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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09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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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기획]통화질서 흔드는 달러 코인..."종합적 제도 정비 시급하다"

美, 스테이블코인으로 SWIFT 대체 금융망 구축 가속화
韓, 원화 코인 부진 속 외환시장 불안·규제 공백 심화
전문가, 준비자산·감독체계·외환규율 전면 재설계 촉구

 

 

디지털 금융혁명이 기존 통화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돼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면서, 기존 금융시스템 밖에서 작동하는 새로운 결제·송금 수단으로 부상했다.

 

특히 미국은 이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며 달러 패권을 디지털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고, 스테이블코인은 SWIFT의 경쟁·보완적 대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지만 한국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수요 기반이 약하고, 달러 기반 코인의 국내 확산은 외환시장 불안과 규제 사각지대를 동시에 키우고 있다. 자본유출, 자금세탁, 통화정책 왜곡 등 기존 제도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리스크가 빠르게 부상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 논의를 늦출 수 없다고 지적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 여부를 넘어, 준비자산 규제·감독체계·외환규율 등 금융시스템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 SWIFT를 넘어선 ‘디지털 송금망’…미국, 스테이블코인으로 금융질서 재편

 

블록체인 기술의 진화는 화폐의 형태와 유통 방식을 바꿔놓고 있다. 그 중심에 선 것이 바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상에서 발행되는 가상자산으로, 법정화폐 가치에 1:1로 연동돼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테더(USDT), 서클의 USDC, 트럼프 일가와 밀접히 연계된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USD1)이 있다.

 

최재원 서울대 교수는 지난달 30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디지털 금융 혁신의 도전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쟁점과 바람직한 제도적 체계’ 토론회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이지만, 가격이 법정화폐와 연동된다는 점에서 기존 암호화폐와 달리 화폐적 기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달러화 중심의 ‘승자독식 구조’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의 99% 이상이 달러를 기준으로 발행되고 있으며, 테더(USDT)가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브라질, 터키, 베네수엘라처럼 자국 통화가 불안정한 신흥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비공식 달러로 통용되고 있다. 최 교수는 “달러가 국제 금융의 기준통화인 만큼,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도 달러 패권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경제적으로 몇 가지 뚜렷한 편익을 제공한다. 국경 간 송금비용 절감, 24시간 결제 가능, 미국 국채 수요 확대를 통한 자본조달비용 절감 등이다. 하지만 동시에 자금세탁·제재 회피 위험, 대규모 환매 시 채권시장 충격, 은행 예금 대체로 인한 신용창출 위축 등 금융 안정성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최 교수는 “SWIFT망을 우회한 불법 송금이 가능하고, 주조수익(시뇨리지)이 민간 발행사로 이전되는 구조는 정부 재정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이미 이를 자국 시스템 안으로 편입시키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준비자산의 투명성과 법적 규정을 강화하며 발행사를 자국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미국 내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이미 2천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고, 이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패권을 공고히 하는 새로운 금융 도구로 자리 잡았다.

 

◇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달러 코인”…한국 외환시장 새 변수로 부상

 

반면, 원화는 달러처럼 국제적 초과 수요가 없기에 한국은 미국의 상황과 다르다. 최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수요 기반이 취약하고, 내수 중심이어서 시장 지속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과거 바이낸스의 BKRW, 테라KRT 등 원화 기반 코인이 시도됐지만 거래량 부족으로 사라진 바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여전히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압도적인 상황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주성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USDT, USDC 같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거래소의 원화 마켓에서도 상장돼 거래되고 있는 점을 들어 "외환거래 규제 공백이 현실화된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가격 안정성과 화폐 기능을 동시에 갖춘 자산으로, 외국환거래법과 중앙은행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도 지적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네트워크 효과가 강해 이용자가 많을수록 결제 수단으로의 효용이 커지고, 한국의 통화정책과 지급결제 질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주 변호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내수 결제수단으로 활용될 경우 한성대 캠퍼스 내 삼성전자 카드처럼 연간 수천억 원대 결제 규모가 가능하다”면서 "내국인이 해외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구입할 경우 자본 유출로 악용될 수 있어 세심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또 "BIS(국제결제은행)는 국경 간 거래에서 스테이블코인의 활용이 늘고 있으며, 그중 99%가 달러 기반”이라며 "IMF 역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국제통화 시스템 내 원화의 역할 강화 기회’로 평가했지만, 통화·외환시장 불안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외환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새로운 변동성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원·달러 현물 시장과 스테이블코인 시장 간 차익거래가 확대되면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자금세탁·해외자산 이전의 통로로 활용될 위험도 존재하므로, 외국환 규율을 통한 제도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외국환 및 외무무역법을 개정해 스테이블코인을 자금결제수단으로 규정하고 '동일기능에는 동일규제 원칙'을 도입했다. 이에 한국도 기능별 규제 정합성을 갖추고, 외국 발행사에는 ‘링펜스(ring fence)’ 규제, 즉 국내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제한적 접근 구조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 스테이블코인 규제 공백, 국제금융 혼란 부른다…‘준비자산·감독체계’ 시급

 

이정수 서울대 교수는 “스테이블코인 규제 프레임워크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변화로 국제 규제 합의가 흔들리고,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확산이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스테이블코인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예금토큰과도 밀접히 연결돼 있다. 법적으로는 한국은행법과 은행법의 적용을 받지만, 시장에서는 상호 대체 가능성이 커 기존 지급결제 시스템과 충돌하지 않도록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특히 준비자산 규제를 핵심 과제로 꼽았다. 발행인의 도산 위험으로부터 절연된 예치·신탁 구조를 마련하고, 예금자보호 수준의 이용자 보호 장치를 갖추는 한편, 준비자산은 현금성 자산과 단기 국공채 등 고유동성 자산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서 드러난 ‘디페깅(depegging)’ 문제도 이 같은 규제 필요성을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거래 규제에서는 긴급개입 장치(‘킬 스위치’) 도입과 함께, 지나친 법률 명문화보다는 감독 규정과 자율규제 중심의 유연한 틀을 제시했다. 또한 발행사의 준비자산·유동성에 대한 상시 감독, 자금세탁방지(AML) 강화, 공시 의무 부과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법제화 방향과 관련해선 "스테이블코인 특화 단독법 제정,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규제 샌드박스 운영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며 은행이나 컨소시엄 형태의 발행사부터 단계적으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스테이블코인은 은행 예금 중심의 기존 지급결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꿀 잠재력을 지닌 만큼,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가상자산이 아닌 ‘디지털 지급결제 인프라’로 인식하고, 준비자산·감독체계·외환규율을 포괄하는 종합적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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