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기본법)이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하위법령 마련이 당초 예정됐던 목표보다 한 달 넘게 지연되고 있다. 정부는 AI 기본법의 핵심 내용을 담을 시행령과 고시·가이드라인 초안을 업계와 공유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다가 내부 조율이 완료되지 않았다며 연기했다.
1일 AI 업계와 당국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은 이날 주요 AI 관련 기업에 AI 기본법 하위법령 의견수렴을 위한 회의를 예고했다가 수일 내 다시 일정을 잡겠다며 연기를 공지했다.
과기정통부는 앞서 이재명정부 출범 초기 국정기획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올해 7월까지 AI 기본법 하위법령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보고했다. 하위 법령은 △시행령 △고영향 AI 기준과 예시 가이드라인 △고영향 AI 사업자 책무 고시 및 가이드라인 △AI 안전성 확보 의무 고시 및 가이드라인 △AI 투명성 확보 가이드라인 △AI 기본권 영향 평가 가이드라인 등으로 구성된다.
업계에서는 이날 회의를 베일에 가려진 채 논란이 무성한 AI 기본법 하위 법령의 윤곽을 비로소 확인할 기회로 생각했다가 연기에 허탈해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정부가 AI 업체 사업장을 조사할 수 있도록 규정한 기본법 제40조 2항이나 과태료 부과 의무 등 제정 당시 논란이 일었던 조항이 하위 법령에 유지됐는지가 업계 초미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다만 과태료 부분에서는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이 청문회에서 부과를 일부 늦추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히며 유예안이 적용됐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사업장 조사 조항에 대해서는 정부 내부에서도 다른 법령의 조사 권한과 상충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시행령에 남용 방지 조항을 삽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최소화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또 AI로 생성된 콘텐츠에 표식(워터마크)을 붙이는 투명성 확보 의무도 완화됐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AI 기술 이용 사업자인 영화제작·게임·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웹툰 등 업계를 대상으로 AI 기본법상 AI 생성 표시 의무에 관한 내용을 논의하려다 역시 회의를 연기했다. 회의가 잡혔을 당시 창작적 목적의 AI 생성물의 워터마크 의무가 다소 완화된 것 아니냐는 기대가 업계에서 나왔다.
같은 날 국정기획위는 과기정통부·행정안전부·산업통상자원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포스코DX, 솔트룩스 등 AI 기업 관계자와 AI 정책 토론회를 열어 AI 기본법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AI 기본법 하위 법령이 현재 완성됐다기보다 신중한 검토가 이뤄지는 중”이라며 “시간이 약간 소요되고 있는데 업계 의견 수렴 일정을 곧 다시 잡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인공지능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안(AI기본법, 대안)’은 지난해 12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