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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협력하는 교육펼치는 한국상담사협동조합



협동조합 순례. 이번 달에는 심리검사, 언어, 미술 등 다양한 전문영역의 상담사들이 모인 상담사협동조합을 찾았다. 

때 이른 한여름 열기로 전국이 후끈 달궈진 지난 6월 상순, 서울 홍제동 문화촌 한 건물 5층에서는 중, 고교 국악 연주생 11명의 지축을 울릴 듯한 북소리와 한 여름의 폭염을 빨아들일 법한 북사위가 이어졌다. 이 행사는 “지역(서대문구) 주민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국악을 쉽게 접할 수 있게 하자”는 목표로 출범한 국악교육협동조합(이사장 박정구) ‘놀자’의 창립총회 기념공연이었다. 어느 책 이름처럼 지금 우리에게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미래가 온다(A new whole mind)’고 말한다. 다가오는 이 새 세상에서는 예술적, 감성적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상대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능력인 하이컨셉과 하이터치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한입으로 강조한다. 이 새 시류와 궤(軌)를 같이 하며 등장한 족속이 바로 삶의 중심을 일이 아닌 놀이에 두고 살아가려는 신인류다. 즉 ‘노는 인간’ 또는 ‘놀이하는 인간’인 호모 루덴스(Homo Ludens)가 시대의 화두가 된 것이다. 이 호모 루덴스의 전형이 바로 한국인이 아닐까 싶다. 혹자는 우리 민중문화의 두 가지 특성으로 놀이와 신들림(神明)을 들기까지 한다.

우리 내면에 내재된 이 ‘놀이하는 인간’의 본모습을 찾아주기 위해 중학교에서 ‘평화학교’를 운영하는 협동조합이 있어 어렵사리 시간을 잡았다. 서대문구의 지원을 받아 관내 초·중학교에서 예술교육과 상담이 융합된 ‘평화학교’를 진행하는 (주)매직피쉬프로덕션의 조순옥(48)대표를 찾았다. 마침 자료준비로 바쁜 미술치료 전문가 오종은(41) 이사도 바쁜 손을 멈추고 자리에 함께 했다.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상담사들께서 협동조합을 결성했다는 것이 조금은 생소하게 와 닿습니다. 무슨 이유라도 있으신 건지요?

상담은 많은 부분 협동작업입니다. 심리검사, 언어, 미술 등 다양한 상담 영역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서 협력하고 협력을 통해서 더 질 높은 상담으로 발전해 갈 수 있습니다. 특히 연구와 커리큘럼 개발은 각 상담영역 간의 상호협력을 통해서 보다 나은 시스템으로 전환되어 갈 수 있다고 봅니다.

아동청소년을 위한 상담이 더욱 효과적이려면 지역적 구조를 가져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 부분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예를 들어 세계적으로 잘 운용되는 우리 국민건강보험을 보면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돌봄’이지 않습니까? 이제 아동, 청소년을 위한 상담도 일상적이고 지속적으로 접근 가능한 지역사회의 사회적 돌봄으로 발전돼 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지역사회내의 유기적 협력이 가능해야 합니다. 온전한 사회적 돌봄으로서의 상담이 되려면 지자체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구조인 거죠.


조대표님과 오박사님의 활동 중에 ‘평화학교’ 운영이 눈에 띄는데요. ‘평화학교’란 명칭이 요즘 큰 문제인 친구들 간의 폭력과 ‘왕따’ 등을 예방하는 개념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평화학교에서 무료예술교육과 상담 등을 병행하여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습니까?

아동, 청소년기에 문화, 예술을 누리고 받는 교육은 잠재적 창의성 개발에 있어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그래서 “각국은 문화, 예술, 생활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고 증진시켜야 하며 문화, 예술, 오락, 여가 활동의 기회가 적정하고 균등하게 제공될 수 관련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 아동권리협약 31조)”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예술교육의 보편성은 예술교육이 특정한 아동, 청소년들에게만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청소년들에게 보편적 기회로 제공되어야 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학교생활이 주(主)인 학생들에게 예술교육 지원은 보편교육으로서 학교 안에서 제공되어야 합니다. 또한 사회적 돌봄의 의미에서 아동, 청소년들에 대한 상담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예술교육과 상담이 융합된 교육 콘텐츠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를 학교 수업  과정에 제공하는 것이 본래 목적에 부합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2012년 서대문 관내 중학교 1곳에서 시범 운영되었던 ‘평화학교’는 현재 초·학교 6개교에서 확대 운영되고 있습니다. 평화학교는 각 그룹이 6~8명으로 예술교사와 상담전문가가 팀을 이루어 학생들을 1학기 동안 이끌어 갑니다. 도시농부반, 국악타악기, 사물놀이,일렉트릭기타, 유시시(UCC), 비보이, 학생협동조합 등의 다양한 그룹이 있으며 학생들이 자유롭게 그룹을 선택하도록 합니다. ‘평화학교’가 진행되는 교실에서는 예술교사와 상담교사가 협력적으로 수업을 이끌어 나가며 학생들은 상담교사가 자신들과 함께 있는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입니다.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상담교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체득하는 것이지요.


지금 우리사회에는 ‘힐링’이 화두입니다. 심지어 호주출신의 사지(四肢) 없는 ‘희망전도사’ 닉 부이지치가 얼마 전 한국에 와서 여러 나라 중에서 당신이 희망을 말해주고 싶은 나라가 어디냐고 질문 받았을 때, 한국이라고 말했다고 하는데요. 그만큼 우리사회가 치유가 절실히 필요한 사회인가요?

잘 아시다시피 우리사회에 각 부분에 힐링 욕구가 강합니다. 이는 우리사회가 치유, 돌봄이 필요한 사회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국민들의 행복지수도 떨어지고 있는 것 같고 그것은 경쟁이 치열한 요소도 있겠지만 우리사회가 한쪽 방향으로 치우친 사회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학생들은 성적에 모든 것을 걸고, 사회에서는 돈에 올인(All in)하는 현실이 그렇지요. 그래서 사회는 건조해지고 각자의 삶이 각박해지면서 사회 구성원 전체가 안정을 이루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생존권의 위협으로 확산되면서 희망이 우리의 의식에서 점점 사라져 가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상담은 학생뿐 아니라 부부 사이와 노사관계 등 사회 여러 분야에 꼭 필요한 영역으로 확산되는 느낌입니다. 얼마 전 EBS ‘달라졌어요’ 프로그램을 통해 20여년 갈등으로 냉담하게 지내던 부부가 전문가 상담을 통해 서로 배려해 주는 부부로 확 달라진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 부분은 전에 부부관련 TV프로그램(부부클리닉)에 패널로 참여했던 오 이사님께서 말씀해 주시면 더 실감이 있을 것 같은데요.

사실 TV 프로그램 체질이 아닌 것 같아 오래 진행하지는 못했는데요. 아무튼 우리 사회 많은 부문에서 상담이 필요한 건 현실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가 급격한 사회발전을 이룬 나라이고 그 발전에 걸맞게 다양한 이해를 가진 사람들의 경제적 요구 등도 커지는 시기인 것 같구요. 급격한 경제 발전에서는 그만큼 내재된 갈등이 많다는 의미겠지요.  

 말씀하신 TV 프로그램처럼 상담을 통해 부부 갈등이 치유된 경우는 참 잘된 사례인데요. 대개의 부부는 갈등이 있다 하더라도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며 갈등을 치유하려는 용기가 없는 것이 보통이지요. TV에 출연해서라도 부부간 갈등을 치유해 보려고 시도하는 부부는 사실 애정이 남아 있다고 봐야지요.  

상담전문가협동조합 결성을 위하여 스폐인 몬드라곤, 이태리 볼로냐 등을 현지 방문 하는 등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협동조합 설립을 준비하셨는데요.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신 까닭이라면?

현재 ‘평화학교’는 서대문 구청 학교지원사업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평화학교’의 핵심은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다름에서 오는 갈등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이를 조화롭게 극복함으로써 더 열린 마음을 지닌 학생들이 되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아동, 청소년을 위한 교육은 전 사회적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며 특히 지역단위의 지속적인 협력구조를 만드는 것이 유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회적 돌봄 서비스 기관의 발전적 구조를 이해하고 상담과 다양한 교육협동조합 운영의 큰 틀을 디자인하기 위해 말씀하신 지역과 영국 맨체스터 교육 및 상담관련 협동조합을 방문했습니다. 그 결과로 볼로냐의 사회적 협동조합인 카디아이(CADIAI) 경영자, 몬드라곤대학교 협동조합 인큐베이팅 전문가, 영국 협동조합학교 전문가가 국내에 와서 ‘교육과  거버넌스’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에 참여했고 국가 간의 경계를 넘어선 협동조합 정신의 힘을 경험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발전적인 협동조합은 견고한 교육시스템과 자기 평가시스템을 겸비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만드는 핵심이 바로 교육이고 이를 통해 오늘같이 발전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것이 저희가 교육에 천착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자체(서대문구청)와 유대가 잘 돼 문석진 구청장님께서 “상담전문가협동조합이 앞으로 우리 지역의 보물이 될 것이다”라며 극찬하셨다는데요. 앞으로 하실 일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계획을 부탁드립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지역사회가 중요합니다. 지역은 우리 몸의 기본기관과 같습니다. 지자체가 건강하게 운영돼야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겠지요. 아이들에게는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해 갈 수 있는 다양한 사회교육이 필요한데, 이러한 목적을 가지고 예술교육과 상담, 장애인인식개선 교육 등을 하는 게 바로 평화학교입니다. 평화학교의 모토는 “모여서 새롭고 조화로운 더 큰 공동체”입니다. 이 과정에서 저희 평화학교 교사들은 학생 스스로가 교육과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저희들은 국제적 협력을 통한 교사교육과 전문가 훈련과정을 위해 7월 말 이태리 볼로냐를 방문해 사회적 협동조합에 관한 교육을 받고 학교현장에서의 협동교육에 관한 교사교육과정을 맨체스터 협동조합대학과 공동으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평화학교에 참여하는 교사들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만들어가는 협동조합의 발전은 교육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월에 다시 열리게 될 국제협동조합 심포지엄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에 있어서도 교육은 백년지계(百年之計)가 맞는 것 같습니다. 봄에 농부가 파종하고 나무를 심듯 학생, 조합원들을 교육하여 ‘상담자협동조합’이 예술적, 감성적인 인재들의 보물단지가 될 수 있도록 저희부터 ‘협력하는 교육’의 신명나는 가락을 지어볼까 합니다. 


최종호 편집위원 / ktchoi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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