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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투명한 배우 최윤슬, ‘독도 여전사’의 색을 입다



국민 엄마 김혜자, 로코퀸 최강희, 주연 잡아먹는 김인권 등 배우들에게는 그들을 따르는 그들만의 수식어가 있다. 여기, 어떤 빛깔도 제 빛깔로 흡수하는, 물처럼 투명한 최윤슬이 배우로서의 색을 찾아가는 새로운 여정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 영화 ‘놈이 온다’의 ‘백서정’을 입고 찾아올 그녀를 미리 만나봤다.

먼저 영화 ‘놈이 온다’는 어떤 영화인지 궁금합니다.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백 리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독도는 우리 땅 / 경상북도 울릉군 남면도동 1번지 동경 백삼십이 북위 삼십칠 평균기온 십이도 강수량은 천삼백 독도는 우리 땅 /

이 노래에는 독도에 대한 우리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죠. 어처구니없게도 일본은 독도 전담반을 설치하는 등 독도의 진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때문에 감정적이거나 무조건적인 주장보다는 독도에 관한 역사적이고 국제관계적인 사실을 토대로 이야기해야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런 필요성 때문에 한국 영화 100년사에 최초로 독도를 주제로 한 영화를 제작하게 됐습니다.

그 영화가 바로 ‘놈이 온다’입니다. 일본 극우파들이 독도를 무단점거하자 국가정보원 여 간부 등 민관이 힘을 합해 독도를 되찾는다는 내용인데요. 신승호·김단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원기준·이원종·임현식·양미경 선생님 등이 함께 호흡하면서 만들어 갑니다. 경상북도와 울릉군을 비롯해 국회, 해양경찰청 등의 후원으로 독도국민통합회영화사가 제작해 내년 2월, 다케시마의 날에 맞춰 개봉할 예정입니다.

 



이 영화에서 맡은 역할은 무엇인가요?
극우파들을 살피는 국가정보원 제1실장 ‘백서정’입니다. 백서정은 일본 극우파를 감시하는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여성스럽지만 굉장히 강인합니다. 자신의 소신에 따라 사선에 목숨을 던질 수 있는 캐릭터죠. 상대역인 원기준 씨는 해양경찰청소속 특수부대원 장경우로 남자답고 우직한 사람입니다.

또 이원종 양미경 임현식 선배님도 독도에 목숨을 거는 사나이, 여성 대통령,  일본 극우파 등의 역할로 함께 하십니다. 이런 기라성 같은 분들 틈에서 제가 백서정으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두려움 반, 설레임 반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실 처음 이 영화 시나리오를 봤을 때 ‘와! 이런 시나리오가 이제서야 나타나다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욕심이 났어요. 제가 그동안 준비해왔던 경험과 장점들을 무한대로 끌어내고 싶은 열정이 생겼습니다. 사실 이전에는 제가 키가 크기 때문에 도회적이고 섹시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제안들이 많았는데요. 그런 역할들을 지양하고 기다렸더니 이렇게 꿈꿔왔던 역할을 맡게 됐습니다.  이제 큰 키가 매력이 되는 역할을 만나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이 역할을 준비하면서, 어렸을 때부터 독도에 대해 많이 들어왔고 당연하듯 얘기해왔지만 사실은 제가 독도에 대해 많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시나리오 곳곳에 역사적인 사실들이 많이 있어서 요즘엔 독도에 대해 공부하고 있어요(웃음). 더불어 여전사 역할을 위해 액션 연습을 하는 등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이 배우 최윤슬이 아닌 여전사 백서정의 모습을 진정성 있게 보여줄 수 있는 힘이 될 거라고 믿어요. 

또 어떤 분들은 앞으로 일본에서의 활동은 어렵겠네, 라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웃음). 그러나 저에게 이 영화는 기회이고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소재의 영화는 앞으로도 나오기 힘든 영화이기 때문에 독도에 대한 국민의 정서를 백서정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잘 소화해내려고 합니다. 설레고 기대됩니다.


어렸을 때부터 배우가 꿈이었나요?
지금은 배우가 꿈이지만, 처음부터 배우가 꿈이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학 때 국문학을 전공하면서 문학가가 되고 싶었어요. 이 세상을 깊게 바라보는 통찰력과 애정으로 글을 쓰는 문학가의 길을 가고 싶었는데, 어느 날 우연한 기회로 모델의 길에 들어서게 됐죠.

사실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은 눈 깜짝하는 순간에 일어나나 봐요. 아는 언니를 따라 모델 에이전시에 따라갔다가 제안을 받았던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돌아보면 운이 좋았다고나 할까요? 모델 활동을 하면서 ‘아 이것이 내 길이구나, 내 적성이구나’ 싶은 환희를 느끼던 차에 미스코리아에 당선됐습니다.

그리고 연기를 시작하게 되면서 모델로서 느끼지 못했던 배우로서의 재미와 매력을 느꼈죠. 그렇게 영화계에 진출하게 됐는데 영화산업쪽을 잘 몰라서 애를 많이 태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 작품, 한 작품씩 하면서 배우로서 성장해가고 단단해져가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희열을 느꼈고 미래에 대한 꿈을 구체적으로 꾸게 됐습니다.


배우로서 꿈 말이겠지요?
네 그렇습니다. 어릴 때는 예쁘고 매력적인 역할을 꼭 하고 싶었어요. 어찌 보면 모든 여배우들의 로망이겠죠. 이번 영화 백서정도 꼭 해보고 싶었던 인물이지만 이렇게 멋진 역할만 하는 배우는 되고 싶지 않아요. 나이와 역할에 상관없이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예전에 어떤 감독님께 “제가 좀 나이가 있어서…”라고 했더니 감독님께서 그러시더라고요. ‘아니야 지금부터 시작이야’ 감독님 말씀처럼 ‘지금부터’ 한 걸음씩 시작한다면  우리 주위의 어느 소소한 여성, 땀 냄새 나는 어느 캐릭터를 스크린에 담아낼 수 있겠죠.

잠깐 반짝였다가 사라지는 별이 아니라 오랫동안 반짝이는 별이 되고 싶습니다. 김수미 선생님 고두심 선생님처럼, 넓고 깊은 스펙트럼을 가진 ‘국민배우 최윤슬’이라고 불린다면 그건 엄청난 찬사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그런 국민배우 최윤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배우로서 닮고 싶은 멘토가 있나요?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고두심 선배님 김수미 선배님입니다. 모 방송국 ‘힐링캠프’에 출연한 고두심 선배님의 얘기를 들으면서 꿈을 꾸는 자들에게는 우여곡절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어요. 오직 한결 같은 노력만이 길이라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과연 나는 합당한 노력을 하고 있는 걸까’ 생각하면서 어쩌면 나도 고두심 선생님 같은 연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더 힘들어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기회는 아무에게나 오는 것이 아니고, 또 기회가 온다한들 준비되지 않고서는 잡을 수도 없는 것이니까요.

꿈을 포기하고 싶었을 때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원래 저는 끈기 하나는 최고예요. 중도 포기는 스스로가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백서정’과 비슷한 듯하네요(웃음). 어려서부터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꼭 해야 했어요. 그런 끈기와 근성 때문에 배우로서의 꿈을 놓을 수가 없었나 봅니다. 

2004~5년쯤에 배우로서의 열망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덧 7,8년이 흘렀고 배우가 되는 게 쉬운 것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무명의 시간, 모두들 앞으로 가고 있는데 나만 홀로 정지해 있는 듯한 아득한 느낌. 이렇게 세월은 가고 빈 의자만 남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어 두려울 때도 있었지만 이렇게 기회가 왔습니다.

이번에 이 영화에서 백서정을 맡게 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끝까지 놓지 않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온다’는 것이에요. 중간에 놓아버린 사람들에게는 기회가 올 수가 없다는 것을 가슴 깊이 되새기게 됐습니다. 


그 길에 가족이 큰힘이 됐지요?
네 물론입니다. 가족은 제가 포기하지 않고 때를 기다릴 수 있도록 든든한 울타리가 돼주었어요. 가족이 제 일을 좋아해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지원이라고 생각해요. 열정적으로 지지해주시는 부모님, PD의 눈으로 조언해주는 남동생. 참 동생이 최영준 PD입니다. 동생도 아직 배울 게 많은 어린 PD지만, PD입장에서 보는 시각이 저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맘 편하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 가족에게 고맙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통해 배우 최윤슬이 듣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단순히 어떤 작품에 출연했다고 해서 배우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정말 배우로서 인정받고 싶습니다. 미스코리아나 모델이 아니라 배우 최윤슬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여전사 백서정을 통해 독도 문제에 대한 국민의 이야기를 속시원히 해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 영화가 끝나면 저도 제 이름 앞에 ‘독도 여전사’라는 수식어가 붙어도 좋겠죠. ‘독도 여전사’ 최윤슬, 멋지지 않나요?(웃음)

이희 기자 
leehee@mbc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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