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은 세계 각국이 조약을 맺어 평화롭게 연구개발을 하고 있는 반면에, 북극은 1994년 유엔 해양법협약으로 인접국의 배타적 경제수여(EEZ)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연안국가 사이의 분쟁으로 경계 구역에 대한 확정이 안 되어 있는 실정이다. 남극에는 남극점을 중심으로 광활한 대륙이 있으나, 북극점 중심에는 대륙이 없다. 겨울에는 대부분이 두께 1~15m의 빙원이 되고, 여름에는 빙산이나 유빙(流氷)이 베링해와 북대서양으로 이동한다.
한국의 북극해 횡단 역사는 1995년 3월 12일 허영호 대장을 중심으로 하는 원정대가 러시아 콤소몰레츠섬 아크티췌스카곶을 출발하여 북극점을 넘어 캐나다 최북단 엘즈미어섬 워드헌터곶에 1995년 6월 19일 도착, 1988년 캐나다-러시아 합동원정대에 이어 사상 2번째로 1,800 km 북극해 도보 횡단에 성공하였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2008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극에는 전세계 미발견 석유와 가스자원의 4분의 1인 4,120억 배럴을 비롯해 하이드레이트(불타는 얼름, burning ice), 니켈, 구리, 우라늄 등의 자원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북극해 주변에는 명태, 연어, 대구, 청어 등의 어족자원도 풍부한 지역이다.
북극이 더욱 매력을 끄는 것은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북극해를 이용한 북극항로에 있다. 예를들면 부산항을 출발하여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이르는 항로가 수에즈운하를 이용하면 2만 100km(24일 소요)이지만,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1만 2,700km(14일 소요)로 줄어든다. 즉,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기존 수에즈운하를 이용할 때 보다 거리와 기간 모두 30% 정도를 단축시킬 수 있다. 또한 소말리아 해적들의 위협을 받는 아덴만이나 인도양을 거치지 않아도 되어 보험료를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장점들 때문에 북극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움직임도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러시아는 북극에 인접하여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북극해의 영유권을 가장 먼저 주장하고 있다. 2007년 러시아 북극 원정대는 핵추진 쇄빙선과 심해잠수정을 이용해 북극해 수심 4,302m 지점에 티타늄으로 만든 러시아 국기를 꽂음으로써, 자국의 영토임을 선언했다.
미국은 2009년 1월 ‘북극지역 정책방향’을 발표한 데 이어, 미국은 2010년 백악관 보고서에서 ‘미국은 북극 국가이다’라고 정의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북극지역 국가전략보고서’를 발표했고, 미국이 북극 국가임을 보고서 첫 페이지에서 재차 강조하고 있다.
일본은 1980년부터 북극항로 개척을 위해 러시아와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2012년 5월에 ‘자원개발 5개년 계획’을 발표하여, 북극을 자원개발 중점지역에 포함시켰다. 중국은 1999년부터 쇄빙선 ‘설룡호’를 북극해에 5차례 연구항해를 실시하여, 북극해에 대한 주도권을 놓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은 2013년 5월 15일 북극이사회 정식(영구) 옵서버국이 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한국은 북극이사회에 정식(영구) 옵서버국이 됨으로써 북극 개발에서 미국·러시아·일본·중국·영국·노르웨이 등 해양강대국과 경쟁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였다. 특히, 한국은 북극권이 아닌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정식옵서버가 된 것은 국제사회가 우리의 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북극이사회는 8개 이사국과 원주민 대표, 그리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12개 정식옵서버 국가로 구성되어 있다. 북극이사회는 북극 관련 주요 문제에 관한 최고 의사결정기구이며, 국제 협력을 논의하는 포럼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가 북극이사회 가입으로 마치 북극에 대한 개발권을 확보한 것처럼 오해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북극에 다산과학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극한의 공간에서 대기·해양·지질 등 지구 전반을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기초과학을 연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워졌다. 북극은 지구 기후 변화에 중요한 잣대 역할을 하고 있으며, 역설적으로 북극 해빙 및 개발은 지구 온난화의 산물이다.
앞으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북극항로는 21세기 신(新)실크로드가 될 것이다. 한국은 북극항로의 최대 수혜국중의 하나이며, 컨테이너 물량에서 세계 유수의 부산항은 지리적 측면에서 신실크로드가 거점항구도시로 성장할 것이다. 또한 우리 조선업계는 북극항해를 위한 각종 특수선박 수요에 민첩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부산에 ‘북극해항로연구센터’가 지난 2009년부터 운영 중이다.
향후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 중의 하나가 해양국가이다. 박근혜 정부들어 해양수산부를 부활시키고, 해양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은 시기 적절한 방향설정이다. 한국은 옛날부터 해전에는 강했으며, 동북아시아 해양 무역을 주름잡던 해양국가이다. 이번 북극이사회 옵서버국 진출을 계기로 진정한 해양국가로 발돋음하였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김남용
신흥대학교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