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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17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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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이슈] 외국계 기업에 한국 해상풍력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인가?

블랙록 20조 LOI와 에퀴노르의 ‘추자도 철수’로 본 한국 해상풍력의 현재
1경9000억 자산운용 우군 얻은 한국 해상풍력...2026년 예산은 되려 삭감
프로젝트 초기 비용 정부가 일정 보전해도 여수·인천·고흥 등 사업비 지연

 

 

내년 3월 이른바 ‘해상풍력 특별법’(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 한국 해상풍력 시장의 룰은 한 번 크게 바뀐다.

 

정부가 미리 입지를 골라 환경·경제성·수용성을 검증한 뒤, 그 안에서 사업자를 뽑는 계획입지와 공공주도 모델이 법제화되는 것이다. 개발사는 더 이상 “좋아 보이는 바다부터 점 찍고 들어가는” 방식이 아니라, 국가가 지정한 개발구역 안에서 경쟁해야 한다.

 

이런 시기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의 블랙록이 한국 정부에 해상풍력·재생에너지·AI(인공지능) 인프라에 2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투자의향서(LOI)를 내밀었다. 블랙록이 굴리는 자산은 2025년 3분기 기준 13조5000억달러, 우리 돈으로 1경9000조원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해상풍력 특별법과 공공주도 모델을 올라타고, 에너지 전환과 AI 허브 전략을 동시에 밀어붙일 수 있는 “꿈의 재무 파트너”를 얻은 셈이다. 그러나 같은 시기, 또 다른 외국계 해상풍력 개발사인 노르웨이 에퀴노르는 제주 추자도 해상풍력 공공주도 사업에서 사실상 발을 뺐다.

 

제주에너지공사가 공모한 2.37GW ‘추자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에 1·2차 모두 불참했고, 현재는 한국중부발전 단독 응모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때 추자도 해역에서 풍황 계측기까지 깔며 ‘선점 개발자’ 역할을 했던 에퀴노르가 뒤로 물러선 것이다.

 

블랙록은 들어오고, 에퀴노르는 빠져나가는 엇갈린 그림 속에서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지금 이 시점의 한국 해상풍력 시장은 해외 자본에게 여전히 매력적인가.

 

 

◇국내 에너지 업계는 대대적 환영...구속력 없는 LOI 낸 블랙록은 구체적 투자 ‘아직’

 

10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뷔나 그룹 투자 의향서 전달식’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와 블랙록 계열 재생에너지 개발사인 뷔나(Vena) 그룹이 20조원 규모 LOI(투자의향서)에 서명했다.

 

공식 발표를 모아보면, 투자 주체는 블랙록 자회사 뷔나 그룹이고, 태양광·육상·해상풍력과 에너지저장장치(ESS), 그린수소·연료전지, 재생에너지 연계형 전력망, 그리고 재생에너지 전력을 기반으로 한 AI 데이터센터까지를 포괄하는 패키지 투자가 골자다.

 

특히 국내에서 추진 중인 프로젝트 가운데 해상풍력은 태안해상풍력(500MW), 통영 욕지해상풍력(384MW) 등 두 곳이 이름을 올렸다. 충남 태안 해상풍력과 RE100 산업단지, 경남 통영·욕지도 인근 해상풍력, 기타 대규모 태양광과 전력망 사업이 유력 후보지로 거론된다.

 

정부는 LOI를 국토를 ‘U자형 전력망’으로 둘러싸는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 그리고 아시아 AI 데이터센터 허브 전략과 연결해 설명한다. 서·남해와 동해에서 생산된 전기를 고압 송전망으로 수도권과 산업단지, 대규모 데이터센터까지 끌어와, AI 연산 수요를 재생에너지로 뒷받침하겠다는 그림이다. 단순히 발전기를 더 세우는 차원을 넘어, 전력망과 수요처까지 묶어 하나의 패키지로 설계하겠다는 의미다.

 

몇 주 전 뉴욕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의 면담에서도 같은 메시지가 반복됐다. 핑크 회장은 “모든 사업을 진행할 때 ‘코리안’처럼 사고해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고, 대통령실은 그가 한국을 재생에너지 기반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 거점으로 키우는 구상에 공감하며 “한국이 아시아·태평양의 AI 수도가 될 수 있도록 글로벌 자본을 연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민주주의와 산업 인프라를 정착시킨 한국의 투자 환경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중국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어려운 블랙록이 아시아에서 기대를 걸 만한 파트너로 한국을 선택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다만 LOI는 어디까지나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의향’일 뿐이다. 숫자는 화려하지만, 사업성 검토와 제도 설계가 따라오지 않으면 언제든 공수표로 돌아설 수 있다. 전임 정부 시기 블랙록 계열사 크레도오프쇼어는 전남 신안 인근 해역에서 총 2GW, 약 10조원 규모의 초대형 해상풍력 단지를 추진한 뒤, 계통 포화와 재무능력 증빙 미비 등을 이유로 발전사업 허가가 전부 불허되며 좌초한 바 있다.

 

◇정부 예산 110억에서 90억으로 줄여...국비는 서 있는데 지방·민간은 돈이 없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내놓은 해상풍력 특별법과 공공주도 계획입지 모델의 예산은 오히려 줄어드는 모습이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6년도 ‘공공주도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개발 지원사업’ 예산안은 90억원이 잡혔다. 올해 110억원에서 20억원(약18%)이 줄어든 규모다.

 

겉으론 감액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구조가 바뀌었다. 기존 단지개발 지원 예산은 80억원에서 30억원으로 절반 이상 축소되는 대신, 해상풍력 특별법에 맞춰 예비지구의 배치계획·인허가 사전조사·수용성 확보 계획 등을 지원하는 ‘해상풍력 계획입지 조성사업’이 60억원 규모로 새로 편성됐다.

 

블랙록과 에퀴노르의 시선에서 보면, 이런 예산 구조는 기회이자 리스크다. 해상풍력 특별법과 공공주도 예산 덕분에 해상풍력 계획입지, 계통 연계, 지역 수용성 조사 등 초기 리스크를 정부·지자체가 일정 부분 떠안아주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비·지방비·민간비가 제때 결합하지 않으면 사업 출발 자체가 밀릴 수 있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드러난 집행 현황을 보면, 2024년 여수시(남해남중권·3GW)와 인천시(인천공공주도·2GW)가 지방비를 전혀 편성하지 못했고, 올해는 보령(보령해상풍력·1.3GW), 태안(태안-서해-가의·1.4GW), 고흥(바람에너지연금·2GW) 등에서 민간 자금이 한 푼도 잡히지 않았다. 국비는 준비돼 있는데 지방비·민간비가 따라붙지 못해 예산이 이월되거나, 반대로 지방비·민간비 확보를 기다리다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가 반복됐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국내 해상풍력 산업의 조기 정착을 위하여 정부가 뚝심있게 관련 사업과 예산 마련을 추진하길 바라는 업계 관계자의 코멘트도 나왔다. 

 

기자와 만난 해상풍력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해상풍력 산업은 기업 역량으로 보나, 정부의 사업 추진 의지로 보나 향후 세계 시장을 선도할 만한 키플레이어로서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이를 위해서는 이재명 정부와 여당이 에너지고속도로와 해상풍력 사업으로 대표되는 청정에너지 사업을 어떤 방식으로 추진력 있게 밀고 나아가느냐가 중요하다”며 “현 시점에서 해상풍력 업계 관계자들은 그러한 부분을 눈여겨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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