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에서 주식처럼 데이 트레이더(day trader)가 가능할까요? 주식에서는 데이 트레이더를 하지 말라고 합니다. 고도의 고급정보를 가지고 있는 외국인이나 기관투자가들에게 당할 수가 없기 때문이죠. 그들만이 아는 고도의 고급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데이 트레이딩을 하는 사람은 99%가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고도의 정보가 아닌 기술적 지표(그래프) 밖에 없으니까요.
매일 상·하향선을 그려내는 그래프나 보고 변곡점이니 추세적 반등이니 이런 말을 떠드는 사람들이 투자한 회사의 오너가 현재 기업어음을 얼마나 돌렸으며 그 만기가 언제 돌아오는지에 대한 고급정보는 알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보니 매일 과거의 지표를 가지고 미래를 파악하려고 하는 것이죠. 잠시 떨어지면 팔았다가 오르면 사는 이런 일이 반복되는 이유입니다. 만약에 개미투자자가 주식으로 성공하려면 실적 좋고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회사에 장기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입니다.
부동산도 주식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부동산도 가치에 무게를 두고 쌀 때 샀다가 비쌀 때 팔면 되는 것이니까요. 가끔 강의를 나가서 끝난 후 뒤풀이 자리에 가면 안주처럼 나오는 게 부동산에 대한 얘깁니다. 당연히 그 자리에서는 많은 질문을 받게 되는데요. 여기서 가장 많이 받게 되는 질문이 모두 같다는 겁니다. 우선 여기서는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에 대해 글을 써 보려고 합니다.
단타의 기초
첫째, 현재 실 거래가격보다 싸게 사서 현재 가격대로 팔아 차익을 남기겠다는 것인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경매건, 공매건 모두 현재의 급매 가를 기준으로 물건이 팔리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경매로 낙찰되는 것이 급매가 이하로 낙찰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예전이건 지금이건 앞으로도 급매가 이하로 낙찰이 되는 경우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과거 경매의 대중화 전인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아파트를 실거래가의 10%정도 싸게 90%정도에 낙찰을 받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당시는 경매의 대중화시기가 아니라서 싸게 받아도 단타를 치려면 취·등록세, 명도비 등을 감안해서 받아야 했는데요. 결국 명도를 하고 실제 팔고 나면 ‘500만 원 떼기’ 수준이었습니다.
따라서 입찰하는 물건에 대해 응찰하는 사람이 모두 큰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은 이러한 요행은 거의 없고 있다 해도 반복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경매카페에서 교육을 할 때 이렇게 얘기합니다.
특수물건(선순위 임차인, 법정지상권, 유치권, 선순위 가등기 등등)을 해야 한다고 말이죠. 그런다고 해서 꼭 싸게 받느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어떤 경매고수가 선순위 가등기가 있어서 단독인줄 알고 들어갔다가 20대1이었고 자기가 꼴등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경매와 공매는 대중화가 되어 있다고 보면 됩니다. 더구나 특수물건을 경매에 들어갔다면 특수물건 특성상 명도와 대출 등이 힘들고 현금과 시간 정력이 많이 들어가서 남는 장사라고 보기 힘들게 됩니다.
대세 하락기에 물건을 샀다고 해도 거기에 들인 노력과 시간, 현금이 말짱 도루묵 되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섣불리 뛰어들었다가는 가진 돈도 다 잃기 십상이라는 얘깁니다. 그곳의 고수들을 믿지 말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들도 모두 초보들입니다.
가령 법정지상권 강의를 하는 사람이 자신의 투자인생에서 몇 건이나 그런 투자를 해봤을까요? 대개는 경험이 없거나 3건 이상 해봤다면 많이 경험한 것입니다. 그들의 말만 믿고 투자를 했다가는 이익이 생기면 챙겨가겠지만 손해를 보면 절대로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럴 바엔 차라리 일반물건에 잘 투자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부동산 시장에서의 착시현상
부동산 시장에도 착시현상이 있습니다. 몇 달 전 아파트 가격조사를 해봤더니 2억 원이었던 아파트가 최저가 1억 6천만 원인 것을 보고 1억 7천만 원을 써냈습니다. 덕분에 덜커덕 단독으로 낙찰이 되었습니다.
시세보다 싸게 받은 것이죠. 낙찰을 받은 후 부동산 물건지에 가서 물어봤더니 1억 6천만 원이라고 했습니다. 몇 달 사이에 가격이 떨어진 것이죠. 오히려 1천만 원을 비싸게 산 것입니다. 그때야 부랴부랴 인터넷을 봤더니 1억6천만 원에 급매가 나와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착시라기보다는 매달 떨어지는 시세조사를 게을리 해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채 인식하지 못한 것입니다. 경매를 하려는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급매 가를 보고 들어가다 보니 싸게 받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어떤 대형마트에서 이런 문구를 본 적이 있습니다. ‘000보다 비싸면 환불해 줍니다.’ 자신들보다 싸게 파는 곳이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하는 겁니다. 그런 곳이 있다면 조용히 사서 팔아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 세상에 그런 곳은 거의 찾기 어렵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둘째는 현재 실거래가로 사서 앞으로 오르면 오른 가격에 팔아 차익을 남기겠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는 대세상승기에 주로 쓰였던 방법입니다.
아파트건, 빌라건, 주택이건, 오피스텔이건 사면 오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때는 그냥 사면 몇 달 있다가 올라서 팔고 또 사고 오르면 팔고 하던 시절입니다. 분양권 시기에는 분양권을 사면 오르고 재건축을 사면 재건축이 오르고 빌라를 사면 빌라가 오르고 했습니다.
그때의 투자방법은 전세를 끼고 실투자금 얼마를 들이고 사놓으면 전세가 2년이 되어 만기가 되면 가격이 올라 전세 빠지는 시점에서 매도를 하면 됐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모든 것들이 다 오른다는 것이죠. 내가 산 것만 올라야 하는데 남이 산 것도 오르니 집 한 채 사서 올랐다고 좋아할 일이 아닙니다.
물론 단타가 확실한 시장도 있었습니다. 저도 재개발 초기시장에서는 그렇게 했으니까요.
재개발 발표를 앞둔 OO시 도시기본계획을 발표하는 공청회가 정확히 한 달 후에 열립니다.
그러면 도시기본계획이 OO시의 어디 어디가 될 것인지 정확한 번지만 안다면 땅 짚고 헤엄치기입니다. 그래서 공청회 발표 일자는 도시개발과에 전화를 해서 알아내고 어디 어디가 된다는 것은 시의회 자료를 뒤져서 재개발이 확실한 ‘상습침수구역’ 등을 찾아 그곳에 빌라를 찾아 사놓고 있다가 한 달 후에 발표가 나면 팔고 나오면 됩니다. 그리고 다른 재개발 발표 나는 시(市)를 찾아 메뚜기처럼 옮겨 다니면 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실거래가에 사서 앞으로 오르면 오른 가격에 팔고 차익을 남기는 것입니다.
이것은 주식에서 외국인이나 기관투자가가 그 기업의 고급정보에 접근해서 알아내고 미리 사거나 미리 파는 수법을 쓰는 것과 동일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고급정보를 알아내는 것은 힘들고 알아냈다고 하더라도 단기 단발성에 그친다는 것이죠.
또 평생을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투자를 할 수는 없습니다. 가령 대세 하락기에는 실거래가로 사서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없고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현재 실거래가에 샀다고 하더라도 언제 떨어질지 모를 일입니다. 실거래가 혹은 급매가에 샀다는 것은 마이너스를 의미하는 것이죠.
단타의 심화
한 마디로 말해 저는 재개발 이후 한 번도 오를 것을 예상하고 투자한 적이 없습니다.
재개발은 초기 재개발 시장처럼 확실한 방법이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그러한 방법을 찾을 수 없었고, 재개발 이후는 너무 폭등을 해서 실투자금이 너무 많이 들어가 폭락을 해서 투자를 하면 오히려 까먹는 대세 하락기를 맞이했기 때문에 철저히 수익률 시장으로 눈을 돌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