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지어 어떤 환자들은 신체적 상태가 30~40대라면 얼굴의 모습은 50대 이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균형 잡히고 탄력 있는 몸매에 젊은이 취향의 패션까지 갖추다보면 얼굴만 빼면 세월의 흐름을 추측하기가 어려워진다. 수영 등산 배드민턴 걷기 요가 스트레칭 등의 수많은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단련된 몸이 운동에서 소외된 얼굴과 부조화를 이루게 된 결과가 아닐까 한다.
우리는 살이 찔까봐, 몸의 근육들이 줄어들까봐 노심초사(勞心焦思)하고 근력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 마음의 부담을 안고 운동을 실행하고자 여러 가지 방법으로 끊임없이 도전을 하며 살아간다.
헬스장을 찾기도 하고 닭 가슴살을 먹고, 때로는 보조제를 복용하기도 하며, 살과의 전쟁을 넘어 근육 사수와 근력 늘이기 작전수행에 전의를 불사른다. 그런데 신체의 다른 부분과 마찬가지로 얼굴의 근육도 사용하지 않으면 점점 쇠약해지고 느슨해지게 된다는 점은 간과하고 있다. 놀랍게도 얼굴에는 30가지의 근육이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는 것은 30% 내외로 나머지 근육들은 움직이지 않은 채 세월의 흐름으로 퇴화하고 소실되어 제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이 바로 ‘얼굴의 노화’인 것이다.
얼굴의 근육들은 약간의 운동을 해주기만 해도 유지의 기간을 늘릴 수 있으며 처지고 주름지는 노화의 과정을 늦출 수가 있다.
이를 위한 첫걸음이 바로 ‘웃는 얼굴’이다. 웃음으로 인한 얼굴 근육 움직임을 통해 전체적인 인상을 젊게 변화시킬 수 있다. 웃을 때 얼굴의 근육이 절반 이상이나 움직이기 때문에 탄력에 도움을 주어 동안의 효과를 도모할 수 있는 것이다.
웃음은 얼굴 근육이외에도 약 231개의 몸의 근육(횡경막과 배, 호흡기, 다리 등의 근육)을 빠짐없이 운동을 시켜주어 전신 운동의 효과를 낸다. 뿐만 아니라 웃음은 면역력도 높이며, 혈소판을 증가시켜 동맥 경화를 일으키고 혈압을 높일 수 있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억제 시킨다. 그리고 웃을 때는 암세포와 세균을 처리하는 좋은 세포들이 증가하며, 호흡기가 청소되고 침샘에서 분비되는 면역 단백질의 농도도 높아진다. 이밖에도 웃음은 뇌의 측좌핵(Nucleus Accumbens)이라고 불리는 뇌의 보상 회로 부분을 자극하고 활성화시킴으로써 도파민의 농도가 올라가게 되어 카테콜아민과 스트레스 호르몬이 감소되어 즐거운 감각이 돌아오게 된다. 웃음은 고통을 느끼는 회로들의 활동을 약화시키고 우울함을 비롯한 부정적 감정 반응들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
필자가 동네 헬스클럽에 다니면서 느끼는 점은 모든 사람들이 너무 심각하고 과하게 운동을 한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무거운 바벨을 들어 올리면서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지기도 하고, 마라톤 참가자처럼 인내를 시험하며 비장한 눈빛으로 런닝머신을 달리기도 한다.
즐거워야할 운동이 고행이나 힘든 노동처럼 보여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필자뿐일까.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이 있는데 그 ‘복’ 속에는 아마 ‘젊음’도 포함되어 있을 것 같다. ‘몸짱’도 좋지만 ‘동안 얼짱’을 만들기 위해 하루 한 두 번씩 큰소리로 배가 아프도록(?) 웃다보면 성형외과 전문의가 필요 없는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
안덕균
안덕균 성형외과 원장
본지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