트를 주입하게 되면 침투성이 좋아져서 전반적인 지반활동력이 감소됩니다. 그만큼 튼튼하고 건고해지는 거고요. 때문에 터널공사나 큰 건물을 지을 때 뒤의 급한 경사도 안전하게 만들어 줍니다. 과거 불필요하게 확보해야 했던 용지도 필요 없어지는 거죠.”
공사를 할 때 산을 깎아내는 문제는 늘 환경의 문제로 야기된다. 그랬기에 특수공법이 가져오는 효과는 경제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환경을 덜 훼손시키는 결과도 가져오고 있다.
환경을 맨 먼저 고려하는 선진국
선진국들과 우리의 공법차이. 먼저 환경적인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유럽이나 선진국들은 환경파괴를 지양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경우와는 아주 다르다. 직선화나 효율성만 따지는 우리와 달리 유럽은 최대한 환경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건설이 이뤄진다. 가능하면 기존의 환경을 그대로 확보하는 쪽을 선택한다.
부득이하게 손을 대야 한다면 최소화가 되는 방향을 선택하는 게 그들이다. 우리도 이제나마 옹벽을 쌓아야 할 때 용지를 최소화하여 절토를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니 다행이다. 특수공법이 개발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공법은 기존의 공사법과 비교했을 때 비용적인 측면에서는 20~30%가 올라간다. 하지만 전체 공사비로 봤을 때는 줄어드는데 그 이유는 토목이라는 특수성에 있다.
하지만 모든 공공사가 토목공사를 꼭 해야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위태로워 보이는 암반이 있다고 하더라도 눈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고 한다.
“지질학상으로 봤을 때 산은 상당히 안정화되어 있어요. 대개 흙이 일정부분 들어가면 암반이 나오는데 약한 암반, 강한 암반 순으로 되어 있거든요. 건물 뒤에 암반이 위태롭게서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약한 암반을 제거해서 불안전한 요소가 남아 있지 않을 수도 있어요. 무슨 말이냐면 집을 짓기 전에 불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약한 암반을 모두 제거하고 콘크리트 보다 더 강한 암반만이 남아 있을 수 있다는 말이죠. 즉 눈으로 보는 것으로만 판단할 게 아니라 여러 여건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말이에요. 위험하게 보이지만 안전할 수 있으니까요.”
땅 속의 위험요소를 제거해서 안전이라는 측면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건설공사 현장.
창조란 원래 있던 것들을 보완해서 만들어가는 것이듯 오랜 경험에 의한 기술개발은 국내 유일의 특수공법개발로 이어져 건설 현장의 경제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측면을 담당하고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이 감칠맛을 내는 음식처럼 오래 오래 숙성되어 더 멋진 작품을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