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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계륵 같은 개성공단

개성은 북한에서 평양·남포에 이은 제3의 도시로, 남한과 가장 가까운 북한의 대도시이다. 판문점에서 개성까지 거리는 8㎞에 불과하며, 서울에서 개성까지 경의선으로, 개성에서 평양까지는 평양∼개성 간 고속도로로 연결되어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다. 북한 군부로서는 군사행동 시 길목에 자리잡고 있는 개성공단이야말로 목의 가시 같은 존재이다.

이런 군사적으로 중요한 길목에 개성공단이 만들어진 것은 김대중 정부 시절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에게 공단 개발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2000년 8월 당시 현대그룹과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6천600만㎡(약 2천만 평) 규모로 공단을 개발하기로 합의했고, 2003년 6월 부지조성 공사에 들어갔다.

남북한 화해무드가 조성되던 노무현 정부 시절 2004년 12월에 개성공단 업체인 리빙아트가 ‘통일냄비’ 1천 세트를 생산하여, 뉴스에 보도되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그 후 2006년 10월 개성공단 시범단지에 입주한 23개 기업이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들어갔으며, 입주 기업은 2009년 처음 100개를 넘은 후 2011년 123개로 증가했다.

개성공단이 처음 조성된 2004년 이래 한 번도 공장이 선 적이 없었는데, 최근 북한의 일방적인 근로자 전원철수 방침을 통보하면서 처음으로 가동이 중단되었다. 개성공단이 완전히 문을 닫게 되면, 공단 조성에 투자된 비용 1조 원을 포함해 입주 기업의 피해 및 입주기업 협력업체의 동반 부도 가능성 등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만 6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한반도 안보 위험 증가로 인한 국가 신용 하락과 자본 유출 등 간접적인 손실까지 고려하면 피해 규모가 1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개성공단에는 현재 123개 기업이 입주해있고, 지난해 생산액은 4억 6천950만 달러로 기록되고 있다. 2004년 개성공단이 가동된 후 누적 제품 생산액은 20억 달러(약 2조 2천350억 원)에 이르고 있다. 개성공단에는 북측 노동자 5만 4천여 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북한노동자 1인당 월평균 134달러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개성공단이 출발한 2004년부터 2012년까지 북한에 지급된 누적 임금 총액은 약 3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또한 개성공단을 중심으로 한 북한근로자들과 그들의 부양가족까지 합하면 약 25만~30만 명 북한주민들의 생계의 터전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이후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북한은 개성공단을 우리 측을 압박하는 무기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한반도에 긴장이 조성될 때마다 북한은 ‘개성공단 폐쇄’ 카드를 들이밀며 위협했다. 그러나, 남북한이 잉태한 소중한 생명체인 개성공단만은 유지하려고 하는 암묵적인 협조 속에 지금까지 개성공단이 폐쇄된 적은 없었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폭격에도 개성공단의 생산활동은 중지되지 않았다.

최근, 북한은 개성공단 입주 기업 대표자가 그곳에 남아 있는 우리 측 근로자 200여 명에게 식료품과 의약품 등을 전달하기 위해 낸 방북신청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개성공단 회사 직원들이 제대로 식사조차 못하며 공장을 지키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회사직원들이 개성을 떠나게 되면, 개성공단은 5년째 닫혀 있는 금강산 관광처럼 될지 모른다.

현재 개성공단 입주기업 123곳 가운데 대부분은 계약 불이행에 따른 신용하락에 더해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고 해외 바이어들의 계약해지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1차적 피해는 조업중단에 따른 생산차질과 완제품 반입이 안 되는 것이고, 2차 피해는 거래처 변경과 해와 바이어들의 이탈 등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한국수출입은행을 통해 최대 3천억 원 규모의 지원방안을 마련했으며, 국세청은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관련 업체에 대해 세금납부 기한 연장, 환급금 신속 지급, 세무조사 등의 지원을 할 방침이다. 금융권도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을 대상으로 긴급자금 및 경영안정 특별자금 지원에 나섰다. 무역보험공사는 수출신용보증(선적 전)을 이용하는 개성공단 기업 고객에 재보증 시 보증금 감액 없이 기간을 연장해 기업의 유동성 확보를 지원하는 등 개성공단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눈물겹다.

한국이 개성공단을 유지하는 것은 경제적 가치보다 남북 교류 협력의 상징적인 면이 강하다. 반면 북한은 연간 9천만 달러라는 북한 경제에서 결코 적지 않은 현금을 달러로 받고 있고, 개성공단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북 주민만 30만 명 가까이 된다. 북한이 중국과의 무역관계가 악화되면서, 북한의 거의 유일한 합법적인 돈벌이 창구인 개성공단의 폐쇄는 북한으로서도 상당한 부담을 안고 가는 것이다.

북한이 연일 강공으로 나오는 것은 내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볼 수도 있다. 개성공단은 북한 입장에선 현재의 남북한 관계 및 더 나아가 대미 관계를 푸는 유효한 출구전략이다. 북한이 개성공단에 대한 통행제한조치를 푸는 것만으로 화해제스처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을 둘러싼 한국 및 북한정부, 그리고 미국 및 중국 등의 미묘한 힘겨루기가 느껴지고 있다. 북한은 개성공단을 핵실험 등으로 조성된 국제적인 시각을 남북문제로 전환시키는 하나의 ‘국면전환용’패로 이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가운데 입주업체들의 경영상태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북한이 개성공단 사태의 원인을 남측에 전가하고 있는 이상 개성공단 사태는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성공단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700만 개에 달하는 초코파이가 북한으로 반입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개성공단 근로자들 5만 3천 명에게 하루 50만여 개의 초코파이가 간식으로 주어져 왔다. 또한 개성공단 입주업체에서는 인스턴트커피나 라면 등도 지급해왔다. 개성공단은 북한주민들에게 남한 및 자유경제제도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주는 창구역할을 해온 것이다.

그동안 남북한을 이어주는 말없는 창구였던 개성공단의 폐쇄는 우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일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개성공단을 없애자는 주장도 설득력 있어 보인다. 기업체들이 자유로운 기업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는 곳에서 기업을 운영할 이유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지금까지 북의 상투적인 협상 수법에 휘둘리면서 북핵 저지에 실패한 쓰라린 경험도 가지고 있다. 현 정부에서는 똑같은 실수를 결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남북한 유일한 숨통이 끊어지는 순간, 남북통일의 꿈도 멀어져 갈 것이다. 남북한이 마치 치킨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민족의 앞날이 어두워 보이는 것은 나 하나뿐일까. 북한이 체제 안정을 위해 개성공단을 버리는 도박을 보면서, 오히려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과 위험한 앞날이 걱정되기도 한다.


김남용
신흥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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