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관리 국면을 이어가던 미중 관계가 다시 격랑 속으로 들어섰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를 발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대중국 추가관세 100% 부과와 핵심 소프트웨어 수출 제한을 예고했다. 두 조치는 모두 11월 1일부터 시행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항공기 같은 ‘큰 것들’을 포함한 여러 수출품을 검토 중”이라며, 보잉 부품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은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하고, 14일부터 미국 관련 선박에 톤당 400위안의 항만 서비스료를 부과한다. 이는 미국이 중국 선박에 입항료를 매긴 데 대한 맞대응이다. 양국은 퀄컴의 오토톡스 인수 제동, TP-링크 영업 제한, 중국 항공사 러시아 영공 통과 금지 추진 등 상호 보복조치를 잇따라 내놓으며 충돌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희토류 문제를 직접 거론한 것은 중국이 기존 ‘관세휴전’ 합의를 흔들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휴전 합의에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규제 완화와 중국의 희토류 정상 공급이 포함돼 있다. 그는 다만 “중국의 대응에 따라 후속조치를 조절할 것”이라며 협상의 여지도 남겼다.
양국 모두 4월처럼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사태를 피하려 물밑 접촉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과 회담할 수도 있다”며 APEC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번 갈등은 단순한 기싸움을 넘어 구조적 대립으로 번질 조짐이다. 트럼프 1기 때와 달리 중국은 희토류라는 전략 자원을 내세워 공세적이고 대등한 자세를 보이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중동 외교 국면을 흔든 중국의 조치에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웬디 커틀러 ASPI 부회장은 “중국은 트럼프가 회담을 원한다고 보고 강경하게 나서고 있다”며 “트럼프의 신규 관세 예고는 그런 오판을 바로잡으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