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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9월 06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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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관'의 귀환과 한 병의 와인

 

 

대한민국의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천명관 (千明官)이 10년 만에 장편을 발표한다는 소식은 단순한 뉴스가 아니다. 그는 2004년 장편소설 ‘고래’로 독자와 평단 모두를 놀라게 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작 ‘천 년 동안의 고독’과도 비교되며 주술적 사실주의의 백미로 거론되는 이 작품은 작가가 다양한 삶의 경험을 쌓아온 뒤에야 비로소 빚어낸 거대한 서사였다.

 

은희경은 당시 그의 출발을 두고 “전통적 소설 학습이나 동시대 작품에 빚진 것이 별로 없어 보인다”며 독자적 세계의 탄생을 주목했다. 그리고 지금, 10년 만에 발표되는 신작은 그 연장선상에서 다시금 이야기가 어떻게 확장될지 기대하게 한다.

 

문학의 귀환을 축하하는 방식을 여러모로 상상할 수 있겠지만, 필자는 한 병의 와인을 곁들 이는 것을 권한다. 천명관에게 어울리는 품종으로 제안하고 싶은 것은 이탈리아 남부의 풀리아(Puglia)의 프리미티보(Primitivo)다.

 

프리미티보는 미국의 진판델과 같은 유전적 뿌리를 가진 품종으로, 따뜻한 기후에서 잘 자라고 과실향이 강렬하다. 잔에 따르면 밝은 루비색을 띠며 라즈베리·블루베리·딸기 같은 붉은 과일 향과 함께 시나몬 등의 향신 노트가 은근히 배어난다.

 

특히 추천하는 와인은 ‘파쏘델 카디날레(Passo del Cardinale)’다. 이름은 ‘추기경의 발걸음’ 이라는 뜻으로, 생산자는 포도밭을 걷는 추기경의 단호하고도 유려한 걸음을 와인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한다.

 

프리미티보의 풍부한 알코올과 부드러운 탄닌, 낮은 산도는 미디엄에서 풀바디에 이르는 질감을 만들어 내며, 이는 천명관 소설의 서사적 무게감과 잘 맞아 떨어진다. 매운 음식이나 고기요리, 잼이나 과일소스를 곁들인 요리와 특히 조화롭고, 가격대도 자주 꺼내기 좋은 ‘가성비’가 있다.

 

와인의 ‘바디감’에 대해 잠깐 덧붙이면, 와인의 무게와 점도를 뜻하는 바디감은 탄닌·알코 올·당도의 영향이 크고 산도는 오히려 바디감을 낮춘다. 프리미티보는 상대적으로 알코올과 과실감이 높아 입안에 풍부한 존재감을 남기며, 시간이 지나면서 복합적인 향미를 드러내어 읽는 이의 인내와 집중을 보상한다는 점에서 장편 읽기와도 닮았다.

 

번역가의 역할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고래’의 영어판을 다시 세상에 띄운 김지영 번역가는 원작의 구전적 리듬과 민담적 정서를 외국 독자에게 전달해 한국문학의 목소리를 넓혔다.  “그리고 다시, 이야기는 계속된다”는 천명관의 문장처럼, 작가의 귀환과 번역가의 손길은 이야기가 국경을 넘어 지속되는 방식을 보여준다.

 

작가의 10년 만의 귀환은 그 자체 로 사건이다. 그리고 그 귀환을 마주하는 방식은 각자 다르겠지만, 필자는 한 권의 책과 한 병의 와인이 어우러지는 시간-서늘한 밤, 책장을 넘기는 손끝과 와인 잔의 무 게가 맞물리는 순간-을 권한다. 천명관의 다음 이야기가 우리에게 어떤 파동을 던질지, 와인 한 모금과 함께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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