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6 (월)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사회어 탐구생활 - 상사가 의견 물을 때 비추천 사회어

운전을 하다보면 유독 신호등의 노란불을 자주 보게 되는 날이 있다. 한 번 노란 불일 때 가까스로 건넌 날은 징크스처럼 노란불이 따라다닌다. 노란불일 때 건널까 말까를 결정해야 하는 그 순간은 20분 운전할 때보다 더 피곤하다. 선택의 기로에서 하나를 결정하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 선택과 결정이 고단했던 최초의 기억은 대학교에 입학해 시간표를 직접 짤 때였다.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이 공표해주던 시간표에만 익숙해있던 고등학교 졸업자는 아직 대학교의 자유가 낯설었다. 어떤 과목을 신청해야 할지, 어느 요일에 시간을 배정하는 게 좋을지, 누가 딱 짜주면 좋겠다 싶었다. 대학을 훌쩍 졸업했건만 지금도 선택과 결정은 도망가고 싶은 숙제다. 짜장면과 짬뽕 중에 뭐가 나을지, 비빔냉면과 물냉면 중에 뭐를 골라야 할지, 된장찌개가 좋을지 김치찌개가 나을지를 결정하는 일조차도 혼란스러운데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대한 의견을 달라니… 당황스럽고 황망하다. 라면 끓이는 방법도 다르고 김치찌개 끓이는 순서도 다른데 어떻게 하나를 고르란 말인가? 모두에게 먹히는 절대적인 다이어트 방법도 없고 각자마다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도 하나가 아니듯 상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다들 목표를 달성하려고 열심히 뛰고 있는데 ‘자네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둘 중에 어떤 게 낫다고 보나?’ 라고 질문하면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다. 이분법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는 다분법적 세상에 ‘너는 어느 편이니?’ 라고 단호하게 묻는 상사를 보면 부럽기까지하다. 그걸 어떻게 한 문장으로 말해? 사실 의견을 이야기한다 한들 귀 얇고 우유부단한 상사는 의견을 듣지만 듣기만 한다. 오히려 우리의 의견보다는 외부의 의견에 더 펄럭거린다. 왜 물었나 싶게 내 의견을 묵살하여 왜 말했나 싶게 허망하다. 푹 빠져야 할 때도 있지만 쓱 빠져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이럴 땐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한 후에 대세를 관망하는 게 제일 속편하다.

위기를 인식하라
원래 사람의 창조는 위기 때 일어났다. 비빌 언덕이 없으면 무에서 유를 만든다. 간절히 날고 싶을 때 비행기가 발명되고, 처절하게 빨리 달리고 싶을 때 자동차가 발견된다. 그래서 위기를 기회라고 하나보다. 위기의식을 가지면 생각이 날개를 단다. 천재적인 한 사람의 명령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은 더 이상 경쟁력을 잃는다. 구성원의 지혜로운 ‘선택과 결정’이 경쟁력이다. 이 결정이 나에게뿐만 아니라, 우리 부서에게, 그리고 우리 회사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지 심사숙고하고, 지금만이 아니라 1년 후, 10년 후 어떤 파급효과가 있을지 고심한 ‘선택과 결정’이 조직을 살린다. 그러려면 위기의식이 있어야 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 이보다 더 나아져야 한다’는 간절함이 없으면 ‘전 잘 모르겠습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죠’라는 답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답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간절함이 있으면 뭉툭한 답보다 날카로운 질문이라도 튀어나온다. ‘잘 모르겠습니다’가 아니라 ‘이점에 대해 알 수 있을까요? 이점은 어떻게 보세요?’라고 하게 된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죠’는 내 손에서 떠나 네 손으로 보내고 나는 훌훌 털겠다는 방어감이 느껴진다. 물에 빠진 부모를 살려내야 할 때 ‘전 살릴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라고 하지 않는다. 물 깊이를 확인하고 주위에 끈이 있는지 찾는다. 내 일이다 싶고 간절하게 염원하는 일에서는 그런 방관자적 표현이 나오지 않는다. 심사숙고와 책임 방기는 다르다. 이제 간절한 위기의식을 갖고 답을 모르겠으면 무엇을 모르는지 질문이라도 하자.


구조적으로 말하라
게임 설계자는 게임에 중독되는 일이 없다고 한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전체구조를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환경에 종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의견을 말할 때는 전체를 먼저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림을 볼 때도 전체를 한눈에 본다.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세세히 읽지 않고 전체를 딱 본다. 소설가도 첫 장부터 써내려 가지 않는다. 플롯을 짜고 클라이막스를 위한 사건 배열부터 한다. 건축가도 벽돌부터 쌓지 않는다. 먼저 설계도면을 그리고 공간 배열부터 한다. 마찬가지다. 상황을 분별하고 선택과 결정을 하려면 전체를 볼 줄 알아야 한다. 도면을 알고 헛갈리는 것과 모르고 헤매는 것은 다르다. 설계 도면 없는 방황은 방황이 아니라 방랑이다. 주관을 찾는 여행을 해야지 그냥 여기저기 헤매고 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려면 전체 구조를 생각해야 한다. 상사가 ‘임원 월례회를 없애고 부서별 주간 회의 때 임원들이 같이 참여하는 게 어떨까?’ 라는 의견에 ‘글쎄요, 전 잘 모르겠는데요, 상황에 따라 다르겠죠’ 라는 말은 상대를 참 힘 빠지게 한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지만, 상황별로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이럴 때는 구조적 틀 안에서 겹치지 않고 빠지지 않게 의견을 제시하자. 임원 월례회 대신 부서별 주간회의가 갖고 있는 장단점과 직원 입장, 임원 입장, 회사 입장의 큰 틀이 있다면 의견을 제시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내 의견이 없다면 이 틀 안에서 질문을 해보는 것도 괜찮다. ‘주간회의 하는 직원들 입장에서는 ~~이럴 것 같은데 임원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이런 질문이 상사에게도 다양한 시각을 갖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막연히 ‘괜찮을 것 같네요,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알아서 하세요’ 등의 발언은 상사를 고독하게 한다. 상사를 앞장세워 팔짱 끼고 관망하는 행동이다. 상사를 잘 보좌하는 부하는 상사가 선택할 옵션을 구조적으로 제시하고 그 중에 선택의 폭을 최대한 좁힌 후 각 결과를 대차대조표로 보여준다. 

질문형으로 말하라
피카소는 컴퓨터를 무용지물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컴퓨터는 답만 줄뿐이기 때문이다. 답이 관건이 아니라 질문이 생각을 키운다. 피터 드러커는 올바른 질문보다 올바른 답을 찾는 데 주력하기 때문에 실수가 발생한다고 했다. 답보다 질문이 중요하다. 질문의 질이 답의 질을 결정한다. 바른 질문 없이 바른 해답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좋은 답변을 구상할지언정, 좋은 질문은 잘 못한다. 느낌표는 남발하지만 물음표는 감춰둔다. 몰라도 아는 척, 창피해서 못 묻고, 부정적인 답변이 나올까봐 두려워서 못 묻는다. 아무리 명의일지라도 질문 없이 처방하는 병원은 불안하다. 아무리 자신만만해도 질문 없이 머리 스타일을 매만지는 미장원은 불쾌하다. 아무리 멋진 디자인도 나에게 맞으려면 내 사이즈를 물어야 하고 아무리 멋진 생각도 상대에게 통하려면 상대와 맞는지 물어야 한다. 칼리 피오리나는 질문이야말로 상대를 존중하는 가장 적극적인 표현이라고 했다. 질문은 생각을 유발한다. 우유부단함은 댓가를 치를 각오를 하고 사려 깊음을 추구하는 것이다. 헛갈림은 의심에서 비롯되고 고심할 때 나타나는 결과물이다. ‘결정 보류’는 더 합리적인 대안을 찾으려는 적극적 사유의 방식이다. 사유가 미진한 채로 어느 한쪽에 가담하는 것을 오히려 경계해야 한다. 머릿속으로 심사숙고하기 위해 입 밖으로 사리분별할 정보를 찾자. 바로 질문을 하는 것이다. 질문은 간접적인 의견이다. 정말 심각한 것은 무엇을 질문해야 할지를 모를 때 생긴다. 무엇을 모르는지를 모를 때 막막하다. 무얼 모르는지 알아야 질문할 수 있고 알고 싶은 것이 있어야 질문한다. 이제 상사가 의견을 물으면 무엇을 답해야 할지를 생각하기보다 무엇을 더 확인해야 할지를 생각하고 질문하자. 


추천 사회어

이런 상황에는 이런 장점이 있고 이런단점이 있다고 판단합니다.(구조적 관점)
 여기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여기가 판단이 서질 않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점에 대해서 좀 더 알면 판단이 설 것같습니다. 이점에 대해서 어떻게 보세요?. 


지윤정
(주)월토피아 대표
월토피아 평생교육원장

 




HOT클릭 TOP7


배너







사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